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다합, 스쿠버다이빙>
이번해 1월 즈음이었다. ‘부시 파일럿’으로 유명한 현호 형이 하는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 그 강연에서 들은 한 문장이 나의 뇌리에 깊숙이 박혔다.
“다이빙을 할 줄 알면, 우린 보지 못한 지구의 반틈을 볼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 다이빙이라는 걸 꼭 한번 해보고 싶었지만, 한국에서는 도저히 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마침 이번 여행에 다합으로 향하게 되었고, 지구의 반틈을 본다는 설렘과 부푼 꿈을 안고 이곳에 도착하였다.
다합을 가게 되면 보통 프리다이빙과 스쿠버다이빙 이 두 가지를 많이 하는데, 둘 다 해본 나로서 물에서 한다는 점 말고는 비슷한 점을 도저히 느끼지 못했다.
프리다이빙은 최소한의 장비로 매 순간 나의 한계를 마주치고 그걸 넘어서, '더 깊게 더 멀리 가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익스트림 스포츠’라면 , 스쿠버 다이빙은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 많은 걸 볼 수 있게 , 즉 어떻게 하면 물속에서 '최대한 편안하게 오래 있을 수 있을까'가 중점인 '레포츠'이다.
홍해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통해 바라본 '내가 보지 못했던 지구의 반틈'은 '내가 살고 있는 지구의 반틈'과 너무나도 달랐다. 처음 바닷속에 들어가 사진으로만 보던 형형 색색의 산호들과, 알록달록한 물고기들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거북이들을 봤던 느낌을 표현하자면
영화 ‘니모를 찾아서’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또 요리를 하며 많은 생선을 봐도, 이전에는 생선들이 어떻게 살아오는지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공룡 같인 생긴 곰치도 보고, 정어리 때도 보고, 바위에 기대어 자고 있는 거북이도 보며, 직접 그들의 집을 방문하고 구경한 것만으로 정말 재밌었다.
또 물에 들어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한 가지 신기한 점을 느꼈는데, 갈수록 물과 지상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물에 들어가 있을 때 더 편안한 느낌이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지상에서는 어떻게든 소음을 들을 수밖에 없는 반면, 물속에서는 나의 숨소리 말고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 덕에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고 , 중력도 크게 느껴지지 않기에 더욱 편안함을 느꼈던 것 같다.
이런 다양한 매력 있었지만, 이 중 내가 제일 좋아했던 부분은 다이빙 중 바라본 수면이었다. 뜨거운 홍해의 태양이 바다를 향해 햇빛을 내리쬐는데, 이 빛이 수면을 통과해 이전에 보지 못한 색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유유희 헤엄치며, 그 장면을 보고 있자면, 정말 영화의 한 장면이라는 표현밖에 쓸 수가 없다.
다이빙을 하며 ,이토록 아름다운 것들을 보다 보니 한 가지 다짐이 생겼다. 동물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아, 어릴 때 아쿠아리움을 자주 방문했는데, 바다에서 진짜를 보고 있자니, 그것은 못할 짓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의 자식들에게는 아쿠아리움이 아닌 진짜 바다, 진짜의 삶을 보여주리라고.
다합에서 이렇게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던져준 스쿠버다이빙을 해보며, '지구의 반틈을 보고 싶다'는 나의 꿈의 절반에 다가갔다. 이제 남은 꿈의 절반인 '지구 상에서 가장 큰 동물을 볼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야겠다.
어디가야 ,너를 볼수있니 흰긴수염고래야?
2019.10.24
In Dahab, Egy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