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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중딩과 유럽으로 떠나다.

왜 우리는 이 여행을 떠나려 하고,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by 케빈

이 여행을 계획하게 된 계기를 얘기하자면 그전에 나의 상황에 대해서 먼저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조리고 3년, 파인 다이닝 견습, SK뉴스쿨 탈락

나는 일반고등학교가 아닌 조리과를 3년간 다니며 작년 11월부터 서울에 한 파인 다이닝에서 견습생활을 하게 되었다. 견습을 하던 중 '기본'과 '습관'(정리정돈,청결등 매우 사소한 부분)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끼고 조금 더 심도 있게 배우고 싶어서 SK에서 사회공헌사업으로 만든 'SK뉴스쿨'에 지원하게 되었다.


특이하게 이 학교는 3주간 영어, 식품학과, 인문학 등 다양한 강의를 듣는 형식으로 5구간의 테스트를 진행한다.


1차 서류> 1차 면접 > 3주간 테스트> 3주간 배운 칼질&식품영양학 테스트 >2차 면접


이 여정 동안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고 붙을 것이라는 확신에 차있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인생이 계획되로 흘러가면 그건 인생이 아니다 라고 한 것처럼 보기 좋게 떨어졌다.


나는 당연히 붙는다 생각에 혼자 정말 완벽한 계획이다라고 생각하며 만든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그 계획은 11월에 졸업을 해 2~3개월간 여행을 하고 2월쯤 카투사나 취사병으로 군입대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계획을 세워야 했다. 처음 나의 계획은 정말 단순했다. (물론 처음에만)

'지금부터 3~6개월 정도 일하다가 그 돈으로 2개월 정도 여행하고 군대부터 빨리 해결하자'


그렇게 설날 직전 씁쓸한 소식을 듣고 설날 이후 3개월의 일만 했던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원래 고향인 대구에 와서 일을 찾던 도중 운이 좋게도 바로 일할수 있는 곳을 찾아서 지금은 브루 펍에서 일하고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이다

이제 일은 구했으니 다음 단계 여행을 계획할 단계이다.



왜 이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가


나 스스로에게 왜 이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가라고 물어봤을 때

나는 한 가지 답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Lovisa

가족들과 다 함께 대마도에 갔을 때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무슨 헛소리냐고 하실 텐데 사실 사람 이름이다.


내가 2년 전 유럽에 갔을 때 첫 나라인 포르투갈의 내 첫 우프 호스트의 첫째 딸이었고 작년 초 내가 같이 한국 여행하자!라고 물어봤을 때 바로 표를 구매하고 스웨덴에서 그 무더운 7월에 한국에 와서 6주 간지 내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녀는 나의 여자 친구도 아니고 더 웃긴 사실은 우리는 유럽에서 같이 지낸 날은 4일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 보면 우리 둘 다 미쳤다고 생각하는 게 4일 보고 여행하자고 한 나도, 알겠다고 온 누나나 (나보다 4살 많다) 참 대책이 없는 것 같다.


쨋든 군대 가기 전에 다시 여행하고 싶었다. 그게 끝이었다. 어디 나라를 가서 어떤 걸 보고 싶고 느끼고 싶고 이런 것은 1도 없었다.


그냥 그 사람과 다시 만나서 대화를 하고 싶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같이 여행을 하고 싶었다.


(여행하자고 하니 마침 그녀도 방학이어서 아버지가 계시는 포르투갈(아버지가 포르투갈에서 농장을 하시고 여기서 서로 처음 만났다)에 지낸다고 해서 포르투갈에서 만나서 스웨덴으로 같이 가기로 했다.)


중1 동생과의 여행

하지만 한 가지 더 원하는 게 있었는데 내 막냇동생에게 내가 보고 느낀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여태까지 정말 다양 한 걸 해볼 수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이나 주변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나에게 얘기한다


'네가 지금 받은 것들은 내게 돌려주려고 하지 말고 나중에 너 같은 후배들이나 사람들에게 배로 베풀어라'


그들은 절대로 자기에게 갚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저 말을 들을 때마다 저런 사람들이 있기에 그나마 이 뭐 같은 세상이 돌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내가 받은 것들을 가장 가까운 가족, 그중에서도 내 막내 동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나와 여동생은 어릴 때 삼촌이 계신 캐나다를 갔다 왔다. 하지만 막냇동생은 항상 타이밍이 안 맞아서 가지 못했고 그게 내심 마음에 걸렸다.


