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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vin Seo 서승교 Jul 23. 2020

'가능한'을 넘어서는 '지속 가능한'혁신을 디자인하세요

COVID 19의 전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사람들을 일상을 이어 나기 위한 대안적 키워드는 바로 Untact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사람 간의 접촉으로 인한 질병의 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고 사람들은 늘 그래 왔듯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 대안의 방법으로 어떻게 하면 비대면으로 일상을 이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또 이에 적합한 설루션을 내놓고 있죠. 학교의 강의나 회사의 미팅은 이미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고, 인터넷을 활용한 재택근무도 이제는 낯설거나 어색하기만 한 업무 방식이 아닙니다. 땅이 넓고 자동차 문화가 일반적인 미국에서 적합할 줄 알았던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서비스도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며, 모바일을 통한 음료의 주문이나 키오스크를 활용한 서비스 더 나아가 서비스로 로봇을 활용한 식당 서비스 등은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더욱 주목받고 사용이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들을 보며 일부의 사람들은 앞으로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보일 것으로 예측하기도 합니다. 소위 뉴 노멀이라는 키워드를 이용해서 말이죠. 분명 사람들은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이전과는 다른 생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만, 한편으로는 극단적인 전망에는 다소 불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것은 비단 저만의 느낌일까요?


영향 정도는 다르겠습니다만, 극단적인 고객 생활의 변화에 대한 전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00년 이후의 시기만 살펴봐도 알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닷컴 붐이 일었던 시기에는 사람들의 모든 서비스는 온라인만으로 이뤄질 것이라 전망했지만, 이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상황으로 진화해버렸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전자화폐나 온라인 커머스 같은 이야기들도 이미 20여 년 전에 극단적인 고객 삶의 변화를 예견했었지만, 결국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가장 최근의 키워드들만 보더라도 빅데이터, O2O, 플랫폼... 등등을 들 수 있겠네요. 사람의 근본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선택지를 사람들에게 제공한 형태로 되어 버렸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으며, 디자인 싱커 혹은 혁신가로서 우리는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요?


사람들이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제가 볼 때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놀라움, 신기함에 반응하기 때문이죠.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나 서비스, 이전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오면 사람들은 반응합니다. 다시 말해 지갑을 열고 가치 교환 행위, 즉 구매 활동을 하는 것이죠.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것이 있는데요. 고객이 구매하는 가치의 정체가 무엇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 경우 고객이 구매를 통해 얻는 가치는 놀라움 혹은 궁금증의 해소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의 수명은 매우 짧고 일단 해소되고 나면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특성을 보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존보다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이에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고객들이 구매를 통해 얻게 되는 가치는 다양한 측면(경제적, 심리적, 물리적)의 효용성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제품과 서비스는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바꾸어 버립니다. 대안 선택의 의사결정을 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당연히 재구매 행위를 이어갑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사람들의 구매 치환 가치 기준을 가지고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기술이나 미래 관련 키워드를 평가해 볼 수 있을 텐데요. 다시 말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놀라움을 주고 있는가? 아니면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뛰어넘는 효용을 주고 있는가를 보고 어쩌면 미래를 점칠 수도 있는 것이죠.


기존의 혁신 키워드들은 주로 내세우는 특징은 " 가능하다(able)"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기술을 이용하면 이런 일까지도 할 수 있어.'가 강조되어 왔죠. 그리고 여기에는 추가적인 기대도 존재하는데요. 그것은 기술이 완벽해지면 사람들이 모두 그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와 사람들을 학습시키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지점은 사람들이 지갑을 여는 기준 가운데 놀라움이나, 궁금증의 해소와 같은 일시적 가치 추구 행위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은 단기적 가치 추구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기업활동의 목적은 영속적인 이윤 추구이고 따라서 어떻게 해서든 많은 이익을 오랫동안 얻고 싶어 합니다. 지금까지의 거의 패턴화 되다시피 한 혁신의 방식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궁금증 해소나 일시적일 수밖에 없는 놀라움의 가치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큰 자본과 기술을 투자하고 또 이를 이어가기 위해서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들여 고객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죠.


혁신이 변화의 과정이 아니라 변화를 통해 얻게 되는 지속적인 가치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결국 그동안의 많은 혁신들은 과정의 신기함과 부산물에 포인트를 두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디자인 싱커와 혁신가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변화 과정의 놀라움, 즉 가능함(Able)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를 넘어서 결국 그 가능함이 어떠한 지속적 가치로 이어질 수 있는 가를 고민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반복(iteration)의 원칙을 고수해야 합니다. 물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속도의 우위는 중요합니다만 단기 경쟁의 승리라는 타이틀보다는 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대표적인 서비스나 제품이라는 타이틀이 더 중요하고 추구해야 할 가치이죠. 아시겠지만 최초가 최고를 의미하지는 않고 사람들은 최초보다는 최고를 기억하고 사랑합니다.


다시 돌아가서, 최근의 untact의 키워드 관련 제품과 서비스의 측면에서도 같은 관점의 적용을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지금 쏟아지고 있는 수많은 비대면 솔루션들은 대부분 "가능하지만(Able), 불편하거나(Uncomfortable), 비효율적인(Inefficient) 그리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unsustainable)" 것들로 보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으로 위기 상황이니까, 혹은 임시적으로 라는 이유를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지울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답은 결국 사람, 즉 고객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가능하지만 얻고 싶은 가치, 즉 Untact임에도 불구하고 얻고 싶어 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고객 측면에서, 기업 측면에서도 윈윈 하는 혁신의 방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것은 가능함(Able)을 넘어서 사람 냄새나는 (Human like)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싶은 (Sustainable)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것은 아닐까 하고 예측해 봅니다.

(사진#1) 한 식당 입구에 설치되어있는 무인 체온 측정기입니다. COVID 19의 때문에 많은 장소에서 입장 전 체온 측정을 하는데요. 대부분은 사람들이 체온계를 들고 측정을 합니다만, 이곳에는 무인 체온 측정 장비를 설치하였네요. 이 기기와 서비스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지속 가능하고 사람들이 기꺼이 수용하는 서비스가 될 것으로 생각되시는지요?

(사진#2) 마찬가지로 같은 식당에 설치되어 있는 무인 주차 정산 기기입니다. 차량 번호를 입력하면 주차 정산이 되는 기기입니다. 이 기기는 그리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만, 여기서 한 가지 고려해봐야 하는 것은 식당의 서비스입니다. 서비스를 제공받는 곳으로써의 식당이라면 이렇게 고객이 직접 셀프 서빙을 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지속 가능한 서비스일까요? 사람들이 여기에 대해 느끼는 불편함은 없을까요?

(사진#3) 한 대형 교육장에 설치되어 있는 조명 조절 스위치 패널입니다. 조명이라면 누구나 쉽게 켜고 끌 수 있어야 하는데, 저는 조절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사용자가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컬러 코드를 이용해서 표시해 두었지만 역시 어려웠습니다. 조명의 조절은 가능하지만, 불편하고 비효율적이어서 가급적 내가 이용하기보다는 사람을 다시 부르게 되는 방식이죠. 지금 나오고 있는 솔루션들은 이 조명 장치와 비교해본다면 어떤 성격일까요?


+ 감탄보다는 감동의 수명이 더 오래갑니다.


++ 혁신은 새로움에 초점이 아니라 가치의 크기와 지속성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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