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리니지 1세대 출신입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갔고, 제대를 한 시점은 1998년 12월입니다. 동기들보다 1년 먼저 대학과 군대를 끝냈으니 1년 정도는 영어학원 강사를 하면서 좀 쉬어볼까 생각하던 중에 리니지를 만났죠. 리니지 1이 98년 3월에 출시되었죠?
네. 다음 저의 1년은 순식간에 삭제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참 귀중한 청년의 시간을 낭비한 것 같아서 지나서 돌이켜 보니 참 아쉽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99년에 입사 후에는 딱히 리니지에 대한 애착이 사라져서 리니지를 다시 열심히 해본 기억은 없습니다. 린저씨는 아닌 셈이죠?
우리는 끊임없이 시간을 이야기합니다. 시간이 금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시간 낭비하지 마라. 이 같은 말들은 우리 삶의 배경음악처럼 깔려있습니다. 우리는 시간을 관리해야 할 귀중한 자원, 또는 달아나지 않도록 꽉 붙잡아 두어야 할 소유물처럼 대하곤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시간을 돈처럼 관리하고, 저축하려 할수록 우리는 왜 더 불안하고 쫓기는 느낌을 받는 걸까요? 어쩌면 시간은 우리가 낭비하거나, 쓰거나, 쌓아두거나, 소유할 수 없는 게 아닐까요? 시간이라는 존재는 어쩌면 present라는 현재 시점에 나의 존재를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요?
시간이 외부의 객체가 아니라, 곧 나 자신의 존재와 삶 그 자체라는 생각은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시간의 활용이라는 기준과 달리 상당히 다른 관점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내 삶의 태도나 시간에 대한 관념도 변화시킬 수 있죠.
우리가 시간을 마치 자원처럼 생각할 때 두 가지 큰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바로 낭비에 대한 죄책감과 저축에 대한 환상입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삶의 순간마다 불안해하고 현재의 경험을 놓치게 되겠죠.
우리가 흔히 시간 낭비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무엇일까요? 유튜브를 보며 멍하니 보낸 오후,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허비한 주말 등. 이때 사라진 것은 은행 잔고가 아닙니다. 사라진 것은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가 만족스럽게 채워지지 않았다는 내적인 경험입니다.
시간을 자원으로 본다면, 낭비는 손실입니다. 하지만 시간을 나 자체로 본다면 낭비는 단지 그 순간 나라는 존재가 원하는 방향으로 경험하지 못한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솔직하지 못한 행동의 결과라는 소리죠.
시간을 쌓아둔다는 말은 미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현재의 시간을 아낀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과거는 이미 지났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유일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현재의 순간뿐입니다. 그래서 시간을 쌓아둔다는 표현은 오류입니다.
우리는 돈을 저축할 수 있지만 시간을 저축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숨 쉬지 않고 미래에 두배로 숨 쉴 수 없듯이, 현재의 순간을 외면하고 미래에 더 많은 나 스스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시간을 담고 있는 나의 행동, 생각, 그리고 경험입니다.
시간이 나 자체라고 생각하면 어떤 것이 달라질까요? 내가 지금 글을 읽고 있는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목소리. 일의 성취를 위해 집중하는 몰입감. 잠시 멈춰 커피 향을 느끼는 고요함. 이런 것들이 바로 시간입니다.
우리가 숨 쉬고, 행동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이 모든 흐름이 모여 나라는 존재를 형성합니다. 따라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매 순간 나의 삶을 충실하게 경험하고, 존재하는 것이 됩니다.
이제 시간 관리 대신 내 삶의 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시계를 보며 얼마나 시간을 효율적으로 썼는가를 묻지 말고, 이 시간을 통해 나는 어떤 경험을 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시간을 잘게 쪼개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나 자신을 온전히 채우는 그릇으로 볼 때, 우리는 더 이상 시간표의 노예가 아닌 내 삶의 진정한 창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의무감에 어떤 일에 1시간을 넣는 것보다 진심으로 몰입했던 30분이 나에게 더 깊은 성장과 만족을 줄 수 있습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애쓰는 시간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휴식한 시간이 더 훌륭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질문: 지금 시간을 자원으로 관리하고 있나요? 아니면 나의 경험이나 자산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