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을 자주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한식뷔페를 사랑합니다. 백반집이라고도 하고, 함바집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여러 한식 요리를 내어 놓고 고객이 골라서 음식을 선택하는 형태입니다. 개인적으로 나물을 좋아하는 편인데 나물이 종류별로 골고루 나와서 한식 뷔페를 좋아합니다.
이번에 방문한 한식 뷔페는 좋아하면서도 자주 가지는 못하는 가게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멀어서 그렇죠. 자그마치 버스 세 정거장 거리! 주차장이 없어서 차를 몰고 갈 수도 없고, 굳이 밥 먹으러 버스 타고 가기도 좀 그렇고, 걷자니 한겨울에 그건 또 아닌 거 같고.
오늘 처음으로 걸어서 가보자고 다짐을 했습니다. 1층 현관에서 시간을 보니 12시 31분. 열심히 인도를 따라 걷고, 건널목을 건너고, 몇 번을 반복한 뒤에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12시 48분입니다. 17분 걷는 거리네요. 저로서는 솔직히 굳이 이만큼 걸어서 식당에 가야 했나 싶을 정도의 거리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식당을 꼭 가고 싶었던 이유가 있어요. 본래도 나물을 좋아했지만, 이 허름한 한식 뷔페에는 메뉴가 약 40가지나 됩니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10개 정도의 큰 접시가 가지런히 4줄 정도로 겹쳐서 쌓여 있으니 그 정도는 충분히 넘을 거 같아요.
게다가 제육볶음과 생선까스가 둘 다 제공됩니다. 둘 중 하나를 내는 가게는 봤어도 둘 다 메뉴에 포함인 한식 뷔페는 처음이에요! 동그랑땡과 깻잎 부침개도 있어요! 김치 종류만 8개쯤 되는 것 같고 절임 종류도 당연히 많죠. 계란말이도 있답니다.
그런데 8천 원입니다. 괜찮죠? 청량리 술고래라는 식당입니다. 전혀 식당 같지 않은 이름인데, 저녁에는 무제한 안주발 세우며 술 마시러 많이들 오신다고 하네요.
1인석에 앉아서 열심히 먹고 있었습니다.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지만 제 등 뒤에서 아주머니 셋이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계시더군요. 대략 60대 초반 세분이었습니다. 돌아보지도 않았는데 상당히 큰 소리로 대화를 하셔서 금방 대화의 요지가 잡혔습니다.
모임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회원들끼리 각자 준비해 모아서 같이 나누기로 했는데 선물의 기준을 “2만 원 이상”이라고 정했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아니, 2만 원 급이라고 해야지 이상이라고 하면 누군가 5만 원, 10만 원짜리 준비하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참 경우가 없는 사람이야~”
“그러게 말이야~ 총무라는 사람이 50살이나 먹어 가지고 그렇게 제대로 기준도 못 잡아?”
잠깐 찔금했어요. 제가 50살이거든요. 누님들 죄송~ 그런데 저에게는 나눔의 기쁨을 더 누리고 싶은 사람은 이 즐거운 크리스마스 시즌에 알아서 더 비싼 선물을 해도 된다는 소리로 들리는데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제 등 뒤에서 벌어진 만담이었기에 전혀 듣고 싶어서 들은 것이 아닙니다. 억지로 귀를 닫아가며 먹는데 집중했습니다. 얼마 안 가서 우르르 세분 모두 퇴장하시더군요.
그런데 분명히 가셨는데 또 불평의 말투가 들렸습니다.
“아니 한식뷔페 첨와? 그릇 이렇게 다 테이블에 놓고 가면 누가 치우라는 거야? 진짜 민폐네~”
한식 뷔페 식당 요리 직원의 한마디였습니다. 한식 뷔페는 다 먹고 자기 그릇을 퇴식구에 치워야 합니다. 가성비 넘치는 가계를 유지하려면 인건비도 아껴야 가능하기에 치우는 건 셀프, 물도 셀프거든요. 식당은 오직 요리에 집중하는 거죠.
경우가 없는 사람이 경우가 없는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을 뒷담화하는 상황을 또 누군가 정확히 짚어내는 현장이었습니다. 세상 참 신기해요.
오늘의 질문: 행복한 나눔의 시즌에 당신은 어떤 나눔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