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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당신은 왜 '30개국'을 돌아다녔나요?

만약 내가 30개국을 방문한 사람을 만났더라면, 어떤 질문을 했을까?

by 케빈

며칠 전 조지아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내게 약간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는데, 바로 내가 방문한 ‘30번째 국가'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나라를 방문했는지 별로 관심이 없어 입국 전만 해도 몰랐는데, 내가 방문한 국가를 표시할 수 있는 앱을 이용하다 알게 돼서 나도 깜짝 놀랐다.

‘Been’이라는 앱입니다

대한민국, 조지아, 대만, 일본, 중국, 키르기스스탄, 태국 / 그리스,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바티칸, 벨기에, 스웨덴, 스페인,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영국, 터키, 포르투갈, 프랑스 /미국, 캐나다, 멕시코 / 볼리비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 이집트


아시아 :7개국 , 유럽 : 14개국 , 북아메리카 :3개국 , 남아메리카 5개국 이집트 :1개국


현재까지 총 5 대륙, 30개국

그래서 오늘은 '내가' 만약 30개국을 방문한 사람을 만났더라면, 어떤 질문을 했을까 라는 컨셉으로 자문자답을 해보려 한다.



왜 그렇게 많이 돌아다녔나요?

정말 거창한 이유는 없다. 매번 여행을 떠날 때마다 말도 안 되게 여행을 떠났기에, 그저 운이 좋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여행을 떠난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이 세상은 한 권의 책이다.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은 첫 페이지만 읽는 이다."-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


여행에 관심이 많다면 , 이 문장을 한 번쯤은 보셨으리라 생각이 든다. 여행을 하다 보니, 이 말이 너무 몸에 와 닿았다. 특히 이 세상, 이 인생이라는 책이 우리 손에 주어진 이상, 첫 페이지만 읽고 덮기에는 너무 아름답고 재밌지 않은가. 그래서 아마 이 '세상'이라는 책을 꾸준히 계속 읽고 있는 것 같다.

Mestia , Georgia



당신의 첫 여행지는 어디 있나요?

내 기억이 맞다면 나의 첫 해외 여행지는 ‘캐나다’였다. 밴쿠버에 삼촌네가 살고 계시기에, 8살 때 우리 집 식구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까지, 함께 1달여간 캐나다 여행을 갔다. 10년도 더 됐기에 많은 기억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으로는 당시 로키산맥을 여행해 차를 정말 많이 탔다는 것과, 공원에서 구워 먹은 LA갈비가 너무 맛있었다는 것 정도.


그 후에도 나는 한 번 더 밴쿠버를 방문해 몇 개월간 생활할 기회가 있었고, ‘캐나다, 밴쿠버’는 단순히 여행지로서만 이 아니라 나의 삶에서도 정말 많은 의미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 대한 이야기는 밴쿠버에서 풀어보겠습니다)


참 재밌는 점은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꼬마가 성인이 돼서, 다음 달에 다시 이곳을 ‘혼자’ 방문한다는 것이다. 이곳에 첫발을 다시 디디게 되는 순간 어떤 느낌일지 도무지 감이 안 온다.



당신은 어떻게 30개국을 방문하게 되었나요?

이렇게 초1, 초3의 나는 캐나다미국을 방문했고,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일본에 축구대회를 참가하러 방문했다. 그 후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가족들과 다 함께 태국에 5일 정도 여행을 갔는데 이때의 설렘은 아직도 내 가슴에 남는다.


이후 중학생이 되었고, 학교에서 과학캠프라 불리며 방학마다 해외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1, 2학년 때 이곳에 참가해 각각 일본중국을 방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고등학생이 되었고 첫여름방학 때 오지탐사대에 선발돼 키르기스스탄에 방문했다. 1학년 겨울방학 때 혼자 유럽 4개국을 여행했고, 2학년 겨울방학 때는 혼자 남미 6개국을 방문했다.


마침내 이제 성인이 되어 세계여행을 떠났고 , 이번 여행에서는 현재까지 15개국을 방문하였다.

Salar de Uyuni, Bolivia



어디가 제일 좋았나요?

이 질문은 아마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이고, 나도 종종 하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을 받는 입장이 되면 , 이만큼 까다로운 질문이 없는데 , 왜냐하면 그 나라, 그 도시마다 다른 색깔을 가졌고, 각각 다른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더 세분화해서 대답을 드리겠다.


