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다합, 프리다이빙>
어떤 인간은 스스로에게 고통을 부과한 뒤, 그 고통이 자신을 파괴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한다. 그때 경험하는 안도감이 너무나도 달콤하기 때문인데, 그 달콤함을 얻으려면 고통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여행의 이유 중>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라는 책의 중간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문장을 처음 접했을 때, 본능적으로 이곳에서 이야기하는 '어떤 인간'들 중에 나라는 인간이 포함된다는 걸 느꼈다. 이곳에서 이야기하는 너무나도 달콤한 안도감을 너무나도 좋아하기(아니 사랑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6000m 등반부터 철인 3종까지 다양한 고통을 스스로에게 부과하였고 그걸 즐겨왔다. 그래서 평소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스스로 자부했었다.
그러다 이번 여행에서 프리다이빙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학원만 다니면 누구나 딸 수 있는 '2종 보통 운전면허'에 해당하는 수준의 프리다이빙 입문 자격증은 보통 3~4일 만에 끝난다고 해서, 자격증은 이미 따놓았구나라는 허튼 꿈을 꾸고 이집트, 다합에 도착했다.
하지만 현실을 너무 무자비했다. 이전까지 내가 해본 그 어떤 스포츠와도 너무 달랐었다. 평소 육지보다 물을 더 편하게 생각하기에, 물이 주는 '느낌'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나에게 가장 치명적이게 다가온 부분은 바로 물이라는 '공간'이 주는 문제였다.
다이빙을 한다는 것은 바다 안으로 들어가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다. 즉 수심을 내려가게 되는데, 내려가면서 압력도 점점 세지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더 깊게, 더 멀리' 내려가기 위해, 몸안에 존재하는 공기구멍에 압력을 넣어 , 안과 바깥이 힘의 평형을 만들어야 한다.
이 부분이 바로 치명적인 문제 '이퀄라이징'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이름도 특별한 프렌젤이라는 특별한 방식 필요한데, 바로 '혀로 호흡'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20년간 숨을 쉬면서도 , 단 한 번도 '혀'로 숨을 쉬어보지 않았기에, 잘되지 않았고, 잘되지 않으니 흥미가 없었다. 게다가 다이빙 중에 귀에 조금이라도 무리가 가면, 그날은 다이빙은 물론이고, 프렌젤 연습도 못하니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물론 시간이 충분했으면 어떻게든 라이센스를 얻었을 수 있었겠지만, 예상보다 다합을 일찍 떠나게 되어서 실패로 남은 스포츠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Tafuojf1m0
하지만 진심으로 느껴보고 싶은 게 있어서 꼭 다시 도전하고 싶은 스포츠이다.
'프리다이빙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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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폴 = Free fall
다이빙 중 수심을 타고 내려가다 보면 처음 양성부력을 지나 중성부력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음성 부력이 나온다. (입수 > 양성부력 > 중성부력 > 음성 부력) 즉 일정 수심을 지날 경우 부력이 없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 하강, 즉 자유낙하가 가능하다.
다합을 떠나기 전 유튜브에서 프리다이빙 세계기록영상을 볼 기회가 있었다. 이 선수의 프리폴을 보면서 오직 자신의 신체에 의지하고 집중해 ,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공허의 공간'을 향해 내려간다는 것이 소름 끼쳤고 , 마지막 장면에서 다이빙이 끝난 후 날린 사인을 봤을 때 엄청난 쾌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정말로 이 두 가지를 직접 느껴보고 싶다.(프리다이버는 다이빙 후 수면 위에 올라와서 자신이 괜찮다는 표시로 'I'm OK'라는 사인을 보내야 한다. 이것이 안될 경우는 기록 인정이 안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belqJEhl8CM&feature=youtu.be
이번에는 실패로 끝났지만, ' 좋아해서 잘하고 싶고, 잘해서 좋아한다'는 말처럼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잘해서 좋아하고 싶은 스포츠이다.
2019. 10. 11
In Dahab, Egy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