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는 달리 디자인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기업이나 기관을 막론하고 지속적 성장의 성공 요인으로 디자인의 중요성과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죠. 또한 디자인의 의미도 과거와 달리 가치 창조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사람들도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와 더불어 디자인의 역량을 확산시키기 위한 많은 시도들이 각종 교육 프로그램과 대학의 정규 교과 과정으로 열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왜 디자인(혁신)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한 고민은 현재 디자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생각해 봐야 할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질문에는 각자 다른 답을 할 수 있지만, 저는 결국 사람들의 관점에서 답을 찾아보는 시도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아마도 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가장 자연스러운 과정은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제품을 접하고, 이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에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제품을 소유하게 되면 갖게 되는 차별성과 정체성이 사람들을 디자인 중독에 빠뜨리는 것이죠. 즉 사람들은 디자인 제품이 가진 객체로써의 아름다움과 매력에 의해 디자인 관여가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사람들의 디자인 관여가 생기고 깊어지면 단순 소유의 욕구를 넘어서 창작의 욕구로 발달하게 됩니다. 즉, 만들어진 디자인 제품을 발견하고 소유하는 가치를 넘어서 보다 차별적이고 취향에 맞는 제품을 스스로 디자인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은 디자인 관여의 욕구 수준에서 머물고 소수의 사람들은 창작의 욕구로 진화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인정을 받고 싶어 하죠. 그리고 여기까지는 순수 예술의 창작 동기와도 유사한 속성을 보입니다.
3. 창작의 욕구가 생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디자인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배우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형태 디자인을 따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툴을 다루는 법도 알고 싶어 하죠. 즉, 창작의 욕구가 배움의 욕구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창작 욕구와 배움의 욕구는 마치 공식처럼 연결이 됩니다.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만드는 법을 배워라"
4. 이제부터가 사실 중요한 고민의 지점입니다. "배우고 배운 대로 만들고, 배우고 배운 대로 만들고" 그럼 남들과 차별성을 갖고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고 하는 디자인하는 원래의 동기는 충족이 되고 있는가? 나는 왜 디자인(혁신)하는가? 의 질문의 답에 대한 갈증이 커가는 것이죠.
물론 사람들에 따라서 4번의 단계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3번의 단계까지는 어떤 관련 직업에 종사하던 동일한 패턴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의 촉망받는 디자이너이던, 스타트업이나 에이젼시의 디자이너이던, 저명한 학교의 디자인 전공 교수이던, 디자인 회사의 대표이던, 디자인 관련 기관의 공무원이던 말이죠.
직업 적면에서 보면 우리가 디자인하는 이유는 다른 직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생존하기 위해서"이죠. 직업적 전망을 고려해서 학생들은 디자인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연봉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 직장인 디자이너들은 회사가 원하는 디자인을 하고, 정년을 보장받기 위해서 디자인 전공 교수들은 논문을 쓰고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하지만 이 이유만으로는 우리가 디자인을 하게 된 계기나, 지속적으로 이 일을 해야 하는 동기를 충족시켜주지 못합니다.
"당신은 왜 디자인을 하나요?" 이 질문에 고민이 디자이너가 되는 혁신가가 되는 첫 번째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디자인할까", "어떻게 디자인할까"에 대한 고민과 배움은 그다음이죠. 그리고 "왜?"에 대한 자신만의 명확한 생각이 있으면 무엇을 디자인할 것인지,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배워서 만든 것(디자인한 것) 보다는 차별적이고 아이덴티티가 확실할 테니까요.
디자인 싱킹은 "왜"에 대한 고민에 관한 사상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으로 고객 중심을 강조하죠. "왜, 디자인하는가?"에 대한 답으로"고객에게 그들에 진짜 원하는 가치를 창조하고 전달하기 위해서"임을 제안하는 것이죠.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들을 위해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들에게만 "디자이너", "혁신가"라는 호칭을 불러줍니다.
<사진 #1> 어느 카페 화장실 변기에서 발견한 레버입니다. 변기 시트를 올려야 할 때 이용자가 갖게 되는 심리적 불편함을 간단히 해결해 주고 있네요. 디자인이 혁신이 꼭 그 크기에 관련된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 #2> 역시 어느 카페의 천장에 달린 에어컨의 모습입니다. 바람이 나오는 송풍구에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액세서리가 달려있네요. 찬바람을 직접 맞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느 디자이너가 창작해낸 제품으로 보입니다.
<사진 #3> 거리에서 발견한 스몸비 앱 장치입니다. 아마도 앱을 설치한 스마트폰 사용자가 일정 반경 안으로 들어오면 주의를 주는 장치로 보이네요. 여러 가지 궁금증과 아쉬움이 드는 창작물입니다.
+ 여러분은 왜 디자인(혁신)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