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싱킹에서 고객 공감의 의미
" ㅇㅇㅇ 프로젝트를 하는데 주민 참여 서비스 디자인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데요. 그래서, 주민들이 뭘 원하는지 조사해서 결과를 넣으려고 하는데... 그 마을 유지분들 좀 만나서 의견 좀 듣고 하면... 어차피 주민들이 잘 알지도 못하고, 일정도 별로 없고 하니 분석 보고서만 잘 쓰면 되겠죠."
" 이 워크샵은 서비스 디자인의 방식을 적용할 거예요. 여러 주제를 다룰 껀데, 시간제한이 있으니 빠르게 생각을 그룹에서 공유하고 포스트잇에 적어서 전지에 붙여주세요. 각 주제당 15분입니다."
최근 디자인 싱킹, 서비스 디자인을 하시는 분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입니다. 이에 대한 제 반론을 펼치지는 않았지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자인 싱킹, 서비스 디자인 등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정부 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이의 적용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입니다. 이는 혁신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을 고객에게 집중하였다는 것이어야 하는데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입니다.
주민 참여의 키워드가 중요시되는 정부 기관에서는 사후 관점의 공청회나 설명회의 또 다른 버전으로 사전 개념의 주민 인터뷰를 진행하고, 기업에서는 일상적인 마케팅 조사의 정성적인 버전으로 디자인 리서치를 여기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시 말해서, 본질보다는 형식이 먼저 도입된 것이죠. 기계적으로 진행하고, 관행대로 고객 공감의 의미보다는 참여의 형식 즉, 행위가 포함되면 디자인 싱킹을 적용해서 고객과 공감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본래의 의미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형식 만을 적용하거나, 고객 공감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혁신의 결과물들은 고객 혹은 주민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고, 최대한 관대하게 보아도 기존의 혁신 결과물들과 같은 수준의 아웃풋만을 산출할 뿐입니다.
그럼,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제가 볼 때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1. 차별적 혁신에 대한 기업 간, 정부기관 간 속도전
기업이나 정부는 늘 경쟁상황에 놓여있고, 이 때문에 경쟁자보다 먼저 혹은 경쟁자와는 다르게 해야 한다는 강박이 조직의 리더들에게는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괜찮은 사상이나 방법이라면 빠르게 적용해서 빠르게 아웃풋을 얻고자 하고 이를 아랫사람들에게 지시합니다. 아무리 좋은 사상과 방법도 숙련되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2. 디자인 싱킹이나 서비스 디자인 옹호자들의 태도
디자인 싱킹을 주창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부의 성공 사례를 강연을 통해 듣거나 이론적으로 접한 이후에 옹호자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디자인 싱킹이나 서비스 디자인에 대해 알기는 하는데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의미이죠. 거기에 더해 자신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디자인 싱킹을 빨리 자기가 속한 조직에 전파하고 싶은 욕심도, 그리고 여기에 대한 리더쉽을 자신들이 가져가고 싶어 하는 욕심도 있죠. 이러한 생각은 조바심을 갖게 하고 이 때문에 일단 알리는 일에 집중합니다. 제대로 알리거나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뒷전이 됩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기본기가 제대로 익혀지지 않고 나쁜 습관이 들면 나중엔 고치기 어렵습니다.
논의를 다시 돌려서 고객이나 주민 공감의 난이도를 이야기해보죠.
몇 번의 글에서 제가 강조했다시피 고객과 제대로 공감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누구를 만나야 할지, 무엇을 관찰하고, 무엇을 물어야 할지에 대한 준비는 너무 당연한 준비 과정일 뿐이고, 좀 더 세밀한 계획과 분석이 사전에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표현은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솔루션은 아닙니다. 그들이 알고 있는 해결책 가운데 최상인 것뿐인 것이죠. 고객이나 주민들이 해주세요. 하는 걸 제공한다고 그들의 니즈가 충족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주민이나 고객 참여는 고객 공감을 위한 아주 기본적인 행위일 뿐이며 고객이 참여하고 그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고 해서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을 진행하는 관점에서의 지금까지의 고객이나 주민참여의 방식은 주로 대상 지역이나 고객층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주는 방식을 취해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그래야 사업이 별 탈 없이 진행되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사업 진행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결과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결국 실패한 혁신이 되고, 사람들에게 "디자인 싱킹 해봐도 서비스 디자인해봐도 뭐 별거 없네"라는 인식을 갖게 할 뿐입니다.
제대로 된 고객 공감은 혁신의 성공을 높이는 아주 중요한 과정입니다. 빠르게 하는 것보다는 제대로 그리고 깊이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피니언 리더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서지 않는 실제 사용자의 니즈를 발견하고 분석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연구자도 사용자와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공감이고 그래야 경쟁자도 못 따라오고 고객이나 주민들은 감동하는 혁신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사진 #1> 어느 동네 담벼락에 설치된 구조물입니다. 주민 참여 서비스 디자인의 결과물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이게 무슨 용도인지 무슨 의미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 구조물을 이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사진 #2> 지하철 9호선의 열차 운행시간 변경 안내입니다. 열차량이 부족하고 이용 고객이 많아 이용 고객들의 원성이 높았던 노선이었는데요.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증차를 하고 운행 시간을 조정했다고 하는데 승객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 안내판에는 효율적인 운행이라는 장점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효율일까요?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아는 것이 공감입니다.
++빠르게 만든 것보다는 제대로 만든 것이 더 오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