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쾰른, 쾰시>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장 손꼽아 기다리던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독일 하면 맥주, 맥주 하면 독일이라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로 독일 맥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데, 맥주를 사랑하는 나로서 직접 독일에 가서 '독일 맥주'를 마셔보는 게 꿈이었다. (사실 이전 유럽여행 때 독일에 다녀올 수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에 지낼 때 호스트 가족들과 함께 장 보러 간 거여서, 정말 '방문'만 했다)
이렇게 하늘을 치솟았던 나의 기대감을 독일은 단 1도 실망시키지 않았는데 , 그 첫 도시로 ‘쾰른’은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일반 여행자들에게 이곳은 쾰른 대성당 말고는 딱히 매력 있는 도시가 아닌데, 적어도 나에게는 ‘쾰시’가 있다.
이 '쾰시'로 말하자면 알고 마셔야 맛있는 맥주라 할 수 있다. 옛날 양조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에일(상면 발효)이 대세였다. 하지만 라거(하면 발효)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기존의 에일보다 청량감과 음용력이 뛰어난 라거에 열광하면서 에일을 만들던 많은 양조장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때 쾰른 지방의 사람들은 기존의 에일의 맛을 살리면서 라거의 청량감을 줄 방법을 골똘히 생각하다, 에일 방식으로 발효를 시켜 맛은 살리면서 저온숙성을 해 라거처럼 청량감까지 뛰어난 맥주를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쾰시’이다
단순히 이야기뿐만 아니라 마시는 법도 상당히 재밌는 맥주이다.
상당히 큰 잔에 주는 다른 독일 맥주들과 다르게(옥토버페스트에서는 1l에 따라준다) 웨이터들이 우유 한팩 크기인 200ml 쾰시 전용잔을 수십 개를 들고 다니며 서빙해준다. 이때 명심해야 할 점은 맥주를 다 마시면 코스터를 무조건 잔 위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코스터가 올라가 있지 않다면, 한잔의 크기가 작은 쾰시이기에 웨이터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신에게 계속 맥주를 가져다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야기가 있고, 재밌어도 가격이 비싸면 즐길 수 없을 것인데, 이 쾰시의 가격은 또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한잔에 2 euro정도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지내는3일 동안 정말 마시고 마시고 마시고, 마셨다.
참, 맛은 어떻냐고? 가장 중요한 맛도, 실제로 마셔보면 에일의 맛을 살리면서 음용성까지 뛰어나기에, 내가 정말 좋아했다. 너무 잘 들어가서 탈이였지
그렇게 맥주를 마시고 다리를 건너다 보게 된 노을이 너무 아름다웠는데, 그래서 이곳을 다시 오게 된다면 꼭 혼자가 아닌 함께 오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계단에 걸터앉아 쾰시를 마시며 성당 뒤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고 싶다.
2019.09.15
In Köln, Germ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