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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빈 Dec 07. 2019

오늘 ‘뉴욕'에 밥 먹으러 갑니다

<베트남-호찌민> 엄청난 부담감이 고뇌와 함께 몰려왔다.

이틀 전 ‘보통의 여행자'라면 아마 절대 사지 않을 물건 1순위에 들 물건을 구매했다. (현재 나는  44l짜리 기내용 배낭 하나로 여행하고 있다)


 인생 첫 양복

나의 우상이자, 전설들을 만나러 가는데 아무 옷이나 입고 가기는 너무 싫었다. 그리고 20살이 되고 난 후 어른이 되었다는 걸 스스로 느껴보고 싶었는지 , 꼭 한번 양복을 입어보고 싶었다.

한국이 아니라는 점,  여행자라는 점, 첫 양복이라는 점 모든 악조건이 맞아 떨어졌다


그렇게 머나먼 타국에서 혼자 몇 시간을 공들인 끝에야 , 인생 첫 양복이 담긴 종이가방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양복을 선택하는 게 너무 피곤했기에,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쓰러졌다.  그런데 그 순간 옷걸이에 걸어놓은 파란빛을 띠는 양복이 보이면서,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부담감이 고뇌와 함께 몰려왔다.


'무엇'을 얻고 싶은가?
'어떻게' 그걸 얻을 것인가?
'못 얻으면' 어떡할 것인가?

이번 레스토랑 방문은 , 이전의 경험들과는 스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뉴욕 3곳 샌프란시스코 1곳 총 4곳의 레스토랑이 예약되어있는데, 이 4곳의 밥값으로만 2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했다. 게다가 이들이 위치한 곳은 세계에서 물가 비싸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이다. 그래서 숙박 (뉴욕에서는 잠만 자는데 최소 6만 원이었다. 이마저도 싼 거라고..), 비행기 그리고 양복까지 하면 3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이렇게 큰돈을 투자했는데, 결과를 못 만들어 내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 휩쓸린 것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라면, 자고 일어나서도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생각하기에, 일단 억지로 꾸역꾸역 잠을 청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다 보니 한결 나아졌다.


2년 전 페루에 갔을 때이다.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한 곳을 정말 어렵게 예약하였고 , 남미를 떠나기 전날 방문하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 음식을 먹으면서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에만 집중해, 계속 무언가를 배우고 알아내려 했다. 그런데 음식을 다 먹고 그곳을 나오는 순간, 너무 허무했었다. 그 순간을 제대로 즐기지도,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도 못했던 것이다. 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던 것이다.


이때 느꼈다. 내가 그곳을 온전히 믿고, 몸을 맡긴다면, 그들은 내가 이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는 걸,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세계 최고이기에.


이제 몇 시간 후면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앉아 있을 것이다. 지난 며칠 동안 모든 신경과 행동을 레스토랑 방문에 맞추고 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온전히. 또렷이, 후회 없이 즐기고 오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정말로 얻어야 하는 '무엇'이라면, 수면 위로 천천히 떠오리라 믿는다.  


(현재 방문예정 레스토랑)

NY

1. Atomix (2 star)

2.Blue hill at stone Barns (2 star)

3.Eleven Madison Park (3 star, 2017 no.1 world best restaurant )


SF

1.Benu (3 star)

    

2019.12.07

In Ho chi min, VIet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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