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무 Oct 23. 2024

등교하다 철퍼덕 주저앉은 막내딸

Getty Images For Unsplash+


오늘 아침에 딸내미를 등교시키고 오랫동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참 신기한 일이죠. 이렇게나 사소한 것이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는 것이 말입니다. 30분간 운전해서 돌아오는 길이 왜 그렇게나 오랜 시간처럼 느껴지고, 끼어드는 차들이 왜 그렇게 미워 보였는지 모릅니다.


아침 시간에는 늘 분주합니다. 제가 가장 먼저 일어나 샤워를 하고, 아침식사를 준비합니다. 아침 식사는 시리얼로 먹을 때도 있고 통밀빵에 쨈을 발라 먹을 때도 있습니다. 어제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사 가지고 온 소금빵이 오늘의 식단이었습니다. 마트의 베이글이나 머핀도 가끔씩 사 먹어요. 계란 프라이, 간장계란밥, 구운 계란 등 계란도 단골 식단입니다.


하지만 아침을 먹는 것은 두 아들뿐입니다. 아내는 출근 준비로 바쁘고, 저는 막내를 챙겨서 등교할 준비로 바쁘거든요.


이번에 추워지면서 막내의 가을 바지를 새로 샀습니다. 이쁘게 입히고 등교를 위해 차를 탑니다. 학교에 도착해서 내리기 싫어하는 아이를 데리고 내렸는데 운동장 한가운데서 철퍼덕 주저앉는 갑작스러운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새벽에 온 비로 바닥이 젖은 상태여서 바지도 젖어버렸죠.


갈아입을 여벌옷은 차에 없는데.


학교에 여벌 옷이 있을까?


젖은 채로 있으면 감기 걸릴지도 모르는데.


오늘 날씨도 추운데.


양말도 젖은 것 같은데.


내가 전에 학교에 추가로 옷을 줬었나?


하필이면 새로 산 바지를 적시나.


여벌 옷을 차에 꼭 보관해야겠어.


선생님이 아이 바지를 이렇게 젖게 해서 등교시키면 어떡하냐고 하면 어쩌지?


내가 주저앉기 전에 빨리 잡아챘어야 하는데.


순식간에 드는 생각들입니다.


아이의 젖어버린 바지가 왜 그렇게나 원망스러운지. 선생님이 잘 처리해 주실 줄 믿지만 오늘 오전 내내 오래도록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사소하다면 참 사소한 사건인데도 아빠의 마음은 그렇지가 못한 거 같습니다. 빨리 털고 오늘 할 일을 해야겠죠.


우리는 틀림없이 긍정적인 언어를 너무 적게 사용하고 있을 겁니다. 잘했어!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사랑해~ 이런 언어를 더 사용해야 합니다. 감사를 표현하고, 경의를 표현하고, 칭찬을 하는 언어를 너무 조금만 쓰고 있다는 겁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을 맞닥트렸다고 해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마무리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 따뜻한 옷으로 잘 갈아입었을 거야. 추가 옷을 하교할 때 미리 가져다 놓자. 오늘도 우리 막내는 씩씩하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올 거야!


사랑해 우리 딸!


오늘의 질문: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실 거죠?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