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다합 / 인생이라는 망망대해를 순항하기 위해
스쿠버 다이빙을 하다 프리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감압병 예방차원에서 하루 종일 쉬어야 한다. 그래도 가만히 집에 앉아있는 건 도무지 나의 스타일이 아니어서, 뭘 할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눈앞에 바람을 가르며 섹시하게 파도를 타는 윈드서퍼의 모습이 비쳤다.
나의 무의식 속에는 두 명의 친구들이 지낸다. 바로 '잠은 죽어서 자자' , '새로운 경험을 하는 언제나 좋은 거야'라고 불리는 이 두 친구. 평소 대부분의 선택이, 이 두 친구들의 손을 거쳐 선택이 된다. 그래서 윈드서퍼를 본 순간, 윈드서핑을 하기 위해 바로 달려갔다.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다. 평생 보드는커녕 보드같이 생긴 것조차 타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패드 위에 올라가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그래도 앞으로, 뒤로, 옆으로, 뒤집히기까지, 문자 그대로 ‘사방팔방’ 넘어지고, 일어서고를 반복하다 보니 감이 잡혔다. 다합을 떠날 즈음에는 내가 처음 반한 윈드서퍼까지는 아니었지만, 바람을 가르며 파도를 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며칠 전 윈드서핑과 인생의 공통점을 느낄 수 있었다.
바람 = 스트레스
바람이 있어야만, 우리는 파도를 탈 수 있고, 바다를 누뷜수 있다.
얼마 전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계기로 인해 무엇이 문제인지 돌이켜봤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끝내 해결하면서 엄청나게 전진할 수 있었다고 스스로 느껴졌다. 윈드서핑도 바람이 불어야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바람을 잘 다루어야지만, ‘멀리, 오래’ 나아갈 수 있다. 잘 다룬다는 뜻은 바람을 '잘 읽고', 나 스스로 '잘 컨트롤'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부는데도 돛을 꽉 잡고 , 바람과 싸워 이기려 하면, 그 보트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즉 바람의 힘에 못 이겨, 바다에 박힐 수도 있다. 하지만 적당히 당기고 적당히 풀어주면 우리는 그 바람으로 파도를 타고 바다를 누빌 수 있다.
현대인에게 더 이상 스트레스는 피할 수야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 같다. 그렇다고 싸워서 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윈드서핑을 하듯, 바람(스트레스)을 온몸으로 읽고,
돛(스트레스 대처)을 당길 것인지 놓을 것인지 제대로 알고 있어야만,
이 넓디넓은 바다 (인생)를 ‘순항’ 할 수 있지 않을까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즈음 바람을 타며, 지평선 위를 본 그 모습은 가히 ‘환상스럽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처럼 인생의 일몰도 가히 ‘환상스럽기’를 기대한다.
2019.10.22
In Dahab, Egy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