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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일' 아버지

<독일-뉘른베르크>

by 케빈

시간은 작년 1월 남미로 거슬러 올라가, 토레스 델 파이네로 트레킹을 가기 전 호스텔에서 머무르고 있었을 때였다. 이곳에서 처음 칼을 만났는데 큰 키에, 컴퓨터 앞에 서있던 그의 모습은 아직도 뚜렷하다.


긴 트레킹을 떠나기 전 한식을 먹고 싶어 저녁으로 고추장 불고기를 만들려 했다. 하지만 음식이란 게 누군가와 함께 같이 먹어야 더 맛있는 법. 그래서 같은 호스텔에 지내는 사람들들에게 물어봤는데, 이때 칼에게도 내가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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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국 음식을 만들 건데, 같이 저녁 먹을래요?”


칼은 흔쾌히 나의 저녁 초대를 수락했고, 그렇게 우리는 함께 밥을 먹으며 친구가 되었다. 나의 아버지보다도 1살 많은 칼은 독일에서 왔고 갭이어를 위해 1년간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꽃이 한창 무르익고 있었을 때, 자신의 눈에 머나먼 한국에서 온 17살짜리 소년이 데미안(독일 소설)을 읽고, 우스토프 칼 (독일 칼)을 가지고 여행을 하는 게 정말 인상 깊었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다음날 트레킹을 떠나기 전, 칼은 나에게 "언제든 너를 위한 방이 있으니, 꼭 내가 사는 곳을 기억하고, 놀러 와!"라고 전해주며 우린 헤어졌다.


그후 시간이 흘러 17살의 소년은, 18살 성인이 되었고 청춘을 즐기기 위해 세계여행을 떠났다. 이때 나는 옥토버페스트를 정말 가고 싶었고, 마침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뮌헨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뉘르베르크에 사는 칼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나의 아버지 그립네요



함께 지내면서 맥주를 마시고, 달리기를 하면서 인생에 대해, 사랑에 대해,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눈 그 시간이 정말로 그립다.


그는 머나먼 한국에서 온 어린 나를 '아들'처럼 대해주었고,
나도 그를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다.

지금 나의 아버지들에게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이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제게 주신 사랑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말 보고 싶습니다.


2019.10.06

In Nuremberg,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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