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누드 사우나 기행기>
옛날 한 여행자의 글을 읽었는데, 그 밑에 달린 반응들이 정말 뜨거웠다. 무슨 글이기에 그렇게 반응이 뜨거웠냐면 바로 ‘독일 사우나’에 관한 글이었다. 그것도 그냥 사우나가 아니라 바로 ‘누드’ 사우나였다.
이 글을 읽은 게 몇 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아직까지만 해도 한국을 벗어난 적이 없는 나의 관점에서는 사우나를 가는데, 남녀가 벗고 간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문화였다. 이후 오랜 시간 사우나의 존재에 대해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 여행에 독일을 방문하게 되었고, 독일을 떠나는 마지막 날 가족들과 함께 갔다 올 수 있었다.
처음에는 사우나가 있고, 누드 사우나가 따로 있는지 알았다. 하지만 입장하고 10초도 안 돼서, '사우나=누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칼에게 옷을 갈아입으려고 “남자 라커룸은 어딨어?”라고 물었는데 “여긴 따로 나누어져 있지 않아”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돌려보니 아 그렇구나, 아 그런 거구나 끄덕여졌다. (난 남들 앞에서 벗기 싫은데 어떡하지?라고 걱정하지 마시길, 옆에 개인 라커룸이 존재는 한다. 다만 사용을 안 할 뿐)
내가 이번에 방문한 곳은 놀이기구 없는 워터파크 느낌이었다. 큰 야외풀장도 있고 실내에도 여러 가지 테마의 풀이 있었다. 신기한 게 수영장을 갈 때는 수영복을 입고 가지만, 사우나를 가면 옷을 다 벗고 알몸으로 가거나 , 큰 목욕 타월을 두르고 간다.
또 사우나 종류도 건식, 습식, 온도에 따라 엄청 다양했는데 자기 취향에 맞게 들어가면 된다.이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30분마다 특별한 이벤트가 진행되는 사우나실이었다.
약 40~50명의 사람이 벗은 채로 둘러앉아있고, 중간에는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는 화로가 있으며, 위에는 선풍기가 있다. 앉아서 기다리면 직원분이 들어와 화로 위에 물을 뿌리는데, 물을 뿌리는 순간 안의 습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재밌는 건 매시간마다, 다른 아로마를 사용해서 다른 향을 느낄 수 있는데 내가 갔을 때는 로즈메리였다.)
그렇게 물을 부으면서 이벤트가 시작되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높은 온도와 습도로 나의 모든 땀구멍들이 활짝 열렸다. 마치 오랫동안 강물을 머금다가, 이때만을 기다려 수로를 개방한 댐들처럼 땀이 정말 콸콸 쏟아졌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처음 들어왔을 때 큰 선풍기를 봤을 때, 너무 더워서 틀어주는 건가 라는 무식한 생각을 했는데, 아니 정반대이다. 더 더우라고 틀어준다.이미 올라갈 때로 올라간 온도와 습도에다 대고 선풍기를 틀어버리니, 지옥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덥고, 습했다. 하지만 내 안에 있는 모든 독소들과 나쁜 기운들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은 너무 좋았다.
15분가량 진행되는 이벤트가 끝나고는 보통 밖에 있는 냉탕에 바로 입수한다. 처음엔 들어갈지 말지 머뭇거렸는데 언제 발가벗고 탕에 들어가 보겠냐 생각이 들어 바로 입수했다. 순간 마치 내 몸 안에 차곡차곡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들이, 엄청난 물살에 한 번에 씻겨나가는 느낌이었다. 태어나서 느껴본 적이 없는 '상쾌함' 이였다.
그렇게 이곳 ‘사우나'에서의 경험은 가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가기 전에는 노인분들만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막상 가보니 젊은 사람들부터, 부모님 나이 때 분들은 물론이고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모든 연령대가 모인 듯했다. 특히 커플들이 많이 보였는데, 보통 옆에 있는 호텔에서 묵고, 사우나하면서 주말을 보낸다고 한다.
그리고 무조건 벗어야 되는 건 아니다. 수영복은 벗지만, 커다란 목욕 타월을 두르고 가서 벗고 싶으면 벗고,계속 두르고 싶으면 둘러도 상관없다. 같이 간 클라라는 수건을 두르고 사우나를 했다.
이제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이 가장 궁금할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남녀가 '함께, 벗고'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특별한 걸 기대한 독자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정말 솔직하게 ‘별 느낌 없었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었기에 처음에는 신기했고 , 또 알몸으로 있는 게 뻘쭘해서 타월로 가리려고 했는데
그때 기분을 표현하자면 ‘목욕탕에 나 혼자만 옷 입고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초반에는 어디다 시선을 둬야 할지도 몰라 동공 지진도 왔었는데 , 이곳 분위기 자체가 아무도 상관 안쓰는 분위기이다 보니 그 많은 사람 중 유일한 동양인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아무렇지 않았고, 끝에는 너무 편안했다.
그리고 나도 그랬고,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누드 사우나, 이게 어떻게 이게 가능해?'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독일에서 지내면서 나는 이런 개방적인 문화가, 가능한 이유는 바로 '교육의 힘'이라 느꼈다.
독일에서의 성교육은 철저하게 아래의 철학을 바탕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성교육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기 발전'을 위해 필요한 교육이다. 나이에 따른 적절한 교육을 통해 청소년에게 성에 관한 생물학적, 사회 문학적, 도덕적 의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믿음을 심어주기 위한 수업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은밀하지 않고, 실용적인 성교육’
대한민국에서 12년간 학교생활을 하고, 이번 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로서, 외국인 친구들과 만나고, 사우나 같은 경험을 할 때면 대한민국의 성교육에 대해 정말 아쉬울 수밖에 없다. 숨길 수 없다면 최대한 상세히, 실용적으로 알려주어야 하는 게 사회가, 교육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곱씹어 본다.
독일에 가시고, 평소 사우나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바란다.
한국 목욕탕에서 피로를 푸는 게 손빨래로 때를 제거하는 거라면, 독일 사우나에서 피로를 푸는 건 최신형 드럼세탁기로 사이사이 묵은 때까지 빼주는 느낌이었다.
2019.10.06
In Nuremberg, Germ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