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 인도인이 미국에 유학을 가서 가난한 고학생으로 공부한 추억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정말 그렇게까지 해서 공부를 미국에서 해야 했을까 싶을 정도로 쥐어짜면서 공부를 했더군요. 몇 가지 일화를 옮겨봅니다.
그가 미국에 공부하러 온 것은,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온 것이 아니라 꿈을 위해서, 가족의 희생 아래 왔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난이란 추상적인 느낌이지만, 그에게는 정확히 몇 컵의 쌀이 쌀독에 남았는지 아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식사를 생략하고, 병원 가는 것을 생략하고, 잠도 생략해 버리는 그런 것.
수업이 4시에 끝나면 5시부터 식당에서 테이블을 정리하고, 바닥을 닦고, 채소를 준비하는 일을 했습니다. 주말에는 주유소에서 새벽 4시까지 일을 해야 했습니다. 선채로 잠들기도 여러 번. 생활용품 구입에도 모르는 사람과 1+1 상품을 구입해 나누기도 여러 번.
식료품 구입은 마치 전투 준비에 가까웠습니다. 거주 구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모든 상점의 세일 기간을 숙지하고, 어디가 유효기간이 지난 식료품 할인이 있는지 조사하며. 한 번의 정가 구입은 한 끼 식사를 포기해야 하는 위기를 불러왔습니다.
인도의 본가에는 돈을 더 요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그의 가족들은 집안의 모든 귀중품을 팔았고, 경비를 최소로 줄였으며, 외식은 불가능할 정도로 절약을 했습니다. 모두 유학을 간 한 명의 학비를 지불하기 위해서. 따라서 그는 학비 외의 모든 것을 스스로 벌면서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맥도널드의 케첩 팩을 가져오고, 거기에 쌀밥과 남은 음식을 뒤섞어 탄수화물을 몸에 입력했습니다. 문 닫기 직전의 빵가게에 들러 $1로 도넛 한 봉지 가득을 챙기는 호사도 가끔 누렸습니다. 몇십 센트에 판매하는 라멘과 도매로 나온 피넛버터를 쌀밥에 비벼 먹기도 했습니다.
가끔 맥도널드에서 초저가 메뉴가 홍보용으로 판매되면 꼭 먹으러 갔습니다. 친구와 같이 가서 한 사람은 버거를, 다른 친구는 프라이를 먹으면서 행복해했습니다. 따듯한 음식은 실로 귀했기 때문이죠. 음식을 남기는 일 따윈 절대로 없었습니다. 남긴다면 그건 다음 식사를 그것으로 하기 위해서였을 뿐입니다. 한 번은 쌀밥과 콩 통조림으로만 열흘을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2년 동안 난방을 하지 못한 상태로 살았습니다. 난방 시스템을 고칠 돈이 없어서요. 오븐을 켜고 문을 열어놓는 방식으로 난방을 했습니다. 위험했지만, 너무 추웠습니다. 병원 갈 돈이 없어서 반드시 처방전이 필요한 약을 월마트 약국의 약사에게 애걸복걸 빌어서 간신히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옷은 당연히 구매한 적이 없습니다. 몇 벌의 옷으로 다르게 돌려 입어 마치 다른 느낌의 옷차림을 최소의 옷으로 표현하고자 애썼습니다. 다행히도 대학 주변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신발 수선을 청테이프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가난은 돈을 도둑질당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나의 존엄도 탈취당한 느낌이 들죠. 나의 기회와 시간을 빼앗고, 굴욕을 선사합니다. 아플 때도 억지로 웃게 만들고, 온몸이 부서지는 느낌일 때도 나아가게 만든다는 작은 장점이 있기는 합니다.
모든 시간이 지나고, 그는 마침내 졸업을 하고 인도로 귀국해서 고소득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부자가 된 것은 아니지만 살아가는데 동전을 세어가며 힘들어할 필요는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난했던 기억은 처절하게 남아있다고 합니다.
세일이 아닌 정상 가격을 지불하기 어려워합니다. 여전히 케첩 팩을 모아둡니다. 포장지를 재활용합니다. 피자의 에지는 당연히 그의 몫입니다. 이건 습관이라기보다는 삶의 원칙 같은 것에 가깝습니다. 한번 가난해 봤던 기억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네요.
저도 개인적으로 미국에 유학을 다녀왔지만 이렇게까지 가난했던 적은 없습니다. 딱 한 학기. 학비가 위태로웠던 적이 있었는데, 그 한 학기의 기억만으로도 저는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피자의 에지를 먹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씬 피자는 안 시켜요. 저도 케첩 팩을 모읍니다. 꼭 먹을 것이 아님에도 음식을 추가 주문하는 사람을 보면 표정이 자동으로 찌그러집니다.
Scarcity Mindset이라고 하죠. 뭐든 부족함을 준비하는 자세. 부자가 되기 위해 가장 피해야 할 마인드셋이지만, 한 번이라도 가난을 경험하고 나서는 참 회피하기 어려운 자세이기도 합니다. 자녀들에게 이런 마인드를 물려주지 않게 되어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다만, 위의 인도인처럼, 어려운 상황에도 끝내 배우고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오늘의 질문: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말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은 무엇을 하셨나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