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자의 인생 2막 성장 스토리
나는 운전을 못한다. 그냥 심플하게 무서워서 못한다. 항상 큰일 난다는 얘기를 들어서인지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빠가 돌아가시고 오늘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서 운전을 하기 시작했었다. 고속도로를 타기도 하고 강남 한복판을 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큰 사고가 날뻔한 적이 있은 후로 살고 싶어 졌고 운전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는 운전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 캠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시작은 아주 심플했다. 한강에 돗자리를 가지고 피크닉을 간 게 시작이었다. 그러다가 한강 피크닉 하기에 좀 더 편한 의자를 사고 텐트를 사고 타프를 사면서 점점 캠핑에 관심이 생겼고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서 결국 캠핑 유튜브를 보다 보니 집에 캠핑 선반존이 생기게 되었다. 거창하거나 엄청나진 않지만 캠핑이 너무 좋아졌다. 그런데 운전을 못하다 보니 오늘 당장 캠핑이 가고 싶어도 주위사람들 스케줄에 맞춰서 가야 하고 주말에 가까운 곳에 차크닉을 하고 싶어도 역시 주위에 눈치를 보며 물어봐야 했다. 뭐랄까 쉬는 느낌이 아니었다. 결국 취미를 찾았는데 혼자는 할 수 없는 반쪽짜리 취미가 되었다.
그래서 운전을 하기로 결심했다.
10년 만에 운전대를 다시 잡은 첫날 동생과 함께 넓은 야외 주차장이 있는 곳을 한 시간을 달려 찾아갔다. 주차장에서 처음 백미러를 조정하고 시트를 바짝 앞으로 당겼다. 시동키는 법을 배운 후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놓고 드라이브로 기어를 바꾸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천천히 뗐다. 그러자 차가 앞으로 조금씩 움직였다. 두 시간 정도 주차장을 뱅글뱅글 돌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또 한 시간을 달려 주차장으로 갔다. 한 시간 정도 주차장을 돈 후에 주차장옆 공원 안 차도로 나갔다. 차가 한 대도 없어서 다행이었다. 우측 도로로 또다시 유턴을 하며 뱅글뱅글 돌았다. 아주 가끔 차가 한 대씩 있었고 그럴 때마다 손에 땀이 나서 닦기 일쑤였다. 시속 30km가 너무 빠르다고 느껴지기까지 했고 동생은 도로에서 그러면 사고 난 다며 나를 겁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틀 사흘이 지났다.
4일째 되던 날엔 일정이 너무 바빠서 한 시간 거리의 주차장도로를 갈 시간이 안 났다. 어쩔 수 없이 동네에 있는 마트까지 가기로 했다. 매일 가던 곳이니 익숙하고 골목에 위치한 곳이라 천천히 달려도 괜찮은 곳이었다.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집에서 빠져나가야 하는데 그날따라 왜 이렇게 지나가는 차들이 많은 건지… 마치 그 차들을 박을 것만 같은 불안함을 느끼며 운전을 시작했다. 좁은 골목길은 쉽지 않았다. 너무 좁은 길이라 한차만 겨우 지나갈 공간이라 뒤에 차가 따라오면 비켜주기까지 해야 했다. 정신없이 5분 정도 가다 보니 마트가 눈앞에 보였다.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정말 한 달 안에 마트 가는 게 계획이었는데 겨우 4일 만에 마트를 가게 되다니 벅차기까지 했다.
그다음 목표는 헬스장으로 정했다. 헬스장을 가기 위해선 그 좁은 골목들을 지나 고가다리를 타고 가다가 차선을 2번이나 바꿔야 하는 험난한 코스가 있는 곳이었다. 우선 무리 없이 골목길을 지나 천천히 고가다리를 탔다. 초보운전 딱지를 3개나 붙여서 그런지 다행히 느리다고 빵빵거리진 않았다. 그리고 그 문제의 구간이 나왔다. 다리가 끝나고 나서 1번째 좌회전 구간을 지나자마자 차선을 2번이나 바꿔야 하는데 그 길이가 80미터도 채 되지 않는다. 차선을 바꾸려고 백미러를 보는데 한숨이 나왔다. 옆차선에 차가 뭔지 도저히 모르겠다 보니 어떤 차를 피해야 하는지 조차 몰랐다. 동생에게 겨우 물어물어 깜빡이를 켜고 멈춰 선 상태에서 착하신 옆차 선생님의 양보로 겨우겨우 차선을 바꿀 수 있었다.
