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 싱킹을 적용한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었어요. 프로젝트 일정 계획을 수립하는 미팅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바라보던 디자이너가 그러더군요. ' 디자인은 언제 하나요?' "
" 요즘은 디자이너도 아닌 사람들이 디자인한다고 그래서 참 어이가 없어요."
" UX는 디자인이라고 부르기도 그렇고 아니라고 그러기에도 좀..."
" 원래 디자인에서 다 하고 있는 일인데, 경영학이나 공학에서 디자인 어쩌고 하는 거 보면, 참 답답해요."
" 대부분의 학생들이 작품보다는 돈이 되는 디자인을 하려고 해서 발전이 없는 것 같아요. "
" 저는 프로젝트 리더는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디자인하는 게 좋지. 숫자 보고, 사람 관리하고 이런 건 싫거든요."
이상의 이야기들은 한국의 디자인 업계나 학계에 계신 분들께 종종 듣는 이야기입니다. 이외에도 유사한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은 메시지들로 보입니다.
1. 학교에서 디자인 전공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디자이너가 아니다.
2. 좋은 디자인이냐 아니냐의 평가는 디자이너들이 내리는 것이다.
3. 원래 우리 껀데 다른 분야에 주도권(?)을 빼앗겨서 속상하다.
4. 디자인은 대중성보다는 독창성이 중요하다.
5. 디자인 이외의 것들은 관심도 없고 배우고 싶지도 않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러한 속내에는 근본적인 두 가지의 두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내 영역을 침범당하지는 않을까?', '내가 혹시 다른 분야에 관심을 보였다가 디자이너로써의 정체성을 잃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디자인 분야 혹은 디자인계가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단순히 극복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으로 혁신의 리더십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두려움에 대한 제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 내 영역을 침범당하지는 않을까? "의 두려움은 디자인계가 폐쇄성을 가지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이죠.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지는 디자인의 폐쇄성은 비 디자이너들에게 긍정의 메시지보다는 그렇지 않은 인식을 갖게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알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는 무시하거나 저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디자인의 영역을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비주얼 아웃풋으로만 평가하고, 디자인 아웃풋의 가치 또한 잘 모르기 때문에 높게 평가하지 않죠.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들대로 비 디자이너들에게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속상해하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디자인계의 진입장벽을 낮춰야 합니다. 꼭 대학에서 정해놓은 디자인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오랫동안 프렉티스 한 디자이너들과 같은 아트웍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디자이너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새롭게 유입된 디자인 인력들은 디자인을 비 디자이너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비 디자이너들의 눈높이에서 디자인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Tangible 한 영역이 그동안의 디자인 분야였다면 Intangible 한 영역으로의 확장을 새롭게 유입될 디자이너들을 통해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디자이너의 정체성에 대한 부분인데요. 디자이너 정체성의 근원에는 현재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일이나 관심의 근원에 무엇이 있는가 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가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면 아마도 그 근원에는 디자인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디자인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기존의 디자인 바운더리 밖에 있는 것이라도 배워서 유입시킬 수 있어야 하겠죠. 많은 디자이너 분들은 감성적인 능력이 뛰어난 것에 비해서 논리력이나 과학적 사고를 갖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는 자신들의 능력을 좀 더 차별적으로 들어낼 수 있다는 가정과는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게 합니다. 왜냐하면 비 디자이너들은 논리력과 과학적 사고를 가지고 의사소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을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라도 디자이너들은 타 영역의 언어를 배워야 합니다. 새롭게 정의하는 디자이너의 정체성의 개념에서는 디자인 영역 외의 분야에 대해 개방적 사고(Open-minded)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역량에는 비 디자이너들을 설득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포함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논리적, 통계적, 과학적 사고 역량도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정리하면, 제 생각에 디자인의 속성은 외부 자극을 받아들여서 새롭고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마치 진주조개처럼 말이죠. 현재의 두려움을 이기는 법은 디자인의 원래 속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외부에 좀 더 개방하고, 좀 더 관심 갖고, 좀 더 배우는 것이죠. 그리고 저는 이를 오픈 디자인(Open Design)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 사람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디자인, 마케팅, 기술 등으로 나눠서 보지 않습니다. 이들의 조합을 하나로 보고 판단하죠.
++결국 디자인도 소통이 중요합니다. 소통을 위해선 상대의 말을 배워야 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