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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vin Seo 서승교 Jan 19. 2020

놀랍기만 한 것은 혁신이 아닙니다.

매년 초가 되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국 가전 전시회 (CES)가 열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세계 각국의 제조업체들이 참가해서 그들의 발명품을 전시합니다. 이 전시회에서 많은 스폿라이트를 받은 제품들은 앞에 Best라는 수식어와 Innovation이라는 수식어가 주어지게 됩니다. 기술을 중요 자원으로 하는 기업으로써는 매우 영광스러운 타이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기술적 플래그쉽(Technological Flagship)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고 이는 그만큼 기술적 우월성을 세계에 드러내는 것이니 마케팅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타이틀일 것입니다.  CES 이외에도 독일에서 열리는 IFA, Cebit, 스페인에서 열리는 MWC 등 다양한 유사 전시회가 있는데요. 모두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죠.  이러한 행사들이 열리고 나면 언론에서는 앞다투어 각 기업들의 신기한 발명품을 앞다투어 소개하고, 또 은근히 업체들 간의 경쟁심을 자극시키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소비자들도 이를 은근히 기대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술적인 개선이나 발명에 대해서는 훨씬 더 자세하고 친절한 내용들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해 보실 수 있을 것이므로 전 디자인 싱킹과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이러한 전시회들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론 이러한 전시회에 소개되는 제품들에 Innovation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때는 좀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혁신의 기본적인 정의와 성격을 고려할 때, 단기적 관점보다는 장기적이고 잠재적인 관점에서 새로 나온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의 영역에 포함시킬 것이냐 아니냐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종종 혁신과 발명을 혼돈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둘은 모두 기술적 충격( Technological Impact) 혹은 발전을 공통적인 요소로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CES 같은 전시회에 출품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대부분 기술적 충격을 세상에 주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혼돈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기술적 놀라움만을 제공하는 발명은 혁신이라 부를 수 없습니다. 이는 마치 과거의 서커스나 프릭 쇼처럼 한 번쯤 보고 싶은 신기한 것들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할 뿐, 이를 소비자들의 생활로 받아들이는 것과는 차이가 있죠. 물론 흔히 이야기하는 Wow 요소가 사람들의 구매 욕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는 역시 기술적인 캐즘(Chasm)의 골짜기를 매우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생명력 또한 길지 못한 한계에 곧 부딪히게 되죠. 뭐 어쩌면 업체들 입장에서도 그들의 기술적 우월성을 통해 고객들을 놀라게 하려고 이러한 전시회에 참여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미국 소비자 가전 전시회의 명칭은 Consumer Electronics Show이고, 모든 Show의 성지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혁신하면 떠올리는 유명한 회사들은 대부분 이러한 유사한 성격의 전시회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 건 생각해 봐야겠죠. 


그럼 감히 혁신이라 부를 수 있는 기술적 발명품은 어떤 요소들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요?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은 (그림 #1)과 같습니다.  5가지의 요소, Technological Impact 요소를 기반으로 A.B.C.D.로 시작하는 4가지의 성격의 유추가 가능하다면, 혹은 증명이 가능하다면 혁신이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세부적으로 설명하면...

1.  Technological Impact(Wow요소) :


기술적인 놀라움은 매우 중요한 혁신의 트리거입니다. 대부분의 혁신은 신기술 혹은 기술적인 발전에 의해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발명과 혁신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요소이기도하죠. 이 기술적 임팩트 요소가 사람들에게 놀랍다는 감상 이외의 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이는 혁신이 아니라 동일 경쟁 시장 안에서의 진보로 보아야 하고 놀라움을 넘어서는 새로운 것들이 가늠된다면 이때부터 혁신의 여부를 판단해 볼 수 있습니다. 


2. Additional Value(추가적 가치) :


혁신이 사용자들의 수용과 지속적 사용을 통해서 완성되는 것임을 전제로 할 때, 기술적 임팩트의 요소가 사용자가 기대하지 않았던 가치를 추가적으로 혹은 전혀 새로운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 혁신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는 직관적으로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CES에 소개된 제품들 가운데 "신기하다"를 넘어서서 "우리 집에 당장 들여다 놓고 싶다"라는 느낌이 드는 제품이 있다면 이는 사용자들에게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3. Business Model(사업모델, 수익) :


최근에는 제품과 서비스가 별도로 소개되는 경우보다는 이들이 합쳐진 형태의 발명품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요. 우리가 혁신을 이야기할 때는 늘 사업 모델 혹은 수익 모델도 함께 고려해봐야 합니다. 큰 회사들은 그들이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가지고 가고 싶은 마음에 마치 마일스톤을 놓듯이 발명품을 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기하기는 한대 한편으로 어떻게 돈을 벌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한 경우도 많습니다. 국가나 사회 시스템의 제도나 인프라와 달리 기업의 서비스나 제품은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면 오래 유지되기가 어렵습니다. 도대체 수익을 어떻게 낼 수 있을지가 보여야 합니다.


