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은 보지 못한 가치를 발견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by Kevin Seo 서승교


디자인 싱킹에서의 창의성은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한 가치를 발견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기존의 디자인에서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을 창의라고 정의해왔었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할 것 없이 기존의 것과 다른 형태, 다른 플로우를 가진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창의로 정의되었던 것이죠. 여기에 이 요소들이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비해서 월등히 나아서 사람들이 기꺼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아들이게 된다면 이것은 단순히 창의가 아닌 차별적 경쟁력을 가진 창의로 정의되었습니다. 이는 기업의 매출 증가와 생존에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기존과는 다른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형태가 다르고, 색이 다르고, 작동 방식이 다르고, 플로우가 다른 각종 디자인들이 시시각각 세상에 선보이고 있죠. 하지만 이렇게 세상의 빛을 보게 된 디자인들 모두가 성공적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기도 힘들고 그 생명력 또한 매우 짧습니다.


우리가 보통 차별적 디자인이라고 할 때, 이를 눈에 보이는 시각적인 자극이나 신체 기관을 통해 측정되는 요소들을 바꾸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이는 매우 단순한 상대적 차별화에 대한 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경쟁에서 차별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고, 고객들에게 차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는 의미입니다. 일반 고객들이 느끼는 차별화는 신체 기관으로 측정된 값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접하면 그들의 신체기관으로 측정을 하려고 듭니다. 이는 제품이 얼마나 기존 대비 차별적인가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제품이 얼마나 나의 생활에 가치가 있는 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죠.


다시 말해서, 고객들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크기, 색상, 형태, 무게, 질감, 심지어 냄새까지도 직접 확인하고 이 정보들을 모아서 그들의 생활 가치로 치환하는 작업을 매우 빠른 속도로 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들의 기존 대안들을 대치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느껴질 경우에 비로소 지갑을 열고 새로운 제품과 디자인을 그들의 생활 속에 받아들이게 됩니다. 아무리 혁신적인 컬러와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고객들은 찬사를 보낼지언정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교환하는 행위는 선뜻하지 않습니다. 간단한 예로 빨간색 자동차가 예쁘긴 하지만 실제로 이를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도 이를 일부 설명하는 것이죠.


디자인 싱킹이 기존의 디자인이나 마케팅의 신제품 생산 방식과 다른 점 중 하나는 바로 이 차별적 경쟁의 포인트를 어디에 두고 있는 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경쟁 패러다임의 경쟁은 기존 기업들과의 경쟁입니다. 늘 시장 선도자가 있고 그들과의 경쟁을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 수준을 경쟁자의 품질 수준으로 올리거나 그들보다 먼저 몇몇 피쳐를 넣은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 차별화의 전형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 전략은 매우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유는 그 누구도 행복한 방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업 간 경쟁의 속도는 빠르니까요.


디자인 싱킹에서의 차별화 대상은 산업 내 경쟁자나 선도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본원적인 가치가 극복해내야 할 경쟁의 목표가 됩니다. 사람들이 의례히 인정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이용에서 얻게 되는 가치를 대상으로 이를 업그레이드시키거나 부가적으로 제공할 수 가치를 디자인 차별화의 목표로 삼고 디자인합니다. 물리적인 형태의 디자인은 이 가치 디자인이 이뤄지고 난 이후에 가치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다시 진행되는 것이죠. 그리고 고객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과정에서 때로는 아무것도 새로운 것을 만들지 않거나 혹은 기존의 것에서 몇몇 요소를 제외시키기도 합니다. 이는 디자이너들의 측정되는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야 하는 창의의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도 있습니다.


디자인 싱킹에서 만들어지는 가치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다만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했거나 간과했던 숨은 가치들이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디자인 싱커들은 고객과의 공감 활동을 통해 그동안 보고 있지 못했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의 느끼는 수준의 새로운 부가 가치로 만들어 내는 일을 해야 합니다. 이과정에서 때로는 제품과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본원적 가치를 치환해야 하는 일도 발생하는데 이 대표적인 사례가 업사이클링이 될 수 있겠습니다. 더 나아가서 생각해 본다면 "재생"이라는 키워드가 붙은 디자인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존의 가치를 그대로 살려내는 디자인은, 복원이라고 정의할 수 있고 기존의 가치에 무언가 추가된 가치가 더해질 때, 이를 재생 디자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생 디자인에 있어서 부가된 가치의 창출이 중요한 이유는 본원적 가치의 복원 디자인은 이미 경쟁력을 잃어버린 제품과 서비스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역할밖에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대안을 선택한 고객들의 마음을 다시 바꾸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죠. 따라서 재생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쟁의 프레임을 만들어 주고 그 틀 안에서의 가치 경쟁으로 바꿔주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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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어느 병원 장례식장의 주차권입니다. 한 장의 주차권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날마다 일자 도장을 찍고 도장이 다 찍힐 때까지, 혹은 주차권이 헤져서 못쓸 때까지 사용하는 방식이네요. 이 주차권은 이용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있을까요? 방문객에게 기존의 설루션 대비 증진된 가치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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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디자인 전시회장의 한 코너입니다. 다양한 색의 니트를 걸어두고 올을 풀어 사람들들에게 다시 실패 뭉치에 감도록 하는 퍼포먼스인데요. 잘 짜인 니트를 풀어 색상별로 뭉치에 감아놓으니 원래 있던 니트는 사라지고 여러 가지 컬러의 실패만 남네요. 이 퍼포먼스는 참여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있나요? 니트가 가지고 있던 본원적 가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새롭게 만들어진 실패 뭉치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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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오래된 라디오를 전시하고 있는 카페입니다. 아주 오래된 엔틱 라디오들이 실내 가득히 전시되어 있는데요. 인테리어 효과가 좋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이 라디오들은 대부분 작동되지 않는 것들인데요. 그럼, 이 라디오가 새롭게 가지게 된 가치는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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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업사이클링으로 유명한 프라이탁의 토트백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도 많이 오염되어 있는 모습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가로 팔리고 있습니다. 이 가방이 원래 가지고 있던 가치는 무엇이 었을까요? 지금 이 가방이 사용자에게 어필하는 가치는 어떤 것들일까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에 돈을 지불하고 이 제품을 사는 것일까요? 프라이탁의 경쟁 영역은 어디일까요? 기존의 기성 가방 제조 메이커들과 같을까요?


가치 차별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고객 가치 발견은 결국 고객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 리서치 실시와 이의 분석을 통해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을 때 가능합니다. 따라서 디자인 싱커들을 보이지 않는 고객들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신안(神眼)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가치 발견의 눈을 뜨이게 하는 방법은 직접 보고 분석하는 것이 왕도입니다. 스마트폰과 PC 화면을 통하지 말고 말이죠.


++제로 디자인, 마이너스 디자인은 모두 그 안에 고객에게 제공되는 새로운 부가 가치가 담겨 있을 때 성공적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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