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인 조카에게
태희야(가명), 네가 대학교 졸업을 미루고 인턴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무척 기특했단다. 졸업을 하는 순간 학생 신분이 끝나기에 그전에 최대한 학생의 신분에서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것을 시도하는 것에 기분 좋은 마음이었어.
태희 너는 무척 다재다능하잖아? 충분히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단다. 영어도 잘해, 중국어도 잘해, 미디어 분야에 흥미가 있어서 영상 촬영과 편집도 잘해, 마케팅도 공부했지. 뭐 이만하면 어디든 문제없지 않겠어?
그런데 네가 한국 회사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을 때는 약간 놀랐단다. 그리고 유럽으로 대학원 공부를 떠나고 싶다는 것에도 조금 걱정이 되는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인문학적인 교육의 목표를 떠나 말하자면, 우리는 사회에 나아가 돈을 벌고, 인생을 살기 위해 지난 초중고대 12년을 거쳐온 것이잖아? 그런데 대학원을 가는 것은 인생의 본게임을 2년 늦추는 역할 외에는 없다고 이모부는 생각한단다.
물론, 네가 정말 관심이 큰 분야가 있어서 박사까지 아니면 그 후로도 계속 연구하고자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적극 찬성으로 변하겠지만, 더 높아진 학력과 최종 학력 졸업장의 학교 브랜드를 바꾸려는 마음이라면 대학원 진학은 별로 추천하지 않는단다.
지금 일하고 싶은 분야가 마케팅이고, 회사는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지? 멋진 생각이야. 다만, 외국계 회사는 신입사원을 거의 뽑지 않지. 대신 외국계 회사는 능력과 경험을 중요시하기에 작은 기업에서 다방면의 마케팅 활동을 수행하고 훗날 외국계로 이직하는 방향이 더 현실적일 것 같구나.
이모부는 미국에서 마케팅 전공을 하고 한국에 돌아와 B2B IT 분야에서 마케팅과 해외영업을 경험했단다. 벤처 회사에서 근무했는데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운 경험을 많이 했지. 페이가 당연히 대기업보다는 작지만, 모든 걸 내가 이끄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작은 기업에서의 경험도 큰 가치가 있단다.
마케팅의 꽃이 소비재, 즉 B2C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 그렇다고 해도 사업체의 절반 이상은 회사에 납품하는 B2B기업이고, 해외 전시회나 박람회도 그런 산업 전시회가 훨씬 더 많단다. 일반 소비자는 잘 모르는 생소한 분야도 무척 많고 다양하지. 기회가 많다는 말이야.
그리고 내 밑의 직원들은 이직할 때 외국계로 이직한 경우가 거의 절반이나 돼. 아무래도 외국어를 잘하고,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충분한 업무 경험이 설득력 있는 이력서를 만들어 주거든. 나는 사장님과의 인연으로 이직하진 않았지만 후회는 없단다.
팀장이나 부서장으로 일하면서 면접은 그야말로 매주 벌어지는 일이었지. 그런데 대학원 학위보다는 2년의 업무 경험을 훨씬 더 높게 쳐 줬단다. 나는 그랬어. 다른 기업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그러니 미래에 일하고 싶은 분야에 작은 회사라고 해도 직접 뛰어들어 일하는 경험을 최우선하라고 말하고 싶구나.
지금 인서울 대학교의 명함이 왠지 부족해 보일 것 같다는 걱정은 이해해. 하지만 10년만 일해도 대학교 간판보다는 수행한 프로젝트와 이력이 너를 말해주는 법이란다. 아니, 빠른 트렌드 업종에서는 5년이면 충분히 자기를 어필할 수 있는 능력을 뽐낼 수 있을걸?
반대로 아무리 국내 최고 대학 졸업생이라고 해도 이후 업무 경력이 허접하면 신뢰할 수가 없지. 대학교 간판은 솔직히 경력자 시장에서는 큰 역할을 하지 않아. 단지 아, 학생 때 좀 더 끈기 있게 공부했던 친구니까 근성이 있겠네, 정도의 수준이랄까?
그리고 한번 외국에 나가면 사실 한국에 돌아오기보다는 외국에서 일하고, 연애하고 결혼할 가능성도 높지. 너의 인생이니 어찌할까마는, 널 26년간 애지중지 키워온 네 부모님은 얼마나 슬퍼할지 생각해 봤니? 몇 년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 그게 십 년이 되고 더 오래갈 수도 있는데…
누가 뭐래도 너의 인생이야. 네가 충분히 많은 정보를 탐색하고 결정을 해야 하는 거겠지. 마지막으로 주의를 주고 싶은 것은 정말 충분한 탐색을 한 것인가에 대한 거야. 네 주변에만 물어보지 말고, 단편적인 블로그 글만 참조하지 말고, 전문적인 책과 상담을 할 수 있다면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거야.
태희야, 그래도 응원한단다!
이모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