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옥토버페스트>
옥토버페스트
내가 독일에 온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 가장 기대한 시간이기도 했다.
맥주를 사랑하게 되고, 흥미를 느끼면서 당연히 ‘독일’ 맥주에도 궁금증이 생겼다. 1516년 맥주의 품질 향상을 위해 물, 맥아, 효모, 홉 이 4가지 재료로만 만들어야지 맥주로 인정해주는 맥주 순수령이 제정되었고, 이후 많은 이들에게 독일=맥주, 맥주=독일이라고 여겨질 만큼 맥주의 역사 그 자체인 ‘독일’.
이런 독일에서도 가장 큰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가 내게 주는 느낌은, 수만 명 이 들어갈 수 있는 거대한 텐트 안에, 수만 잔의 맥주가 오고 가며, 수만 명의 사람들이 마시고, 즐기고, 행복해하는 '유토피아' 그 자체였다.
이번 옥토버페스트 방문은 운이 정말 좋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옥토버페스트 기간이 되면 뮌헨에 있는 숙소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고 한다 (괜찮은 숙소는 1박에 10만 원은 기본이라고 한다) 다행히 나는 작년에 남미에서 만난 친구 집에 머무를 수 있었고, 게다가 가족들과 다 함께 축제에 갈 수 있어 혼자라면 결코 느끼지 못할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공식 오프닝 데이에 맞추어 갔다. 옛날에는 양조장들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그 맥주들을 중심가로 가져왔어야 했는데, 이날 그때의 퍼포먼스를 재연하는 것이다. 형형색색의 화려하고 현란한 장식들, 축제의 시작을 알리기에 완벽한 웅장한 악기들.
그중 마부의 표정이 나의 눈에 띄었다. 마차의 뒤에 있는 사람들은 취해서 벌써 축제 분위기인데, 최소 2마리부터 많게는 6마리의 말들을 관리해야 하는 마부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천국과 지옥이 한 곳에 공존한다면 이런 느낌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쓰러워 보였다. 또한 퍼레이드를 보는 사람들도 아직 맥주를 안 마셔서 그런지, 그렇게 흥이 나지는 않은 얼굴이었다.
그래도 재밌었던 1시간가량의 퍼레이드가 끝난 후 드디어 맥주를 마시러 갔다. 우리는 따로 예약을 하지 않고 갔지만 운이 좋게도, 4곳의 빅텐트와 1곳의 스몰 텐트를 방문했다.
‘미치도록, 행복하게, 재밌었다.'
내가 느낀 이곳의 분위기였다.
독일에서 마시는 시원한 독일 맥주와,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신나는 음악, 그리고 나와 함께해주는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함께라면 그 무엇이 재밌지 않고,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또한 맥주 앞에서는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고, 누구나 평등하다는 걸 새삼 다시 느낀 시간이다.
군대를 마치고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세계 3대 축제라는 수식이 전혀 아깝지 않은, 아니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못해 미안한 그런 엄청난 축제였다.
2019.09.21
In München, Germ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