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런던 / 영국박물관>
영국은 나의 기나긴 세계여행의 시작점이기도 했고, 처음 방문해본 나라였다. 16살 때 유럽을 여행할 때는 악명 높은 입국심사 때문에 도전하지 못하였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대한민국 여권의 힘으로 인해 입국심사는 둘째치고 입국 심사서도 쓰지 않고 3초 만에 입국을 했다.
사실 영국을 가기 전 느껴 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바로 영국의 또 다른 이름 ‘해가 지지 않는 나라’에 대해서다.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어떻게 이들이 전 세계를 주물렀고 아직까지도 그 힘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했다. 여행을 시작하며 이곳을 나의 두발로 걸어 다녀보니, 나의 궁금증에 조그마한 대답을 던져 주었다.
이전에 유럽의 다른 나라들을 가 보았을 때는, 선조들이 만들어 놓은 '과거'의 유산과 영광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느낌이 든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영국의 심장인 런던에서는 ‘온고지신’의 자세가 느껴졌다. 그들의 찬란한 역사를 보존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계속 변화해가는 세상을 받아들여, 끊임없이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이 '자세'가 바로 지금까지 영국을 유지하는 힘의 원천이 아닐까 싶었다.
이곳에서 내가 제일 감명 깊었던 곳들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이었다. 원래 한국에서도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혼자 정말 잘 노는 나로서는, 엄청난 작품들이 전시돼있는 데다 대부분인 무료입장인 런던에서는 물 만난 고기처럼 돌아다녔다.
그곳을 둘러보면서 비싼 입장료를 받아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올 것인데도 , 영국이 왜 이런 정책을 펼쳤는지 몹시 궁금해졌다.
나의 이 질문에 대답을 해준 장소와 전시품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영국박물관에 있는 '로제타 스톤'이다.
로제타 스톤은 이집트에서 프랑스군에 의해 먼저 발견되었지만 지금은 영국 박물관에 있다. 그 이유는 프랑스군이 이집트 원정에서 영국군에 패하면서, 프랑스군은 영국군과 거래를 해야만 했다.
당시 거래 조건은 프랑스군을 무사 귀환시켜주는 대신 이집트에서 찾은 유물은 모두 영국이 가져간다였다. 하지만 이에 프랑스군은 극심하게 반발해 협상이 길어졌지만, 결국 프랑스군은 로제타스톤을 영국군에 넘겨주고 그 외의 유물들은 프랑스군이 가진다로 협상은 끝나게 되었다.
처음 이 유물을 보면 돌덩이가 왜 그렇게 중요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돌덩이로 인해 엄청난 기록이 남았지만 그저 그림에 불과했던 고대 이집트어를 해독할 수 있었고, 인류는 그 찬란한 이집트 역사를 풀 수 있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
이 사건에서 내가 느낀 것이다. 프랑스군을 몰살할 수도 있었겠지만, 과거 온 세상을 다스리면서, 이들은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교육'의 힘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은 것 같았다. 그렇기에 그 오랜 시간 동안 엄청난 지식과, 유물들을 무섭게 모아 온 게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이들은 단순히 모은 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후손들에게는 차별 없이 평등하게 전달해주기 위해 이런 장소들을 무료로 마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갔을 때에도 어린이집부터 시작해서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학교 소풍으로 이런 곳을 오고 , 이것들을 삶에서 가깝게 하고 살면 얼마나 많은 걸 느끼고 성장할지 궁금하다.
이처럼 선조들이 과거 전 세계를 지배하면서 축적한 지식을 전달하려 하고 또 그걸 후손들이 단순히 글자가 아닌 몸과 경험으로 배우며 자란다는 게 새삼 부럽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곳에 전시된 유물들이 대부분 약탈과 침략으로 얻은 것이다. 그래서 전시를 보고 있자니 마음 한편에서는 ‘영국,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남의 희생은 1도 생각하지 않는 참 잔인한 사람들이구나'라는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런던박물관을 떠날 때가 되니 이곳은 내게 '부러움'과 '착찹합' 그리고 '기대를 품고 간' 질문에 대한 대답이 뒤섞인 그런 오묘한 인상을 남겼다.
영국
요즘 브렉시트로 인해 휘청거리고는 있지만, 최초의 의회 민주주의 나라, 53개의 영연방 국가 그리고 내가 두발로 걷고 두 눈으로 보며 느낀 런던에서의 경험은 최소한 나에게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은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2019.07.12
London, United Kingd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