내게 그때 캐나다에 있었던 그 기억이 너무 행복했고 소중했었다. 그래서 언제 한번 꼭 동생에게 우물 밖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마침 그 기회가 왔다.


사실 내가 먼저 부모님께 제안을 했다. 이번에 여행을 가려하는데 동생을 함께 데리고 가려고 한다. 부모님은 당연히 승낙을 했는데 의견 충돌이 생겼다. 바로 기간이다.


얼마나 여행해야 하는가?


부모님은 5주를 제안하셨다. 동생의 방학기간이 그 정도 되었고 우리는 표를 마일리지로 구매해야 돼서 어머니가 표가 5주짜리 밖에 없다고 하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 그렇게 못한다고 했다. 나도 지치고 동생도 지칠 것만 같았다.


사실 이전에 아버지랑 남미 여행(2주)도 했고 스웨덴 누나와 한국 여행(6주)을 했다. 표현은 안 했지만 많이 힘들었다.


물론 지금은 그 선택에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은 얘기가 달라진다. 이전에 두 사람은 그래도 어른이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A부터 Z까지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


우리의 대화는 계속 도돌이표였다.


나는 "절대 5주 동안 함께 할 수 없다."

어머니는 “표가 없는데 어떡하냐"


하지만 이 어처구니없는 에피소드는 내가 원하는 기간의 날짜에 표를 구하면서 끝났다.


그래도 부모님은 계속 5주 가는 게 좋지 않냐고 하시는데 나는 간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으로만 보고 글로만 읽었던 곳을 직접 내 두발로 서있고 느끼며 배운다는 것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왕복 티켓이 아니라는 게 얼떨떨하다


이렇게 여행의 계획이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한 가지가 더 생겼다.


세계여행

사실 원래 계획에는 1도 없었다. 세계여행을 언젠간 가고는 싶었지만 지금 그렇게 당기지도 않았고. 그러다 며칠 전 내가 정말 좋아하는 형 (이 형도 정말 인생 재밌게 사는 것 같다) 에게 동생과 함께하는 여행에 대해 조언을 받으려고 통화하다가 형과 얘기하다가 20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형이 내게"


나는 20살로 돌아가고 싶어. 20대가 아니라 정확히 20살. 20살이 되었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해. 조금 더 재밌게 즐겁게 즐겨봤더라면 해"


이 말을 듣는 순간 바로 세계여행을 가봐야겠다고 생각 들었다.


이 역시도 의미는 없다. 운이 좋아 이미 유럽도, 남미도 북미도 갔다 올 수 있었다. 그러니 무슨 엄청난 걸 배우겠다니 어떤 사람을 만나겠다니 그런 건 1도 없다.


그냥 내게 스스로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다.


나의 다른 친구들은 대학에 가서 새로운 환경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추억을 쌓고 경험을 하지만 (그렇다고 나의 선택에 1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나는 그렇지 못했고 그럴 기회가 적은 게 사실이다.


'열심히 벌어서 열심히 놀자'

이게 내 목표다. 일만 하다가 내 평생에 다신 오진 않을 20살, 성인이 된 첫 해를 보내고 군대 가기에는 인생 너무 아쉽지 않은가.


군대를 계획보다 조금 늦게 간다고 지구가 멸망하는 것도 아니고. 어른의 세계를 즐기다 가고 싶다.


쨋든 제일 큰 일인 표를 구매했으니 이제부터 열심히 (?) 준비해봐야겠다


그래도 내 멋지고 사랑스러운 친구들을 다시 만난다는 사실은 너무 행복하다


내가 가는 곳과 가보고 싶은 나라는 대략


영국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모로코

이집트

터키

인도

그리스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체코

덴마크

쿠바

미국

캐나다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방글라데시

이다.


뭐 나도 이 여행이 어떻게 흘러갈지 겁나 궁금하다. 그냥 단순히 한 사람을 만나러 가는 여행이 이렇게 스케일이 커질 줄 이야, 조금 더 지켜보자 어떤 말도 안 되는 일이 생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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