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P막 에피소드-초민감자의 슬기로운 인간생활 1

40대 여자의 인생 P(현재) 막 일상다반사

by 작소정

나는 친구가 없다. 그저 친구가 많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진짜 연락하는 친구가 딱 한 명뿐이다. 그런데 그 친구도 만나거나 자주 연락하거나 하기보다 힘들 때 서로 얘기 들어주는 정도고 특히나 내가 항상 연락을 하지 그쪽에서 먼저 연락하는 경우는 없어서 어쩌면 내가 유일하게 잡고 있는 친구의 인연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연락하거나 서로 안부를 묻거나 하는 친구가 한 명도 없다. 왜 이렇게 된 걸까?


20,30대 시절엔 그래도 주위에 친구들이 있었다. 물론 어떤 의미에선 억지로 관계를 이어나갔다고 해야 하나? 내가 거의 먼저 연락을 했고 사람들과 약속을 잡고 놀러 가거나 여행 가거나 했다. 그런 게 뭔가 항상 내가 이 관계를 이어간다는 느낌을 항상 받았고 내가 연락을 안 하면 언제나 끊어질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친구들은 경제적으로도 그렇게 힘들지 않은 상황들이었고 나만 반지하에 동생 건사하면서 정말 꾸역꾸역 살았었다. 내 월급으로는 감당이 안돼서 항상 빚을 지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사실 점심은 거의 도시락을 싸서 먹지 않으면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그러다 보니 친구들을 만나면 주로 얻어먹는 쪽이었고 그런 나의 상황을 이해해 주는 좋은 친구들도 그게 계속 이어지니 나를 점점 피하는 게 느껴졌다. 내가 친구들의 입장이라도 그럴 것 같다. 너무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점점 친구들을 돈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바쁘다는 이유로 피하던 즈음 내 인생에 정말 큰 시련이 찾아왔고 그 계기로 있던 인연을 모두 끊어냈다. 연락이 와도 받지 않았다. 왜냐면 연락이 오면 나의 이런 상황을 설명해줘야 했고 그게 너무 힘이 들었다. 다들 결혼해서 아이 낳고 행복한 생활 중인데 나만 이렇게 평생을 불행하다는 게 그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행복한 얘기를 해도 모자란 판에 매번 불행한 내 얘기를 해야 하는 상황을 이젠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인연을 끊어냈다.


연락처를 지운건 아니었지만 연락을 몇 번 안 받았더니 친구들은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다. 역시 내가 잡지 않으면 끊어질 인연이었나 보다. 그리고 그렇게 고립이 시작되었다.


그 당시에 나의 버팀목이었던 아버지까지 돌아가시다 보니 나의 멘털은 박살이 났고 우울증과 공황장애까지 겹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되었다. 가족들이 옆에 있던 시기에는 어떻게 버틸 수 있었는데 다들 자기 자리로 돌아간 후에 나는 집에서 술만 마셨다. 물론 주량이 약해서 맥주만 마셨지만 잠에서 깨서 잠들 때까지 술을 먹고 약을 먹고살았다. 그렇게 빚은 쌓여갔고 도저히 회사생활을 할 자신이 없던 나는 뭔가 몰두할게 필요했는지 무리하게 옷가게를 열었고 조금은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매일매일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던 삶을 살던 그때 또 나에겐 불행이 찾아왔다. 믿었던 사람에게 항상 배신을 당했던 나는 사람을 항상 믿지 못하고 혼자 사는 외로운 삶을 선택했는데 가게를 열고 우연히 주위 가게들에게 내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항상 날이 서있던 이웃들만 만났던 나에게는 행복한 순간들이었고 뭔가 보답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중에 나를 아주 많이 도와주시면 옆집가게 사장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동네 토박이고 이런저런 도움을 많이 주었다. 항상 감사하면서 살던 어느 날 그 할아버지가 가게 수리를 도와주시던 그때 나는 쓰러져가는 행거를 붙잡고 있었고 그때 순간 내 몸을 더듬으며 너무 좋다는 말과 함께 성추행을 당했다.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행거를 놓치고 도망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지만 아직까지 생생하다. 나는 고소를 할까 했지만 cctv가 없었기에 증거가 없었고 사과라도 요구했지만 본인은 그런 적이 없다고 잡아뗐고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 본인을 오히려 꼬신 사람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맞다. 불행이 없으면 내 인생이 아니지.


예전 20대 때가 생각이 났다. 너무 힘들게 업종을 변경하고 첫 사회생활을 하는데 일이 너무 힘들어서 몸이 안 좋았다. 감기를 몇 달을 했고 나는 매일 온몸을 공공 싸매고 다녔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항상 호의를 베풀고 힘내라고 해주시던 거래처 사장님께서 나에게 이직할 생각이 있냐고 제의를 했고 그 얘기를 하자고 하던 술자리에서는 여러 명이 있어서 별일이 없었지만 그 후로 이상한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신규 브랜드에 디자이너로 꽂아줄 수 있다면서 회사를 관두고 본인과 여행을 가자고 했다. 싫다고 정중히 거절했지만 그 후로도 아주 오랫동안 몇 년에 걸쳐서 내게 끊임없이 연락이 왔고 나는 그 후론 더 사람을 믿지 않았다. 그때 생각이 나면서 사람들이 무서웠고 난 다시 방으로 술과 함께 숨어들었고 또 혼자가 되었다. 나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란 건 없고 나 혼자라고 다시 생각했다.


내가 더 이상 다치지 않는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도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생겨도 그 인연들을 이어가지 않았다. 사실 용기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들에게 나는 뭔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당연히 나에겐 인액이라는 것도 없다 보니 나와 인연을 이어가 봤자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그냥 내쪽에서 인연을 이어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역시 주위에 아무도 없다. 그런데 나이가 한두 살 먹고 뭔가 관리자의 위치가 돼야 하는 나이가 되다 보니 일을 잘하고 못하고 보다는 인맥이 더 중요한 위치가 되었다. 누군가와 함께 일을 했었고 누군가의 인맥을 알아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고 소개를 시켜줄 수 있는 인맥이 없다 보니 더 이상 나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너무 지치다 보니 그냥 일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아무도 없는 곳에 콕 박혀서 그림 그리고 글만 쓰면서 살고 싶다. 나는 많이 먹지 않을 수도 있고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면 디자이너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가진 옷으로 더 이상 사지 않고 평생 살 자신도 있고 평생 아등바등 아끼고 살아왔기에 소비하지 않고 살 자신도 있다.


이게 우울증인지 뭔지 나도 모르겠지만 다 포기하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보니 인간관계 자체가 너무 싫다. 회사에서 사람들을 만나서 부딪히고 싫어도 좋은 척을 하고 살아야 하는 이런 관계 자체가 너무 역겹기까지 하다. 지금 회사에서도 빌런이 있지만 나빼고는 다들 잘 지내고 산다. 같이 밥도 먹고 얘기도 하고 그러고들 산다. 나는 철저하게 그를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산다. 그들은 사회생활을 잘하는 사람이고 나는 못하는 사람이다. 이런 상황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 힘들다. 싫은 걸 싫다고 말하면 안 된다니…. 그러면 어릴 때부터 정직하게 살란 말을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내가 너무 1차원적이고 어린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세계에선 이해가 안 되는 너무 힘든 세 상인건 맞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고 살 순 없지만 적어도 싫은 사람을 싫다고 말하지 않는 게 좋은 사회생활이라고 말하는 이 세계가 너무 역겹다.


결국 나는 지금처럼 죽을 때까지 외롭게 혼자 늙어 죽어야 할 것 같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슬기로운 인간생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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