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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vin Seo 서승교 Feb 16. 2020

고객의 머리와 디자이너의 손으로 디자인하세요.

각자의 분야에서 경험이 있고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하더라도 그들의 기대만큼 고객의 인정, 즉 고객이 그 제품과 서비스를 수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저는 그중에서 생산자의 관점에서의 오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보통, 신규사업과 제품, 서비스를 창조해 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1. 경쟁 프레임의 덫
대부분의 신사업, 제품,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획자, 디자이너들은 흔히 사업적 경쟁 프레임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그들이 창조해내는 것이 고객의 만족과 감동에 목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 상황을 의식해서 고객 감동과는 거리가 먼 디자인을 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생산자의 집단적 오류로 발전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초기 버전의 스마트폰의 예를 들어보면, 초기의 스마트폰은 PDA(Personal Data Assistant)의 기기에 무선통신 기술이 접목된 형태였습니다. 클리에와 블랙베리, 팜 PDA 등의 기기들이 시장의 주를 이루며 주로 전문가나 특수 목적을 가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생산 판매되고 있었죠.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시장에서 기존의 가전업체들은 유사한 니치 마켓에서의 경쟁을 고려하며 특수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을 기획하고 내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모두 아시다시피 스마트폰의 사용자 관점 표준은 애플의 아이폰으로 시작되었고 이는 전문가나 특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가 아닌 일반인들이 스마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선기기였죠. 그럼 이런 생각은 애플만 했을까요? 경험에 비춰보면 다른 가전 업체들의 상품기획자나, 디자이너들도 스마트폰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전문기기로 진화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들은 이미 형성된 시장의 프레임에 갇혀서 시장 넘어의 다수의 일반 고객을 보지 못하였고, 혁신의 길을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주저하여서 현재의 결과를 나은 것입니다.


2. 소통이 단절된 개발 (시너지가 아닌 싸일로)
일반적으로 디자이너, 기획자, 개발자, 마케터 이렇게 4명을 기본으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팀이 구성되는 데요. 이들은 서로의 전문성 최대한 발휘하여 시너지를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고객이 만족할 만한 신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도 여기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머리로는 말이죠. 하지만 실제 일하는 모습은 시너지와는 거리가 멀게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디자이너와 마케터가 서로 옳다고 주장하며 다투는 경우는 다반사이고, 기획자와 개발자 또한 "된다"와 "안된다"의 언쟁을 벌입니다. 그리고 결국은 통상적인 개발 프로세스와 역할의 범위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룰을 선택하게 됩니다. 바로 분업화이죠. 프로세스 전체를 챙겨야 하는 기획은 비용과 조달만을 챙기고, 상품의 컨셉은 주로 마케팅에서 담당하며, 고객이 제외된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능 개발은 엔지니어들이, 그리고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위한 폴리슁은 디자이너가 맡아서 진행하게 됩니다. 그 사이에 서로 간의 의견 조율이나 소통을 위한 논의는 점점 줄어게 되죠. 왜냐하면 서로 간의 다툼이 피곤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협업 구조에서 각 부문에서 일을 잘한다고 인식되기 위해선 다른 부서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파이팅이 넘쳐야 한다고 생각하죠. 아이러니한 것은 경쟁은 외부의 경쟁자와 해야 하는데, 실제 경쟁은 내부에서 크게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들 모두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함께 일하지는 않습니다.


3. 고객 관점의 리뷰를 안 함
전통적인 기획의 프로세스에도 시장 출시 전 단계에서 고객의 리뷰를 받는 과정은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디자인 싱킹의 프로세스의 테스트 단계가 전통적인 기획자들의 눈에는 형식적으로 새롭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제가 형식적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고객 리뷰를 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고객 리뷰에 대한 태도와 내용적인 측면에서 디자인 싱킹의 고객 테스트는 전통적인 기획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기획 프로세스에서 고객 리뷰는 그들이 가설을 가지고 발전시킨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이 선호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확인하는 O/X 설문의 성격을 갖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Top management를 설득하기 위해서 확증편향적인 고객 반응만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 글래스가 기술의 우월성에 대한 고객 호감도만을 가지고 제품에 대한 고객 테스트를 진행하고, 여기서 얻는 높은 고객 점수를 바탕으로 제품을 출시하였다가 고객들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강한 거부감으로 단종시킨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반면 디자인 싱킹에서의 고객 테스트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호감도를 보기 위한 목적에 더하여 호감도의 행간에 있는 추가적인 니즈와 잠재적인 페인을 찾고 이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됩니다. 즉 "효과적으로" 고객을 설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죠. Top Management가 아니고 말이죠.


