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트빌리시, 메스티야> 물가 싸고, 밥 맛있고, 미친 자연환경
나의 실수로 인해 원래 계획한 유럽에서 더 이상 체류가 불가능했다. 마침 지도에 별표 쳐놓은 조지아가 빛나고 있었고, 그 별은 조지아행 티켓으로 변해 내 손에 쥐어졌다. 그렇게 인생과 여행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지만, 대신 나는 조지아로 흘러들어 갔다.
조지아로 말하자면 물가 싸고, 밥 맛있고, 미친 자연환경이다. 한마디로 여행자를 끌어들이기에 모든 매력을 다 갖춘 곳이다.
2만 원이 안 되는 돈으로 하루 숙식이 해결 가능하고,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조지아 음식들은 하나하나가 시와 같다’라고 칭할 정도로 밥이 맛있고 (실제로도 맛있고, 특히 한국인에 입맛에 맞는 음식이 많았다. 특히 내 인생 최고의 피자는 조지아에서 먹었다), 남산을 오르는데, 설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조지아는 여행자들에게 보급형 스위스로도 잘 알려져 있다. 스위스를 아직 못 가봤기에, 직접적인 비교는 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스위스도 아니고 보급형 스위스는 더욱 아니다. 조지아는 조지아다. ( 스위스와 비슷할 수는 있겠지만,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여태껏 이런 나라를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참 의미 깊은 나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급형 스위스가 아니라 '조지아'로 불러주었으면 한다)
조지아에서는 약 2주간의 시간을 보냈는데, 사실 크게 한건 없다. 브런치 북 응모를 마감 1주일 전에 알게 되어서, 마감기한을 맞춘다고 정말 치열하게 글을 썼다. 일어나서 글 쓰고, 아침 먹고 글 쓰고, 점심 먹고 글 쓰고 그렇게 하루에 3~4편의 글을 썼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의 소용돌이가 몰아쳐, 정리를 해야만 했다. 그럴 때는 언제든 뒷산에 올라가면 됐기에, 조지아에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마웠다.
마치 바다 안에 들어와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것처럼, 바람소리만 들리는 곳을 나 혼자 거닐고 있으면, 마음의 소용돌이가 잠잠히 내려앉는다. 그리고는 그저 누워서 푸르른 하늘을 보고, 졸졸 흐르는 강의 소리를 듣고, 산의 너머에서 건너온 눈의 바람을 느끼며, 조지아를 느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런 곳을 ‘운동화’로 갈 수 있다.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내로라하는 다양한 산을 가봤다. 그런 곳과 비슷한 이 말도 안 되는 풍경을, 뒷산 올라가듯 운동화 신고 올라가서 볼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조지아 여행의 끝자락에 말도 안 되는 친구들을 만났다. 이곳을 도착하기 전, 조지아 사람들은 손님을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정말 케바케였다. 정말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너무 집요하리만치 돈에만 집중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그래서 조지아 사람들에 약간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을 때이다.
집 뒤의 전망대에 올라가다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는데 , 그러다 차 한 대가 내 앞에 멈추어 섰다. 그러더니 밑에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땡잡았구나' 생각하고 고맙다 하며 얼른 탔다. 만유인력의 법칙 같은 불변의 법칙처럼 항상 시작하는 대화 어디서 왔니, 왜 여행하니, 어디 방문했니 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친구 한 명이 내게 '얼마 후에 너희 나라랑 우리나라 직항 생겨'라고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이지라고 했는데 한 명은 여행회사에서 일하고, 한 명은 호텔 매니저였다. 게다가 나는 조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 아닌가. 그렇게 신기하리만치 잘 맞았던 우리였다.
그러다 내가 "오늘 이곳의 마지막 날이어서, 저녁에 괜찮은 식당 추천해줄 수 있어?"라고 했는데 "우리랑 같이 밥 먹으러 가자"라고 하는 것 아닌가. 알고 보니 자기랑 같은 회사 계열의 호텔이었고, 조지아 술에 음식까지 정말 극진한 대접을 해주었다.
말도 안 되는 풍경, 말도 안 되는 음식, 그리고 말도 안 되게 사랑스러운 사람들까지
그렇게 추억은 더해졌고, 조지아는 차차처럼 뜨겁게 기억되었다.
(*차차는 조지아 술로, 와인을 만들고 남은 것으로 증류주이다)
조지아에서 지내면서 한 가지 꼭 해보고 싶은 게 생겼다. 이곳의 풍경은 기가 막히리만치 아름다운데, 도로도 아주 기가 막힌다. 남미에서 마추픽추 보러 갈 때 차 타고 가봤는데 , 그곳보다 도로가 더 안 좋은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 오프로드를 위해 태어난 G바겐을 운전하며 이곳을 다시 찬찬히 여행하고 싶다. 속도를 즐기고, 풍경을 즐기면서 그때는 꼭 사랑하는 사람과!
안녕 조지아:p
2019.11.16
In Mestia, Georg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