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다합> 결국은 사람이더라
다합민국
대한민국의 반대편에 위치한 이집트. 그런 머나먼 이국 땅의 동쪽 시나이반도에는, 다합민국, 블랙홀 등 다양한 애칭으로 불리는 ‘다합’이 위치하고 있다. (다합에서 생활을 해보니, 러시아인 40%, 한국인 40% , 이집트인 10% , 기타 10% 의 인구분포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이곳을 갔다 온 여행자들이 하나같이 여행자의 블랙홀이다, 다합 생활이 너무 좋아서 출국 티켓을 버렸다는 등 이렇게 애정을 가지고 이야기하는지 궁금했다. 직접 생활하기 전에는 다이빙을 정말 저렴한 가격에 할 수 있고, 말도 안 되는 바다가 집 앞에 있고, 물가도 괜찮아서 블랙홀이라고 부르는지 알았다. 물론 다이빙도, 바다도, 물가도 다 좋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가족
이곳의 매력은 조금은 특별한 '다합민국'만의 생활방식에서 시작된다. 한국인들끼리 모여, 하나의 집을 빌려 함께 생활을 한다. 즉 머나먼 타지에서, 일전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동거 동락을 하는 것이다.
재밌는 점은 대부분의 사람이 나같이 세계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다. 장기여행을 하다 보면, 인간관계에 정말 지친다. 매 순간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니, 가족이나 오랜 친구처럼 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우리는 '정'의 민족이 아닌가.
그런 한국인들 한테 , 함께 같이 밥을 먹고, 함께 웃고 떠드는 이곳에서의 생활은 '식구'라는 의미를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그렇기에 다합은 여행지로서 머리에 남은 게 아니라 , 추억으로서 가슴속에 남을 수 있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곧 한국 최고의 프리다이빙 강사가 될 '낙우 형'
100만 유투버를 꿈꾸는 '성경이 형'과 '수진누나'
아프리카 일주를 끝내고 남미를 돌고 있는 '다빈 형'
치킨을 뜯으며 서로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 '민교형'
나도 운이 좋게,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들과 함께 맛있는 거 먹고, 별을 바라보며 꿈과 삶에 대해 이야기한 그 시간들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점점 ‘식구’가 되어갔다.
사실 이전의 여행에서는 '한국에 돌아가면, 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인데 , 굳이 이곳까지 와서 이들을 봐야 할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한국인을 피해 다녔다. 그러다 한국을 떠나기 전 ,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사람들을 대할 때 스스로 국적을 상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한국인은 왜 피하지?라는 의문이 들었고, 내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후에는 한국인을 '피해'다니지는 않았다. 특히 한국에서 만난 한국인과, 외국에서 만난 한국인은 다가오는 느낌의 결이 조금 달랐다. 머나먼 타지에서, 나와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고, 다시 머나먼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과 다시 만나, 함께 과거를 회상할 수 있다는 게 참 아름다운것 같다.
헤어지기 전 우리 식구는 한 가지 약속을 했다. 한국에 돌아오면 다 같이 조개구이 먹으면서 지난날의 여행과 인생의 이야기를 다시 하자고. 한국에서 곧 만날 날은 기다리며. 정말 감사합니다
2019. 10.24
In Dahab, Egy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