정말 손에 땀이 나는 걸 넘어서서 뒷목으로 식은땀이 주룩 하고 흘렀다. 그 후론 어떻게 헬스장에 도착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날 밤 나는 운전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선변경을 못하면 운전을 할 수가 없는데 설상가상 뒤차가 뭔 지조차 알아먹지 못하다니…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기까지 했다. 다음날 헬스장은 차가 없는 시간대로 정했다. 다행히도 다리가 끝나는 곳에 정지신호가 주어졌고 처음으로 그 도로가 어떤 식으로 생겼는지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차선을 바꿀 때조차 차가 없어서 어렵지 않게 헬스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로드뷰를 보면서 그 도로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속 시뮬을 돌렸다.
다음날 헬스장 가는 길!! 차들은 넘쳐났고 설상가상으로 느린 내 속도를 참지 못하고 내 뒷뒤차가 나를 앞지르다가 차선변경하는 내차와 박을뻔한 상황이 되었다. 다시는 그 길로는 다니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 로드뷰를 켜고 계속 시뮬을 돌리면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안되면 직진하자라는 생각에 천천히 다리 끝에서 백미러로 옆차선의 차를 보았다. 이상하다. 어떤 차를 피해야 하는 건지가 갑자기 보였다. 잉?? 내 앞에는 차가 없으니 속도를 살짝 올려서 차간 거리를 멀게 한 후에 차선을 확 하고 돌렸다. 하 성공이다!!!! 그날 처음으로 헬스장 가는 도로에서 중간에 멈추지 않고 차선을 변경할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는 의무적으로 동생이 일 때문에 가는 곳에 매일 내가 운전을 해서 데려다주었다. 도시고속도로도 타고 시골길도 달리고 시내를 돌기도 했다. 잘 이해가 가지 않을 때는 유튜브를 찾아보기도 했다. 점점 자신감이 올랐고 특히나 차선이 항상 헷갈렸던 티맵 대신에 네이버네비로 바꾸면서 지금 어떤 차선으로 달리고 있는지 어떤 차선이 나올지를 알게 되면서 운전이 좀 더 두렵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20일 정도가 지났다. 이제는 30분 거리의 주차대란인 마트도 가고 다이소도 가고 고속도로도 살짝 타는 곳도 가면서 지내고 있다. 여전히 혼자 운전해 본 적도 없고 옆에 누군가가 없으면 너무 불안한 반쪽짜리 운전이지만 하루하루 무언가를 배우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다.
이번에 오랜만에 무언가를 새롭게 익히고 배우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좀 더 일찍 운전을 배웠더라면 지금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었더라면 인생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세상에 두려운 게 많아서 포기했던 많은 것들을 지금은 하고 있는 삶을 살진 않았을까? 왜 나는 선입견에 사로잡혀서 스스로를 옧죄면서 못하는 사람이라고 여기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일까?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사실 나이가 꽤 먹은 지금 상태에서 운전이라는 걸 배우는 게 쉽지 않은 중이다. 누군가는 크게 두렵지도 무섭지도 않고 헷갈리지도 않는 상황이겠지만 나에게는 너무도 어렵고 험난하고 헷갈리고 무서운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여전히 난 역주행을 할까 봐 걱정하며 도로를 달리는 중이다. 그 두려움을 매일 조금씩 깨면서 매일매일 마음을 단련하는 중인 거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운전대를 잡고 길을 가는 일이겠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정말 나를 길바닥에 내걸고 나를 조금씩 깎으면서 연마하는 수행과 고통의 순간인 것이다. 그 고통을 견디면서 나아질 거란 희망을 걸고 희망회로를 돌려본다.
우선 운전을 배우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인 캠핑을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것이고 고무적인 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조금은 넓어졌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말할 수 없이 많은 좋은 점이 생겼고 삶의 방향성이나 만나는 사람들도 많이 달라질 것 같다. 그중에 길 가다가 한적하고 좋은 곳이 있으면 잠깐 멈춰 서서 차 한잔 마시는 게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일이다. 해가 뜰 때 노을이 질 때 눈이 내릴 때 비가 올 때 주위를 온전히 느끼면서 안전하게 있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그 작은 행복들 때문에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게 아닐까?
그래서 언제가 될지 모르는 강아지와 함께 캠핑 가는 그날을 생각하며 오늘도 열심히 연습 중이다.
자유롭게 운전하는 게 40대 인생 2막의 여섯 번째 버킷리스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