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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업으로 하면 속이 썩어나갈 듯

by 김영무
lena-fedorov-n5SztFDkyYo-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Lena Fedorov


저는 하루에 2시간을 운전합니다. 아침에 막내 등교시키느라 30분, 집으로 복귀하느라 30분, 오후에 하교를 위해 학교에 가느라 30분, 다시 집으로 아이와 돌아오는데 30분. 그런데 그 2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은 서울에서의 운전은 참 고통스럽다입니다.


저는 운전을 하면서 욕을 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혼자서 운전을 한다고 해도 누군가 급하게 끼어들면 나지막하게 씨 X. 한마디 하는 수준? 또한 급가속이나 급정거를 하는 타입도 아니죠. 경제운전을 위해 엑셀이나 브레이크를 급하게 누르는 걸 싫어합니다.


되도록이면 급하게 끼어든 차를 보면서 그래. 급한 일이 있겠지.라고 되뇌며 속으로 삭이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운전하는 운전직에 종사하는 분들은 도대체 어떤 마음속 고생을 하고 있을지 생각해 보면 아득합니다.


어쩌면 그들은 거의 도를 깨친 수준으로 이래도 허허. 저래도 허허하는 사람들일까요? 아니면 혈기를 부리며 누군가 내 앞을 끼어들기만 해라! 눈을 부라리며 운전을 하실까요? 그렇다고 사고를 낼 수는 없고, 그냥 속으로 삭이는 중일까요?


택배 기사님들의 트럭은 넘어가겠습니다. 저도 택배 많이 시키니 그분들은 대중을 위해 힘든 업무를 하는 셈이니까요. 공사장 장비나 트럭도 인정합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열심히 건설하시는 거니까요. 경찰차, 소방차, 병원차는 당연히 예외입니다.


제 눈에 가장 거슬리는 차는 커피숍 앞 찻길에 차를 떡하니 세워두고 커피 주문하는 사람입니다. 아니, 출근시간에 이런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사람일까요? 그 차 한 대로 밀리게 될 수많은 차와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생각하지 않나요?


그다음으로 꼴 보기 싫은 차는 ‘긴급 의약품 수송’이라는 딱지를 붙인 약품 배달 차량입니다. 약국 앞에 찻길에 주차해서 길을 막고 자기네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병원에 긴급하게 납품하는 것도 아닌, 자기네 약국 고객에게 정기적으로 배달을 하는 일이 왜 긴급 의약품 수송입니까?


빨간 신호등 무시하고 달리는 차를 본 적은 없습니다. 간혹 오토바이는 무시하더라고요. 그런데 빨간 보행 신호등 무시하고 횡단보도에 뛰어드는 아주머니,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는 매일 봅니다. 터무니없이 위험하고 운전자들의 속을 쓰리게 하는 행위죠. 아주 미쳐버리겠습니다.


택시 기사님들은 중간쯤에 위치합니다. 미리 비상등을 켜서 누가 타거나 내릴 거라고 뒤차에 알려주시는 신사적인 기사님이 있는가 하면, 급정거로 뒤차를 당혹시키는 기사님도 있습니다. 끼어들기를 한 뒤에 감사 비상등을 올리는 기사님과 아닌 기사님이 반반 정도 되는 거 같아요.


일반 자가용의 경우 감사 비상등의 활용은 많이 떨어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적극적으로 감사 비상등을 사용합니다. 100%는 아니지만 차선을 변경할 때는 거의 항상 사용합니다. 제가 뒤차로 감사를 받아보니 기분이 확 다르더군요. 그래서 저도 매일 차선 변경할 때마다 감사 비상등을 켭니다.


약간 신기한 부분은, 비싼 차량, 즉 대형 수입차의 경우 감사 비상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약간 더 높은 느낌? 이건 느낌일 뿐이라 확실하게 수치로 확인된 건 아닙니다. 어쩌면 상식적이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더 돈을 잘 번다라는 희망 섞인 느낌일지도?


하루를 살아가며 타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정겨운 인사 한 번이 얼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아시나요? 그렇다면 운전을 하면서도 감사 비상등 표시로 주변 차량에게 작은 행복을 나눠주시는 것은 어떤가요?


오늘의 질문: 당신은 오늘 운전하면서 감사 비상등을 사용했나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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