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싱킹은 표면이 아닌 본질을 혁신하기 위한 사고.

by Kevin Seo 서승교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디자인 싱킹을 어떻게 할 수 있은가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두 가지로 정리해보자면, 먼저 디자인 싱킹의 접근이 기존과는 다르게 느껴지거나 트렌디한 키워드여서 나도 할 줄 안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말로 혁신을 원하는 기업이나 사람들이 정말 성과를 내고 싶어서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바람들을 캐치해서 수많은 이론가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디자인 싱킹을 선도하는 기업이나 전문가 집단을 연구하고, 그들이 일하는 방법을 프로세스 화하고 이를 교육해 오고 있는데요. 이쯤에서 과연 이렇게 디자인 싱킹을 이해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디자인 싱킹에 대한 두 가지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시죠. 먼저, 디자인 싱킹이 그야말로 트렌디한 키워드이기 때문에 알려고 하는 것은 제 생각에 지극히 팔로워 기업들의 전형적인 행태입니다. 대개의 경우 기업의 실무자들은 관행적으로 새로운 키워드에 관심을 보입니다. 비록 그 본질이나 결과가 과거의 방법이나 시도들과 다르지 않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방법이나 절차가 새로워 보이기만 하면 됩니다. 기업에서 중요한 것은 성과일 텐데, 왜 실무자들은 새로워 보이는 방법이나 키워드에 집중할까요? 그것은 기업의 차별화 경쟁 논리가 구성원들에게도 확산 수용되어서인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조금이라도 경쟁사 혹은 경쟁자와 다른 접근방법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관심을 많이 받을 수 있게 하기 때문이죠.


정말 혁신을 원하는 기업이나 사람들이 디자인 싱킹을 어떻게 하는가에 관심을 갖는 것은 성공했거나 선도하는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배워서 그대로 적용하면 그 회사와 똑같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전제를 암묵적으로 가지고 있어서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기업의 숙련공이 생산성을 높이는 제조업이나 일이 정형화된 프로세스로 이뤄진 산업의 전통적인 믿음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성과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효율에 대한 부분인 것이죠. 시장의 판도를 바꾸거나 혁신을 달성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태도를 가지고 디자인 싱킹의 방법을 학습하면 나름의 변화를 이끌어내게 되는 데요. 하나는 좀 더 소프트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내게 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업이 원래 만들고 있던 제품이나 서비스의 외관이나 표면적인 기능 및 서비스의 개선이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은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던지 과거와는 다른 고객 가치, 기업 가치를 만들어 내는 혁신을 달성하기는 어렵습니다. 조직 문화가 창의적이 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은 디자인 싱킹이 아니더라도 좋은 방법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혁신을 경쟁사와의 차별적인 경쟁 우위를 만드는 일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접근해 보더라도 모든 기업들이 디자인 싱킹의 방법을 똑같이 이용한다면 그것 자체가 차별적 경쟁 우위라는 말과는 모순이 되는 일이죠. 개선은 가능하지만 혁신은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디자인 싱킹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고 숙련되었다고 해서 혁신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프로세스나 방법론 너머에 있는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혁신에 이르는 길입니다. 모든 전문가들이 그렇겠지만, 어떤 일이나 방법의 본질을 알고 있으면, 어떤 수단이 주어지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디자인 싱킹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잘 이해하고 있으면 굳이 정해진 프로세스와 방법론을 이용하거나 따라는 것이 아니어도, 혁신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싱킹을 하는 목적은 혁신하기 위함이고 혁신의 성과는 외관이나 기능의 변화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고객 추구하는 가치를 담은 전혀 새로운 본질의 가치, 제품, 서비스의 개발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IMG_9946.JPG

사진#1. 서울에서 운행 중인 전기 버스의 노약자석입니다. 무려 5개의 픽토그램으로 이 좌석이 어떤 용도인지를 설명하고 있네요. 외형적으로 좋아 보입니다만, 기존의 방식과 비교했을 때 본질적인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어떤 메시지가 고객에게 전달되고 어떤 가치를 고객들이 느끼게 될까요?

IMG_9654 복사본.JPG

사진#2. 서울시내버스에 부착되어 있는 운행 시간 및 요금 관련 안내 표지입니다. 깔끔한 느낌이어서 좋기는 한데, 누구를 위한 안내 표지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인 신용카드나 티머니로 요금을 지불하고 버스 운행시간은 정류장에서도 알려주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 표지판은 외국인 용인 가요? 설명은 한글로 되어있습니다만... 깔끔해졌는데, 이로 인해서 어떤 고객가치가 생겨났는지는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IMG_0755.JPG

사진#3.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발견한 음원 USB 모습입니다. 외관적으로 기존의 카세트테이프나 CD의 진열 방식보다 깔끔하진 않습니다만, 고객 가치적으론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을 것 같네요. 보관이 편하고, 선곡이 되어 있으니 빠르게 선택해서 듣고, 심지어 폐기까지도 쉬워 보이는데요. 다만 분실의 위험은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IMG_0170.JPG

사진#4.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발견한 폰부스입니다. 지금 좀처럼 찾기 힘든 공중전화 부스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이 부스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위한 부스입니다. 실제로 안에는 충전할 수 있는 포트와 콘센트 그리고 테이블과 의자만이 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중요한 전화를 해야 할 때 그 가치가 더 느껴질 것 같네요.

IMG_9881.JPG

사진#5. 한 병원 냉장고에 붙어있는 직원 무드 표시 판입니다. 각 구성원들의 이름과 이미지에 자신의 감정상태가 어떤지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끼리 참고할 수도 있지만, 대면 감정 노동을 해야 하는 곳이라면 방문객이나 손님들도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훌륭한 예술가들은 피나는 연습을 통해 본질에 다가가려고 노력합니다. 혁신은 본질이고 디자인 싱킹은 연습입니다.


++ 고객에게 기존의 제공되는 가치를 더 잘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개선이고, 기존에 없던 가치를 제공해 주는 것이 혁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