나의 가슴에 남은 곳은 '독일', 자연은 '남미, 파타고니아', 음식은 '이탈리아' , 여행자의 블랙홀은 '이집트,다합', 강력히 추천하는 곳은 '조지아', 분위기는 '스웨덴' 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지금 돌아가고 싶은 나라 딱 한 곳을 꼽자면 '포르투갈'

Fitz roy , Argentina 이걸 본 이상, 다른곳을 선택할수 없었다
Lisbon,Portugal 이거 먹으러 다시가고싶다



30개국을 방문한 '지금' 기분은 어떤가요?

이렇게 적고 보니 내가 생각해도 참 많이 돌아다닌 것 같다. 하지만 30번째 나라에 도착했다고 '와 내가 드디어 30개국이야!' 이런 환호감도, 흥분도 없다. 그저 “많이도 돌아다녔구나 상현아”이 정도.


이곳까지 정말 아무탈없이 (딱 한번 남미에서 휴대폰을 소매치기당했습니다) 오기까지 항상 누군가가 나를 도와주었고 뒤에서 기도해주었기에 가능했다는 걸 잊지 말고, 매 순간 감사할 줄 알며, 겸손하자는 마음은 결코 변함이 없다.


한 가지 변한 게 있다면 여행에 대한 생각이다. 이전에 나의 여행 스타일은 상당히 느긋했고, 한 장소에 2주씩 머물 정도록 여유롭게 여행했다. 하지만 요즘은 하루라도 젊을 때 최대한 많이 다니자 로 바뀌었다. 이게 스탬프 찍기 여행을 하고 싶다는 게 아니다. 이전보다 조금만 더 속도를 내서 여행을 하려 하는 것이다.


이 생각이 든 가장 큰 이유가, 요즘 내가 ‘편안함’을 엄청나게 추구하는 구나를 느꼈다. 16살부터 70L짜리 배낭을 메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봤지만, 매번 어린 나 혼자 풀어나가야 했기에 피곤함을 느꼈는지, 앞으로 이렇게 힘든 여행은 잘 안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돈 많이 벌어서 편하게 떠나고 싶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더 들기 전에, 하루라도 젊었을 때 더 많은걸 경험하고 더 많은걸 돌아다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의 30번째 나라. 조지아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요?


30개국을 돌았지만 이제 세계의 10%를 돌았기에 , 나에게도 아직 가보고 싶은 곳이 몇 군데 있다. 바로 호주, 아이슬란드, 아프리카, 그리고 북극이다.


호주는 아직 못 가본 대륙이기에 군대를 끝나고, 가려고 한다. 이때 차를 한대 사서 그 광활한 자연을 느끼는 ‘로드트립’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만난 여러여행자들에게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라고 물었을 때, 아이슬란드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아이슬란드가 최고라고 했다. 이곳은 지구가 아니라 다른 행성 같다는 말까지 덧붙이면서. 하지만 물가가 미쳤기에, 돈 많이 벌어서 갈려고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아프리카는 방문은 했지만, 속살까지 보지 못해서, 다시 여행하고 싶다.


이렇게 모든 대륙을 다 돌고 '결혼 후' 북극을 방문하고 싶다. 한 강연에서 강연자 분도 모든 대륙을 다 돌아 마지막으로 북극을 갈려했는데, 가기 전 북극을 다녀온 노부부를 만났는데 혼자 가면 너무 쓸쓸하다고 이야기해, 결혼 후 가려고 남겨뒀다고 했다. 이걸 듣고 있으니, 혼자 가서 느껴지는 그 '쓸쓸함'이 상상이 되었다. 그래서 나도 절대 혼자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Cairo, Egypt


이렇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글을 적어보았는데, 이 글을 통해 평소 여러분이 궁금해했던 의문증들에 조금이나마 대답이 되었으면 한다.


이제 끝으로 어머니가 나에게 한 얘기로 이 글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재작년인가 여수를 방문해 오동도를 걷고 있을 때였다. 어떤 이야기를 하다,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어머니가 내게 이런 말을 하시는 것이다


“너의 미래 여자 친구는 좋겠다.
네가 좋은 곳은 다 다녀봤으니 어디가 좋은지 다 알 거고, 또 같이 갈 거 아니야”


이때 이 말 듣고 정말로 웃었는데 막상 현실은 30개국을 다녔지만, 아직 여자 친구는 만나지 못했다. 과연 몇 번째 나라에서 여자 친구를 만날 수 있을지 나도 몹시 궁금하다.


2019.11.14

In Kazbegi, Georgia

수고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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