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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vin Seo 서승교 Dec 28. 2020

코로나 극복을 위해 디자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 확산으로 사람들은 이전과는 다른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각 국가에서는 코로나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많은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데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표되는 대안들의 핵심은 사람들이 가급적 이동을 삼가도록 하는 것이죠. 국가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에서 일상의 중지가 아닌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고안해서 일상에 적용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각계각층의 노력에 디자인 분야에서도 다양한 솔루션을 제안하고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와 색상의 마스크, 사회적 거리 두기 유지를 위한 각종 사이니지와 시설물들이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한 디자인의 대표적인 노력들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의료진들을 위한 전문 장비나 의류의 디자인, 생활 용품 등의 디자인들도 포함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러한 디자인 분야의 노력들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 디자인의 노력은 이것으로 충분할까요? 전문 분야인 보이는 것들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을 잘하는 것만을 디자인의 역할로 규정해야 할까요?


코로나 극복을 위한 디자인의 역할을 확장시켜 보기 위해서 디자인 싱킹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요? 그러려면 먼저 사람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진짜 문제를 공감해야 합니다.  코로나 19에 감염된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치료를 위한 의료분야의 노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19는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여러 가지 심리적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으신 분들은 모두 공감하실 것 같은데요. 감염의 위험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그전까지 해오던 모든 대면 방식의 행위들을 중단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것은 감염자가 느끼는 고통과는 다른 종류의 고통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이기 때문에 파급력은 더 크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가의 방역 관련 지침에 따라 될 수 있는 대로 집에 머므로며 활동을 자제하고 있습니다만, 심리적, 경제적 등의 이유로 일상의 단절을 참을 수 없는 경우는 정부의 방침에 저항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고통들이 있겠습니다만, 그 가운데서 "이동하지 못하는" 고통으로 디자인의 역할을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코로나 19에 따른 활동 자제의 핵심에는 기본적으로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 제한이 있습니다.  일하기 위해선 회사로 가고, 공부하기 위해선 학교로 가고,  쇼핑을 하기 위해선 백화점에 가고 하는 일상 행위들에 제한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죠.  공간 이동이 어렵게 되자. 사람들은 일상의 행위들을 집에서 하기 시작했습니다. 홈트레이닝, 홈캠핑, 재택근무... 등등 집이라는 공간에서 이전의 일상 행위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또 많은 솔루션들이 출시되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솔루션들에 대한 사람들의 만족도는 어떨까요? 물어볼 필요도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건 임시일 뿐이야"라는 생각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혹자들은 뉴 노멀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제안되는 언텍트의 새로운 방식을 그들의 삶에 적용시키기보다는 사태의 종식을, 이전의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열망이 더 클 것입니다. 이 기다림이 사람들에게 주는 고통은 매우 크죠. 그리고 사람들의 이러한 고통을 해결해주는 솔루션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고 불편하지만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솔루션들은 임시방편에 불과할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현재 코로나 19를 겪고 있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감염 확산을 피하기 위해 활동이 제약되고, 자가 격리 등의 방침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아마도 "답답한"이라는 표현이 가장 대표적일 것 같습니다. 이를 디자인 싱킹의 관점으로 들 여보 다보기 위해서는 답답함의 원인을 파악해야는데요.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끼는 원인은 대게 공간에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좁은 공간에 있으면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죠. 하지만, 이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다음의 원인들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1.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들은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공간으로 이동하는 행태를 보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공간들은 목적하는 활동을 하기에 적어도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도록 만들어져 있죠. 일하고, 공부하고, 운동하고, 레저를 즐기고 하는 활동들을 집에서 수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사람들은 이동은 수단이고, 원하는 일을 잘 수행하기 위한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 있는 것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무르는 집이라는 공간은 대부분 휴식을 위한 공간이고, 가족들이 함께 거주하는 경우 그 자체가 셰어 하우스입니다. 사실 가족 구성원들 간에도 집의 공간을 나누어 활용하기 위한 암묵적인 룰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집의 공간을 개인이 가장 많이 점유하는 시간은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집에 없을 경우입니다. 각자의 일터로, 배움터로 나가 있는 동안은 혼자 남은 가족 구성원은 공간을 최대한 누릴 수 있죠. 하지만 지금처럼 가족 구성원들이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는 "공간에서 내가 점유하는 시간의 축소"가 한 원인이 될 수 있겠네요. 


2.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끼는 또 다른 원인은 바로 "잉여 시간"의 발생입니다.  이것은 이동의 제약으로 이동을 위해 소모했던 시간이 남아서이기도 하고, 함께 모여서 하는 활동들의 제약으로 기존의 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생겨난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발생한 잉여 시간은 사람들이 미처 대비하기도 전에 주어졌죠. 노령층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좌담회를 통해서 발견한 사실인데요.(사진#1) 생산적인 활동보다는 주로 건강이나 친목을 위한 활동이 많았던 그들에게 주어진 잉여 시간은 답답함을 주고 있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함 답답함과는 다른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할지 몰라서 느끼는 답답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언가 몰입할 수 있는 "꺼리"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은 잉여 시간의 활용을 주로 인터넷 매체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는 등의 생산적 활동으로 이용한다는 점인데요. 이는 이들이 원하는 꺼리는 휴식이나 시간 소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것이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디자인 싱킹의 관점에서 디자인이 해야 할 역할은 보이는 객체에 가치를 부여하는 역할에 더해서, "같은 공간에서 다른 목적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시간 점유 효율화" , " 잉여 시간을 생산적인 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꺼리의 제공" 등과 같은 보이지 않는 가치, 즉 "시간"을 디자인하는 일로 정의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현재의 코로나 상황뿐만 아니라 앞으로 오브제의 시각화 위주의 디자인에게 주어진 숙제이자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는 '급할수록 "왜"를 더 고민하라'라는 의미입니다.  


++ 디자인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일이 디자인 싱킹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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