4. 수정하지 않으려는 태도
앞선 오류들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전통적인 상품이나 서비스 기획 프로세스는 그 과정이 피로함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경직된 개발 문화의 기업에서는 각 단계 단계의 완성도에 대한 책임과 이에 대한 평가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인해 창조의 업무를 담당 사람들은 그들이 공을 들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보완하는 일에 주저하곤 합니다. 물론 이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고 보완이나 수정을 장려하는 문화가 전제되어야 합니다만, 실상은 경쟁사와의 출시 시점 경쟁 때문에 미완의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고 고객들을 감동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인식을 남기는 경우가 생기죠. 일례로 잘 아시다시피 국내의 한 제조사가 경쟁을 지나치게 고려해서 충분히 완성되지 않은 접히는 스마트폰을 시장에 내놓았다가 다시 회수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한 미국 업체가 유사한 성급함으로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지나치게 경쟁만을 의식하는 기업 문화에서의 수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시장 경쟁에서의 뒤쳐짐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하는데요. 그것은 바로 창의성이 점점 떨어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있어서 창의성이란 고객이 만족해서 그들이 구매와 이용에 까지 이르게 하는 효과를 담고 있어야 하는 데, 만족의 대상이 고객이 아니라 회사의 management에 있다 보니, 개발의 방향과 수정도 그들의 말에 따라 정해지고 결과적으로 출시되어 고객들이 직접 반응을 보이기 전까지는 창의성의 효과를 예측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죠. 아시다시피 출시한 다음 고객의 반응을 얻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때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기업에서 원하는 신상품, 신규 서비스, 새로운 사업들의 발굴과 개발이 모두 고객이 감동하는가에의 판가름되어지는 것이라면, 개발 자체의 일은 기업에서 하지만 그 모든 프로세스의 과정에 고객의 관점이 있어야 합니다. 기획, 마케팅, 디자인, 개발의 모든 과정이 다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각각의 부서에서 아무리 오랫동안 경력을 쌓아왔다고 하더라도 이는 프로세스의 숙련을 의미하는 것일 뿐, 그들의 결과물을 구매할 고객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에 대한 전문성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결국, 늘 고객의 생각과 가슴을 가지고 각자의 분야의 전문성을 발휘할 때, 그토록 원하는 창의의 성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사진#1> 서울 한 구청 입구에 있는 게시판입니다.(대부분의 구청 게시판이 유사합니다.) 구청에서 구민들을 대상으로 알려야 하는 공식적인 공고들이 빼곡히 게시되어 있는 데요.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거나 이해를 하는 구민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여기에 구민들이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구민들은 무엇을 원할까의 고민이 들어가 있을까요?

<사진#2> 건물 안에 식당가가 형성되어 있는 한 오피스텔 건물의 입구입니다. 여러 식당들이 행인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는 간판들이 입구 양옆에 쭈욱 늘어서 있는 모습이네요. 어떻게 보이시나요? 배고픈 고객들의 니즈가 반영되어 있는 모습인가요? 아니면 그들 간의 경쟁으로 보이시나요? 아마도 이들은 서로 좋은 순서에 입간판을 설치하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사진#3>한 소방서 앞에 설치되어 있는 소방관 조형물입니다. 시민입장에서 왜 이런 조형물을 설치했는지 이해할 수 있나요? 이 조형물이 설치되는 과정에서 이를 제작하는데 관여했던 사람들은 무슨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었을까요? 소방서의 업무와 관련해서 이 조형물이 얼마나 효과적일까요?


+ "내가 고객이라도 사겠다"는 마음이 생겨야 좋은 디자인입니다.

++상업적인 창의는 독창성이나 최초라는 타이틀보다 가치의 범용성이 더 의미를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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