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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푸근한' 집밥

<영국-세븐 시스터즈>

by 케빈

런던에 도착하고 며칠간 너무 정신이 없었다. 한국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쉼 없이 달려왔는데, 동생과 함께 여행하니 이곳에서도 계속 달려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영국의 수도인 런던은 내가 본 그 어느 도시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이곳의 '많다'가 주는 느낌은 단순히 문자 '많다'가 주는 느낌으로 끝나지 않았다. 길을 걸어가면 앞을 쳐다보기 위해,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밖에 없는데 이때 너무 많은 사람들을 봐서, 머리가 아플 정도로 많았다.


이곳과 매우 비슷한 느낌을 이전에 딱 한번 받은 적이 있는데, 바로 '서울의 첫 느낌'이었다.


중학생 시절 무전여행을 하였을 때만 해도 나는 대구에서만 산 촌놈이었는데, 이 당시 여행의 끝자락에 서울에 도착하고 처음 '서울 지옥철'이라는 걸 탈 때였다. 서울에 사람이 많이 산다는 건 익히 들었지만, 지하철이 들어오고 안에 정말 콩나물시루처럼 많은 사람들을 처음 본 순간 그 '복잡함'이 준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로부터 꽤 긴시간이 흐르고 이번에 나는 서울의 복잡함이 아닌 , 런던의 '복잡함'과 , '많은 사람들'을 피해 도망치듯 세븐 시스터즈로 향했다. 꽤 거리가 있어 기차를 타고 버스로 갈아타고서야 도착할 수 있었는데, 이곳의 첫인상은 '푸근함' 그 자체였다.



바다를 바라보며 마신 맥주는 더할나위 없이 행복했다



깎아 자른듯한 하얀 절벽 그 위에는 이불이 덮어져 있듯 싱그러운 초록 잔디들이 뒤덮여있고, 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듯한 바다가 함께 있었다. 게다가 이곳은 날씨가 안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인데 , 이날 운이 좋게도 날씨까지 좋아 수영을 할 수 있었다.


밖에서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 어머니가 손수 차려준 따뜻한 집밥으로 '하루를 위로받듯'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치인 나를, 자연의 따뜻한 손길로 위로해준 이곳. 그래서 내게 세븐 시스터즈는 어머니의 푸근한 집밥처럼 기억될 것 같다.


2019.07.14

Seven sisters, United King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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