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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이 첫째로 꼽는 인생의 실수

by 김영무
john-noonan-QM_LE41VJJ4-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John Noonan


미국의 자기계발 서적을 읽다 보면 종종 나오는 표현이 있습니다. 살면서 후회하는 최악의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이걸 깨닫는데 30년이 걸렸다는 둥의 언급도 많죠. 바로 “stop pretending to be someone you’re not.”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은 번역하면 좀 이상해져 버립니다.


파파고에서는 “자신이 아닌 척하지 마세요”라고 나오고,


구글 번역도 비슷합니다.


제미나이 AI로 번역을 하면 “다른 사람인 척하지 마세요”라고 나옵니다.


실제로 저자가 하려는 표현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감추고 거짓된 가면을 쓴 채 가장된 행동을 하는 것을 멈추라는 의미가 담겨 있죠. 즉, 타인이 기대하는, 또는 원하는 가면을 쓰고 행동하는 것을 나무라는 표현인 것입니다. 가식을 벗고 솔직한 감정을 가지고 살라는 말이죠.


저는 한국인이라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이 문장을 이해하기 좀 어려웠습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왜 구태여 다른 가면을 쓰고 살아? 구분하기 귀찮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죠. 약간 맘 내키는 대로 살아온 것이 들키고야 말았나요?


네, 저는 눈치가 없습니다. 둔합니다. 주변 소문에도 둔감합니다. 평판 작업 같은 거 절대 못합니다. 정치질? 완전 잼병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아는 것을 가장 늦게 듣습니다.


그래서 실무자 시절에는 참 일을 잘한다 했는데(일에만 몰두해서?) 차장급이 되고 나서는 일 잘한다 소릴 별로 듣지 못했어요. 벤처기업에서 간신히 임원을 달고 개인적인 이유로 은퇴를 선택했습니다. 한마디로, 눈치가 없어서 사회생활 잘 못한 편이었다는 소립니다.


의외로 미국인은 친절합니다. 물론 그들도 뒷담화로 유색인종을 놀리고 아시아인을 깔보고 그런 거 있겠죠. 그런데 앞에서는 아주 친절합니다. 나이스 가이라는 가면을 장착합니다. 그리고 아주 열정적인 척합니다. 열정이라는 단어는 미국인의 피에 타고난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런 모든 것을 때려치우라는 소리가 바로 stop pretending to be someone you’re not입니다. 자신의 진짜 감정에 좀 충실해야 비로소 자유로워진다고 주장하는 거죠. 다른 사람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평생 가면을 쓰지 말라는 말입니다.


어떤 사람은 당신을 무얼 해도 좋아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당신을 무얼 해도 싫어할 겁니다. 양자 간에 어떻든 심리적인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둘 다 상관할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 나오게 되죠.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대단한 해방감을 줍니다. 미국인들은 아마도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상적인 남자와 여자라는 프레임이 상당히 강력한 모양이에요. 그러니 그걸 깨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매일 반복됩니다.


대한민국은 어떤가요? 우리도 남의 눈치를 보는 문화가 아주 깊숙하게 박혀있지 않나요? 공동체 문화가 오래된 아시아의 문화권에서는 튀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다 같이 행동하는 전통이 오래도록 유지되었죠. 당연히 눈치가 빠른 사람이 성공했습니다. 딱히 나쁘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평생 그렇게 살면 좀 피곤하지 않을까요? 진짜 자유를 얻는 사람 맞나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좀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눈치 보지 말고요. 그리고 의외로 사람들은 다들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바, 타인에게 그렇게나 신경 쓰지 않는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진짜 회사에서의 행동과 집에서의 행동이 완전히 다른가요? 아니면 비슷한가요? 가면을 쓴 수준으로 다른가요? 아니면 약간 다른 정도? 저는 별로 다른 걸 모르겠는데, 완전히 다른 사람 몇몇을 알기는 하죠.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질문: 당신은 가면이 편하나요? 아니면 맨얼굴이 편하나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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