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늘 있어왔습니다만, 최근 한 20년 사이 우리는 혁신에 대한 요구와 더불어 혁신의 증거들을 생활 속에서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소통하고, 언제 어디서나 쇼핑하고, 새로운 수단과 방식으로 이동합니다. 정말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새로워진 생활 방식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금방 무언가 새로운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처럼 빠른 혁신이 이뤄진 이유에는 급속한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을 통한 무제한의 정보 탐색 및 공유가 가능해진 환경도 있겠습니다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성공 방정식이 변화한 까닭도 있습니다. 명문 학교를 졸업하고 소위 엘리트 코스를 거쳐야 하던 성공의 방정식은 유수한 세계적 기업의 성공한 젊은 CEO들의 스토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들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해서 획기적인 발명품을 세상에 내놓고 이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성공 방식을 제시하였죠. 이에 수많은 청년들은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시간과 열정을 들여 발명품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혁신을 위한 기술 환경 및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혁신의 속도를 증가시키는 기반이 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발명품의 양적 증가를 혁신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발명과 혁신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1. 발명은 발명가의 수요 가설에서 시작하고, 혁신은 사용자의 니즈에서 출발합니다. 대부분의 발명은 기술을 가진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그들이 가진 니즈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니즈가 많은 사용자들이 가진 니즈일 것이라는 수요의 가설을 가지고 있죠. 반면에 혁신은 사용자의 니즈에 대해 깊게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이를 통해 겉으로 표현되는 니즈 이면의 근본적인 니즈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만들어 냅니다.
2. 발명은 사용자 니즈의 해결 범위가 혁신에 비해 넓지 않습니다. 사용자의 표면적인 니즈 해결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진 발명품은 니즈 해결의 적용범위가 넓지 않습니다. 반면 혁신의 산물은 사용자의 핵심 니즈 해결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핵심 니즈와 연결되어 있은 많은 니즈들도 해결시켜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급효과와 넓고, 수명도 오래갑니다.
3. 발명은 설명이 필요하고 혁신은 모두가 알아봅니다. 발명은 사용자가 그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설명을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설득도 당해야 합니다. 반면에 혁신은 그 어떤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엄지를 들게 만들죠.
4. 발명은 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혁신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놀라움은 축적되어 나중에 가치로 느껴지게 하죠.
앞서 이야기한 발명과 혁신의 차이점들은 크게 문제 해결의 '적용 범위'와 '수명'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해 볼 수 있을 텐데요. 문제 해결의 적용범위를 넓게 하고 혁신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오래 누리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시스템이 만들어 놓은 질서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혁신은 완성하기까지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고 이러한 질서가 완성되었을 때 비로소 혁신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나오는 수많은 발명품을 혁신이라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빠른 속도로 나온 발명품들은 또 빠르게 사라져 가곤 하죠. 결국 혁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만들어서 (발명해서) 시장에 내어놓고 어떻게 해서든 고객들을 설득하는 기존 방법이 아니라, 앞단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객을 좀 더 깊게 이해하여 니즈를 분석해 내고 고객의 더 많은 니즈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 내는 접근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하는 일이야 말로 일단 빠르게 만드는 방식보다 훨씬 비용 효율적이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방법입니다.
고객과 깊게 공감하고 이해하여 이를 통해 그들이 가진 본원적인 니즈를 발굴하는 일은 디자인 싱킹의 공감하기 과정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파급력 있고 수명이 긴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일 또한 디자인 싱킹의 창의 하기 과정과 같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디자인 싱킹의 사상과 접근법은 혁신에 가장 적합한 방법 중의 하나로 볼 수 있죠.
<사진#1, #2> 이제는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유형 전동 킥보드가 쓰러져 있는 모습과 도로에 표시되어 있는 전동 킥보드 주차 금지 표시의 모습니다. 전동 킥보드 이용자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서비스인데요. 기존의 교통질서와의 연계는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3>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전기차 도전 방지 안내 게시글입니다. 전기차의 확산과 더불어 아파트 공용 주차장에서의 전기 절도 행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를 방지하고 올바른 이용 안내를 위한 게시글로 보입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이용의 질서와 다른 새로운 질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이네요.
<사진#4> 택시 운전석 뒤에 설치된 보호 칸막이의 모습입니다. 눈에 띄는 글귀는 운전자와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문장인데요. 택시 기사님과 승객의 서로 다른 의견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떤 질서가 필요할까요? 칸막이가 좋은 발명품입니디만 근본적인 페인을 해결해 주는 지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5> 횡단보도에 표시되어 있는 보행 중 스마트폰 이용 금지 표지입니다. 스마트폰 이용과 기존 교통질서와의 조화는 어떤 방법으로 풀어야 할까요? 사진의 방법이 효과적일까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질서를 만들 수 있을까요?
<사진#6> 어린이 놀이터에 설치되어 있는 안전 수칙 표시판입니다. 어린이 놀이터의 주 이용자는 물론 어린이들이겠죠. 이들이 안전하게 놀이터를 이용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데요.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어떤 질서를 만들어야 할까요?
+ 창작활동이 모두 디자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디자인도 질서를 고민해야 합니다.
++ 고객에 대한 공감과 깊은 이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성공 방정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