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디자인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일반인들의 경우 "디자인"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모든 말들에 대해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기대합니다. 이것은 아마도 지금까지 디자이너들의 수많은 작품들에는 심미적 요소가 기본적으로 담겨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일반인들에게 디자인을 '보기 좋게 만들기'라는 정의로 개념화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저도 디자인의 결과물이 심미적이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이라면 아름다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름답다'는 말이 가진 의미를 풀어봐야 하는데요. '아름답다'라는 말은 인간의 감정을 표현한 말입니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인간의 다양한 감각 기관으로 인식된 정보를 사람의 인식과 마음을 통해 처리한 결과 느끼게 되는 감정 상태 중의 하나가 '아름답다'는 말이 되겠지요. 이러한 정의에서 본다면, 디자인의 결과물이 '아름답다'라고 느낄 때는 시각적 자극에 의한 정보만을 의미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또한 '아름답다'는 반응은 자극 즉시 갖게 되는 즉흥적이고 일시적인 감정 상태일 수도 있고, 일정 시간이나 기간이 지난 후에 갖게 되는 좀 더 긴 호흡의 감정일 수도 있겠죠.
시각적 자극에 의해 즉흥적으로 갖게 되는 감정은 '보기 좋게 만들기'로 정의되는 디자인의 영역이고, 그 외의 자극을 통해 갖게 되는 '아름답다'의 감정은 '쓰기 좋게 만들기'로 정의되는 디자인의 영역입니다. 이 둘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의미가 있냐를 절대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디자인을 '보기도 좋고, 쓰기도 좋게 만들기'로 정의해야 한다는 제 생각에는 동의하실 것이라 생각되네요.
좋은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내릴 때도 디자인의 결과물이 '보기 좋은지' 혹은 '쓰기 좋은지'의 어떤 기준을 이용할 것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하는데요. 대부분의 경우 디자인의 결과물을 평가할 때, 사용자의 문맥에서 평가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기 좋은' 디자인의 기준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디자인=보기 좋게 만들기'의 공식을 더 확고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죠.
여전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디자인의 결과물이 담고 있어야 하는 것에는 동의하면서 어떻게 하면 '쓰기 좋은'을 디자인 결과물 평가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왜 디자인하는가?"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디자인을 하는 목적은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서, 혹은 사용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정의할 수 있을 텐데요. 그렇다고 하면 디자인의 방향성은 고객의 핵심 목적 즉, 니즈를 해결해 주는데 얼마큼 기여를 하고 있는가를 평가해 보아야 하는 것이겠죠.
이를 위해서는 디자인 수혜자의 문맥에서 디자인이 얼마큼 고객의 핵심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고 있는 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이라면 다소 심미적 완성도가 떨어져도 좋은 디자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보기에 뛰어난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고객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1. KTX를 이용 중인 한 승객이 본인의 스마트폰을 앞좌석 포켓에 거치하고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잘 디자인된 거치대를 이용한 것이 아니고 버려진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심미와는 거리가 있는 제품을 재활용이긴 합니다만, 승객이 원하는 니즈는 충분히 해결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좋은 디자인을 한다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사진 2. 거리에서 발견한 이발소 광고 판입니다. 아름답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히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입니다. 이 광고를 설치한 이발소 사장님의 목적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이 목적은 이 디자인을 달성되었을까요? 더 나은 아이디어는 무엇이 있을까요?
사진 3. 회의실 예약 시스템이 설치된 한 회사의 회의실입니다. 회의실 밖에는 회의실 예약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있는데요. 이 회의실 이용 구성원들은 그 위에 포스터 잇으로 이용 중임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예상컨데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를 수리하기 위한 절차보다는 점유를 표시하는 원시적? 인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상황에서 이용자의 목적 달성을 위한 디자인은 포스트잇이었겠죠?
사진 4.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디지털 버스 운행 정보 디스플레이입니다. 상당히 잘 정돈되고 시각적으로도 뛰어나 보이는데요.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눈에 별로 띠지 않았습니다. 더 좋은 디자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사진 5. 실내 애완동물 입장이 가능한 몰에 설치된 배변봉투 자판기입니다. 직관적으로 무엇을 위한 자판기인지 알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버튼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뽑아 쓰는 타입의 배변봉투 제공과 자판기 어떤 것이 더 이용자의 목적 달성에 효과적일까요?
+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는 고객의 핵심 목적이 무엇인지를 잘 알아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고 중요한 과정입니다.
++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도 있지만, "빛깔 좋은 개살구"라는 속담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