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버킷리스트- 일곱 번째 살아가는 이유 찾기

40대 여자의 인생 2막 성장 스토리

by 작소정

나는 많이 예민한 편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 누가 알려 준 것도 아닌데 난 사람들의 감정을 잘 읽는 편이었다. 기쁜지 슬픈지 불편한지 등등 웃음 뒤에 숨긴 감정까지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대해 항상 죄책감을 가졌었다. 오늘 학교에서 했던 말을 후회하고 혹시 내 말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누군가가 지은 거짓 표정에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잠 못 이룰 때도 많았다. 정말 누군가가 보면 별것도 아닌 일에 이불 킥을 혼자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내 성격이 정말 이상했다. 나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았다. 왜 난 이렇게 예민한 걸까?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 왜 난 느껴지는 걸까? 그리고 그게 과연 맞는 감정인 걸까? 그런 의문을 가졌지만 그런 의문만 가진채 살았다. 그러다 티브이를 보는데 나와 증상이 비슷한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왔다. 취하는 로맨스라는 드라마였다. HSP라는 단어도 그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HSP였다.


안도감이 들었다. 이런 사람도 있긴 하구나. 내가 이상하다기 보단 조금 다른 것뿐이구나.

나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건 다행이었고 이해되지 않던 내 생각도 이해되는 건 좋았다. 하지만 그게 내 인생을 변하게 한다 거나 하진 않는 것 같다. 그저 “아 그렇구나”라는 생각 정도?

여전히 난 우울하고 살아가는 의미를 잃은 채 숨 쉬는 중이다.


사실 이렇게 된 건 이별 때문이었던 것 같다. 원래도 우울감을 달고 살았었지만 누군가를 만나면서 뭔가 작은 희망이 생겼고 미래가 보였었다. 내 마지막 사랑이라고 굳게 믿었기에 하루아침에 그가 내 인생에서 사라진 건 엄청난 충격이었지만 난 또 별일 없다는 듯이 일상생활을 했다. 어쩌면 내게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아니 애초에 누군가를 만났던 적이 없던 일이라고 생각하고 애써 외면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 진짜 혼자다.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었는지 조차 기억 안 나는 지금 오히려 항상 함께 하던 일을 혼자 한다는 게 너무 어색하고 싫다. 같이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쇼핑도 하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함께 얘기하고 여행을 가고 맛있는 걸 먹으면 같이 꼭 먹어야지 하는 생각도 하고 그를 위한 요리도 하고 무언가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를 가꾸는 일도 하면서 정말 인생 자체에 그가 항상 있었는데 이젠 정말 혼자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그러면서 삶에 의미도 잃어버렸다.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정말 다 잃은 기분이었다. 이 기분은 마치 20대 때 내가 인생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콧대 높여 살다가 30대의 실패와 고난의 세월을 겪고 40대가 되어 좌절과 받아들임을 깨닫게 되면서 내가 별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을 때, 내가 정말 별 볼 일 없는 별것도 아닌 사람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그때의 기분과 비슷했다.


심지어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죽었을 때 슬퍼해주는 사람이 있긴 할까. 아니 나를 기억할 사람이 있긴 한 걸까? 난 남편도 아이도 없는데 훗날 엄마마저 나를 떠나고 고아가 되면 나를 추억할 사람이 이 세상에 있긴 할까? 동생 말고는 아무도 없는데 내가 사라지면 나를 기억할 사람이 그가 없는 지금 있긴 할까?


그렇다면 나는 왜 살아야 하는 걸까? 이렇게 쓸모없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도 없는 나는 왜 살아야 하는 걸까?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걸까? 아니 사는 게 맞는 건가? 내 삶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대체 나는 왜 태어난 걸까? 아니 왜 나는 사라지지 않는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 생각들은 멈출 기미가 안보였다. 어쩌면 평생 타인의 감정을 신경 쓰면서 이타적으로 살아온 나는 이타적인 삶을 살 수 없는 혼자인 지금이 너무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 티브이만 보던 어느 날 영화하나가 나를 사로잡았다. 스틸라이프란 영화였다. 물론 그 영화를 다 본건 아니고 소개하는 유튜브에서 본 게 다였지만 내가 가진 삶의 의문에 약간의 답을 준 영화였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의 죽음. 그 모든 죽음 아니 그 모든 하찮은 삶도 의미가 있다는 영화였다. 물론 그 영화를 봤다고 해서 갑자기 삶의 의미가 생기고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은 건 아니다.


단지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이 많은 사람들, 먼저 떠난 사람들 모두 각자의 세상이 있고 그 세상에선 본인들이 주인공이고 그래서 모두 의미가 있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너무 내 연민에 빠져서 잠깐 잊었었다.


그래서 나는 천천히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아봐야겠다.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찾아야 할 것 같다.



40대 인생 2막의 일곱 번째 버킷리스트는 삶의 이유를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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