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오늘날처럼 사람들의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성이 좋았던 시기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인터넷에 의한 초연결 사회 구축이 가능해졌기 때문인데요. 과거에는 정보나 지식은 발품을 팔지 않으면 쉽게 구할 수 없었을뿐더러 그 생명력(신선함) 또한 요즘보다는 길었었습니다. 정보와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힘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였고 사람들은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려고 하였었습니다. 하지만 초연결의 정보화 시대 사는 우리들에게 정보나 지식의 힘은 예전만큼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즉 정보나 지식의 희소성이나 생명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성의 증대는 장점과 더불어 주의해야 할 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가치 창출 지향의 디자이너와 혁신가의 관점에서 이러한 지식 초과 현상에 대해 생각해야 봐야 할 점들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디지털 소피스트(Digital Sophist)들을 경계하라.
요즘처럼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게 된 이유에는 초연결의 인프라뿐 아니라 이를 가능하게 했던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있는데요. 저는 이 사람들을 디지털 소피스트(Digital Sophist)라고 정의합니다. 원래 소피스트는 기원전 5~4세기 그리스 철학자 및 교사들을 이르는 말인데요. 이들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만 저는 화려한 수사와 궤변론자들로 평가받는 점만을 디지털 소피스트의 정의에 포함합니다. 우리가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보면 정말 많은 정보와 지식들이 디지털 소피스트들에 의해 생산되고 퍼져나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트렌드 키워드들을 취재하고 이를 경쟁적으로 퍼 나릅니다. 마치 먼저 포스팅한 자신들이 원작자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죠. 때로는 이를 넘어서서 전문가 행세를 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특징은 좀 긴 호흡으로 보면 이들의 주장은 늘 시류에 맞게 변해왔습니다. 그들은 주장의 타당성이나 의미에는 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이는 과거 소피스트들의 행태와 유사성을 같습니다. 결과가 중요하고 과정과 방법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하는 것이죠. 이들은 가설에 기반한 논리의 틀 안에서만 작동하는 타당성으로 무장합니다. 제가 이들을 경계하라고 하는 이유는 이들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이나 정보는 왜곡되거나 완전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그 이유는 이들이 정보 포스팅의 속도와 신선도 경쟁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보나 지식의 진정성이나 의미를 제대로 확인도 안한채 화려한 수사로 포장해서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잘못되거나 부족한 지식과 정보로는 제대로 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2. 지식과 정보의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경계하라.
확증편향은 심리학적 용어로 정보나 지식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가설이나 주장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만을 선별적으로 취하려고 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여기에는 반짝 트렌드를 마치 지속되는 흐름이나 사람들의 근본적인 니즈로 곡해하는 것들도 포함이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대부분은 디자이너 혹은 혁신가가 자신들이 일반인들에 비해 앞선다는 생각을 가지고 가설에 의해서 결과물들을 만들어 낼 때도 흔히 일어납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의 정보나 지식의 활용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수많은 기업들이 그들의 가설로 사업을 시작했을 때 성공적이지 못했던 사례들을 무수히 봐왔죠. 이러한 확증편향 현상은 심지어 융복합이 화두인 학계에서도 많이 발견되곤 합니다. 이종 학문을 응용 혹은 차용하는 과정에서 원래 학문의 뜻과는 다르게 변형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디자이너들과 혁신가들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휘발성 강한 트렌드 기술이나 사회현상에 현혹되지 말아야 함을 의미합니다.
3. 자기 경험의 과정을 가지고 "왜?"를 의심하라.
과거에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나오면 이것이 전파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검증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생성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는 지식과 정보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좋은 술이 되려면 발효가 충분히 되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지금처럼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 검증되지 않은 지식과 정보들이 화려하게 포장되어 넘쳐나는 시대에는 정보나 지식을 받아들이는 소비자 입장에서의 자기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자기 경험과 의구심을 갖는 접근법을 제안합니다. 우리가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지식이나 정보를 책이나 인터넷으로 흡수하지 말고 현장에서 체험해 보세요. 그러면 여러분은 여러분의 생각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고 전달되는 정보나 지식의 오류의 피해를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보나 지식이 만들어진 근본 원인과 동기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세요. 치열하게 비평하세요. 그러다 보면 포장된 의도나 의미가 아닌 진정한 이유가 확인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제 경험에 시대를 예언했던 많은 트렌드 지식 키워드들은 사실 세상을 가치 있게 만들었던 것이 드물고 대부분 그를 주장했던 사람들의 배를 불리게 했던 것이 많았습니다. 마치 또 다른 장르의 엔터테인먼트, 예능처럼 말이죠.
4. "무엇"을 "어떻게"의 새로움을 쫒지 말고 "왜"를 깨달아라.
어쩌면 대다수의 디자이너와 혁신가들은 그들이 무엇을 디자인하는지 어떻게 디자인하는지에 따라 정의되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직업은 제품 디자이너, 서비스 디자이너, 공간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UX 디자이너.... 등등과 같이 불렸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디자이너들의 주요 관심은 디자인의 대상과 방법의 독창성, 참신성, 수준 등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디자인의 핵심인 가치의 창조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좋은 도구와 도구를 다루는 스킬이 강조될 뿐입니다. 물론 이러한 분야들의 전문성도 중요합니다. 디자인의 대상과 방식의 새로움 추구는 결국 효율과 효과 그리고 생산성에 대한 문제로 귀결되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결과물 즉 생산되는 가치의 크기와 참신성, 그리고 지속 가능성이어야 합니다. 새로운 방법으로 디자인해서 조금 더 나은 유사한 결과를 얻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생산적이지 못합니다. 가치 차별화를 위해서는 대상이나 방식이 아닌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 즉 근본적인 깨달음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다양한 툴이나 템플릿을 찾거나 익히는 건 그 이후의 일입니다. "왜"에 대한 깨달음은 결국 디자인의 역할과 적용 범위를 확장시켜줄 수 있습니다. "왜" 디자인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결국 우리가 디자인하는, 그리고 혁신하는 근본 동인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 주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관심은 늘 사람에게 향해 있어야 하죠. 그리고 그 사람을 위한 진짜 가치 창출의 관점으로 지식과 정보를 바르게 판단하고 적용하는 응용력을 길러야 합니다.
<사진#1> 지하철 역에서 발견한 포스터입니다. 여성 일자리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지자체에서 하는 교육내용인데요. UX 품질평가 전문가 양성과정이라는 이름이네요. 얼핏 봐서는 웹 UX 평가를 위한 교육을 하는 내용인 것 같은데, 기술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User의 관점을 이해하는 교육도 포함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ercise #1> IoT, Big Data, Metaverse, Social Media, Growth Hacking, VR, XR, AR, Smart Mobility, EV...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많은 기술 및 트렌드 정보와 지식이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고객 차원의 "왜"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공부의 목적은 앎이 아니라 깨달음입니다. 깨달음이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학습 지식 못지않게 경험 지식도 쌓아야 합니다.
+도구를 고를 줄 아는 눈이 무작정 도구를 많이 갖고 있는 것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