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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빈 Dec 09. 2019

'다합',
너는 블랙홀이라 불릴 자격이 있다.

<이집트-다합> 결국은 사람이더라


다합민국

 
다합민국의 일상

대한민국의 반대편에 위치한 이집트. 그런 머나먼 이국 땅의 동쪽 시나이반도에는, 다합민국, 블랙홀 등 다양한 애칭으로 불리는 ‘다합’이 위치하고 있다. (다합에서 생활을 해보니, 러시아인 40%,  한국인 40% , 이집트인 10% , 기타 10% 의 인구분포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이곳을 갔다 온 여행자들이 하나같이 여행자의 블랙홀이다, 다합 생활이 너무 좋아서 출국 티켓을 버렸다는 등 이렇게 애정을 가지고 이야기하는지 궁금했다. 직접 생활하기 전에는 다이빙을 정말 저렴한 가격에 할 수 있고, 말도 안 되는 바다가 집 앞에 있고, 물가도 괜찮아서 블랙홀이라고 부르는지 알았다. 물론  다이빙도, 바다도, 물가도 다 좋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가족

나의 식구들

이곳의 매력은 조금은 특별한 '다합민국'만의 생활방식에서 시작된다. 한국인들끼리 모여, 하나의 집을 빌려 함께 생활을 한다. 즉 머나먼 타지에서, 일전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동거 동락을 하는 것이다.


재밌는 점은 대부분의 사람이 나같이 세계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다. 장기여행을 하다 보면, 인간관계에 정말 지친다. 매 순간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니, 가족이나 오랜 친구처럼 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우리는 '정'의 민족이 아닌가.


그런 한국인들 한테 , 함께 같이 밥을 먹고, 함께 웃고 떠드는 이곳에서의 생활은 '식구'라는 의미를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그렇기에 다합은 여행지로서 머리에 남은 게 아니라 , 추억으로서 가슴속에 남을 수 있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곧 한국 최고의 프리다이빙 강사가 될 '낙우 형' 
100만 유투버를 꿈꾸는 '성경이 형'과 '수진누나' 
아프리카 일주를 끝내고  남미를 돌고 있는 '다빈 형' 
치킨을 뜯으며 서로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 '민교형'

 
정말 각자 잘 논다

나도 운이 좋게,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들과 함께 맛있는 거 먹고, 별을 바라보며 꿈과 삶에 대해 이야기한 그 시간들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점점 ‘식구’가 되어갔다.


사실 이전의 여행에서는 '한국에 돌아가면, 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인데 , 굳이 이곳까지 와서 이들을 봐야 할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한국인을 피해 다녔다. 그러다 한국을 떠나기 전 ,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사람들을 대할 때 스스로 국적을 상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한국인은 왜 피하지?라는 의문이 들었고, 내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후에는 한국인을 '피해'다니지는 않았다. 특히 한국에서 만난 한국인과, 외국에서 만난 한국인은 다가오는 느낌의 결이 조금 달랐다. 머나먼 타지에서, 나와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고, 다시 머나먼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과 다시 만나, 함께 과거를 회상할 수 있다는 게 참 아름다운것 같다.


헤어지기 전 우리 식구는 한 가지 약속을 했다. 한국에 돌아오면 다 같이 조개구이 먹으면서 지난날의 여행과 인생의 이야기를 다시 하자고. 한국에서 곧 만날 날은 기다리며. 정말 감사합니다

먼저 떠난 다빈형!
너무 감사했습니다.

2019. 10.24

In Dahab, Egy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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