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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vin Seo 서승교 Nov 28. 2020

도시 재생 디자인의 목표는 재방문을 늘리는 것입니다.


도시 재생 디자인의 목표는 재방문을 늘리는 것입니다. 


인간 중심의 개발의 일환으로 다양한 도시 재생 사업들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도시 재생의 방식은 과거의 파괴적 재건축이 아닌 재활성화에 목적을 둔 재생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재활성화의 중심에는 지역 주민의 경제 회복이 있고 그러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가 있습니다. 이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는 결국 사람들이 모일만 한 거리를 제공해야 하는데요. 이 때문인지 많은 지자체에서는 예술가들을 많이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작업 공간과 예술활동을 위한 비용 지원이 필요한 예술가들의 니즈와도 부합되는 면이 있어서 여러 지역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유사한 성공 사례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벤치마킹하지 않을 이유도 별로 없는 것이죠. 서울의 성수동, 문래동, 연남동 등의 성공-적어도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은 아마도 도시 재생이 필요한 많은 지자체들에는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입니다.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도시 활성화를 위한 사람들 불러 모으기 관점에서 본다면 이와 유사한 패턴이 발견됩니다. 그것은 비슷한 여러 가지 시설들을 갖추는 것인데요. 이는 예술가들이 참여한 소프트웨어적인 관점보다는 하드웨어 관점의 작업들로 보입니다.  저는 코로나 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시기에 자연스럽게 많은 지방 도시들을 들여다볼 기회가 많았는데요. 하드 웨어 관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시설들이 있었습니다. 케이블카, 스카이워크, 짚라인, 루지.... 등등과 같은 것들이었는데요. 거의 모든 지역에서 최초, 최고, 최장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죠. 하지만 사실 고객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시설들은 이용하면 이용할수록 만족도가 반감되고 지역별 차이도 그리 크게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지역 주민을 도시 재생의 주체로 두고 재생 사업이 이뤄진다라고 전제한다면 여기에도  디자인 싱킹, 혹은 서비스 디자인 개념이 도입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디자인 싱킹의 관점에서 기존의 도시 재생 방식에 대한 저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방식 모두 고객의 방문 동기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지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요. 지역의 예술 관련 시설들이 제공하는 볼 거리와 시설물들이 제공하는 즐길 꺼리는 '저곳에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이것은 마치 동네에 핫한 장소를 방문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같다고 생각됩니다. 그럼 이런 방문 동기를 가지고 온 사람들의 일반적인 행태는 무엇일까요? 아마 대부분이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일단 인증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인증 사진에는 반드시 본인이 함께 있어야 하죠. 아무리 훌륭한 예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본인이 사진 속에 없으면 허전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나선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에 올립니다. 많은 ‘좋아요’를 기대하면서 말이죠. 그리고는 빠르게 다음 장소를 향해 떠납니다. 이러한 행동 패턴의 긍정적인 효과는 이 방문객의 소셜 미디어를 구독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곳에 방문하고 싶은 동기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한 번 물어봅시다. "이 방문객은 이곳에 다시 올까요?" 아마 쉽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왜 그럴까요? 디자인 싱킹의 관점으로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방문의 동기가 재방문의 동기로 연장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놀라움, 신기함, 남들이 느낀 감정의 공유 등의 처음 방문 동기는 달성이 될 수 있지만, 이것이 다시 오고 싶다는 동기로는 연장되지 못한다는 점이죠. 즉 처음 방문객의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생기지 않는 점입니다. 


저는 이 재방문의 동기, 혹은 유인이 도시 재생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도시와 건축은 수명이라는 것이 있고 이를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만, 초도 방문 동기의 생성에만 집중한 도시 재생은 재생된 도시의 활성화 수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각 지역은 이를 연장하기 위해 또다시 무언가 차별적인 볼거리를 제공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핫한 지역의 카페나 식당들의 운영 방식과 비슷합니다. 파는 상품보다는 보여줄 거리에 집중하고 이를 위해 주기적인 레노베이션을 하는 것이죠. 


사람들의 지역 재방문 동기는 결국 콘텐츠의 힘에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콘텐츠는 역시 고객 중심적이어야 합니다. 예술가나 디자이너, 사업가가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차원의 접근은 초도 방문의 동기 발생에는 부합하나 재방문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고객의 재방문 동기를 만들고 자극하는 콘텐츠가 되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주체가 방문 고객이 되면 좋을 것 같네요. 현재의 도시 재생에는 주민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지역 방문의 고객인 방문객의 참여는 별로 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어떤 지역에 처음 방문한 사람에게 지역과의 '연결성'을 만들어 주는 것도 재방문 동기를 갖게 하는 중요한 방향이 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경험을 세밀하게 디자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문과 경험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뭔가 더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방문객들에게 느끼게 해주어야 합니다. 지역의 주민은 아니지만 방문객들이 그 지역에 정을 붙일 수 있는 거리와 여백을 줄 때 비로소 도시 재생이 지향하는 선순환적 도시 활성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 #1,2>  서울 지하철 7호선 청담역의 공간에 조성된 실내 정원의 모습입니다. 벽면에 여러 가지 기 식물들을 식재하여 환경은 물론 인테리어 효과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신선하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이동이 아닌 휴식을 자주 역에 방문해야겠다는 동기를 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사진 #3,4> 서울 지하철 2호선 영등포 시장역의 모습입니다. 오래되고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지하철역이 디자인적, 예술적으로 훌륭하게 재조성 되었다고 생각되는데요. 디자이너들을 위한 공간이 조성된 것은 매우 긍정적입니다만, 일반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특히 재방문 동기 관점에서 말이죠. 


+지속 가능한 도시로 재생되기 위해서는 방문객의 재방문 동기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방문객과 지역의 관계를 형성하는 경험의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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