4. Customer, Client(고객) :


기존 고객이 그들의 특정한 페인 포인트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기존의 방식 대신 발명품을 이용한다면 이는 혁신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냥 그 사업 영역 안에서의 경쟁 혹은 진보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차피 변하는 게 그리 크지 않으니까요. 어떤 발명을 혁신으로 보기 위해서는 기존의 고객뿐만이 아닌 새로운 고객의 형성이나 유입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물론 고객의 범주에는 소비재 회사의 고객뿐만 아니라 B2B 기업들의 클라이언트들도 포함됩니다. 사실 이 부분은 여러분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았을 때 '아 쓰고 싶다'는 느낌을 갖는 것 만으로 충분합니다. 


5. Disruption of Rules(기존 질서의 파괴) :


기존 시장에서 기존 시장의 논리를 따르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혁신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별로 상황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 발명으로 인해 기존의 시장의 변형이 예측되거나, 기존의 강자들이 위협을 느끼거나, 혹은 고객들의 인식이나 문제 해결 방식이 급진적으로 바뀔 것이 예상되는 포인트가 있어야 혁신의 범주에 넣을 수 있습니다. 예상보다 기존에 형성된 업계의 질서는 견고해서 잘 돌파해 내기가 어려운데요. 이를 파괴하지 못하면 혁신은 달성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혁신을 구성하는 파괴의 요소는 주로 고객들의 강한 니즈에서 발견되는 것이 많습니다. 아무리 견고한 기존의 질서도 고객이 선택을 바꾸면 쉽게 무너져버리게 되어있으니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를 놀랍게 만드는 기술과 발명만으로는 혁신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는 어려우며, 새로운 가치 제공을 통해 새로운 사용자 입장에서 호기심, 구매욕구, 지속 사용 욕구를 이끌어서, 기존의 사업 환경을 바꾸고 수익이 달성이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야말로 혁신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사진#2) 이번 CES에 발표된 Sony S vision Connected Car입니다. 이는 소니가 가진 가전의 장점을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라는 전제 아래 차 안에 구성해 놓은 것이라고 하는데요. 어떠신가요? 자동차가 제공하는 전통적인 가치에 더하여 새로운 가치가 발견되시나요? 이 차를 이용한 수익 모델이 보이시나요? 무엇보다도 이 차가 나온다면 이를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들이 있을까요? 기존의 자동차 소유자들이 이 차로 모두 갈아타게 될까요?

(사진#3) 현대 자동차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일환으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출품하였는데요. 물론 이는 콘셉트이고 비전을 형상화한 것이라고는 합니다. 이를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이 운송장치를 이용하는 고객은 누가 될까요? 

(사진#4) 삼성 전자의 AI 컴패니언 볼리입니다. 사람을 대신해서 집안의 상황을 인식하고 컨트롤해주는 로봇인데요. 여러분은 볼리를 집안에 입양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가요? 만일 그렇다면, 혹은 아니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볼리가 고객에게 추가적으로 제공해주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그 가치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가요?

(사진#5) LG 전자의 가정용 식물재배기입니다. 채소는 시장에서 구입하거나 온라인으로 주문해 먹는 것이다의 개념을 집에서 길러먹는다의 개념으로 바꿔주고 있는데요. 이 제품의 고객들은 누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제품을 통해서 어떤 가치가 느껴지시나요? 수익 모델이나 기존 시장 질서의 파괴는 예측해 볼 수 있나요?

(사진#6) 엔 게 짓이라는 기술 리뷰 전문 사이트에서 CES 2020의 Best of Best로 선정한 제품인 Hydraloop라는 제품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큰 기업들을 발명품이 아닙니다. ) 이 제품은 가정용 수질 정화장치인데요.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환경을 고려해 봤을 때 그 가치가 높다고 인정되었다고 합니다. 이 제품은 앞에서 제가 이야기한 혁신의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느껴지시나요?  


+ 혁신 제품과 서비스는 실제 상용화되어 시장에 나올 때까지 사람들에게 소유와 이용에 대한 열망을 키워줍니다. 


++ 멋진 쑈는 보고 나면 기억에 남지만,  혁신은 관람객들의 생활을 바꾸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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