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vin Seo 서승교 Dec 27. 2019

혁신은 변화가 아니라 가치와 시장을 만드는 일입니다.

디자인 싱킹은 그 자체가 가진 포용성과 개방성 때문에 각각의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고, 각 분야가 이를 바라보는 태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상품기획이나 엔지니어링의 영역에서는 아이디어를 빠르게 만들어 내기 위한 방법 혹은 고객 관점에서 한번쯤 생각해보는 프로세스로 이해되기도 하고, 디자인 분야에서는 유형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전통적인 디자인의 이전 단계에서 디자이너들끼리 모여서 아이디어를 모으는 과정으로 인식되기도 하죠.  하지만 이러한 시각들은 디자인 싱킹을 통섭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단순 프로세스 관점에서 이해한 것입니다. 어쩌면 기능적 관점의 영역에서 디자인 싱킹을 그들의 입맛대로 바라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디자인 싱킹에 대한 기대는 각각의 분야의 성과와 효율을 높일 것이라는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디자인 싱킹은 단순히 프로세스나 방법론 차원을 넘어서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혁신의 관점인데요. 여러분은 혁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계신가요?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으시겠지만, 아마도 많은 분들은 혁신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변화일 것입니다.  "기존의 디자인, 기존의 제품, 기존의 서비스, 기존의 방식... 등등 기존의 것을 바꾸는 행위"가 혁신의 주요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죠. 


물론, 혁신은 바꾸는 행위를 수반합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바꾸기만 한다면 이는 기존의 직능 업무들과 다를 바가 없겠죠. 왜냐하면, 상품기획도 기존의 것을 바꾼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이나 디자인도 마찬가지로 기존의 것보다는 조금 더 나은 것을 개발하거나 디자인하기 때문이죠.  그러면, 기존은 직능 업무들의 변화와 디자인 싱킹의 혁신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편의성 제공 vs. 행동의 변화 


기존의 직능 업무는 고객들에게 기존의 방법보다는 조금 더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한 변화 활동을 주로 합니다. 기존의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조금 더 낫게, 경쟁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조금 더 낫게 만드는 것이 업무의 방향이 되는 것이죠. 반면에 디자인 싱킹의 혁신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특정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고객의 기존 행동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 때문에 디자인 싱킹에 의한 혁신이 파괴적 혁신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죠. 기존 공급자들이 세워놓은 기준과 방식이 디자인 싱킹의 혁신에 의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싱킹이 고객들의 행동 변화, 즉 이전까지의 니즈 충족 방식과 다른 방식을 기꺼이 따를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요인은 바로 가치의 창출입니다.  그것이 하드웨어이던 소프트웨어이던, 제품 디자인이던 서비스디자인이던, 유형이던 무형이던 이러한 구분이 포인트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디자인 싱킹은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니즈가 무엇인가를 깊게 공감해서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이를 충족시켜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 목표입니다.  일단 고객에게 전달할 가치가 정의되고 나면 이를 고객에게 가장 잘 전달 가능하도록 하는 모든 방법을 조합하는 것이죠. 


2. 경쟁 우위 vs. 시장 창출


각각의 업무가 바라보는 시장의 개념이 다릅니다.  기존의 디자인, 개발, 기획 업무는 기존의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가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미 정의된 시장의 게임의 룰에 따라 어떻게 하면 경쟁보다 더 나은 개선을 통해 마켓 쉐어(market share)를 더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죠. 따라서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질을 유지하면서 참신성이나 품질이 더 좋게 만드는 변화가 중요하죠. 반면 디자인 싱킹은 정해진 룰에서의 경쟁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일이 핵심입니다. 새로운 시장을 디자인하는 일이기 때문에 경쟁이나 기존의 룰은 의미가 약합니다.  오로지 고객의 마인드 쉐어(mind share)를 어떻게 더 차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깊은 수준의 고객 감동을 이루기 위해 노력합니다. 물론 기존 직능 조직에도 사업 개발이라는 것이 있습니다만, 이들은 기존 공급자 관점의 시장 룰과 태도를 가지고 시장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디자인 싱킹의 혁신, 즉 시장 창출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디자인 싱킹을 기존의 프로세스 관점의 업무 방식으로 이해해서 기존의 문제를 풀기 위한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거나,  변화를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만 이해해서는 곤란합니다.  혁신 즉, 새로운 가치 창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목적으로 활용될 때, 디자인 싱킹이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사진 #1> 서울 지하철 3호선 고속버스터미널 역 9호선 환승 통로에 설치된 메이크업 룸입니다.  지하철 이용객들이 화장을 고칠 필요가 있을 때 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된 공간으로 보이는데요.  참신한 아이디어입니다만 이용객은 찾아보기가 힘들더군요.  빠른 이동이 목적인 지하철 이용객에게 시간 지체 요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사실 지하철 역사의 공간은 매우 넓은데 비해 활용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행동이 바뀔까요?

<사진 #2> 서울 지하철 7호선 상도역에 있는 실내 농장입니다. 수경 재배 방식으로 층층이 채소들을 재배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진 곳인데요. 내부 시설에는 어린 학생들을 위한 체험 시설과 샐러드 판매 식당들이 있습니다. 이 시설이 지하철 이용객에게 새롭게 주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고속버스 미 널 역의 메이크업 룸과 비교해본다면 무엇이 다를까요? 

<사진 #3> 이면 도로에 있는 주민 우선 노상 주차장의 모습입니다. 벽에 붙여진 안내를 보니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여 주차를 예약하고 주차비를 지불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골목에서의 주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로 보이는데요. 이를 혁신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봐야 합니다. 

이전 02화 놀랍기만 한 것은 혁신이 아닙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