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자의 인생 P(현재) 막 일상다반사
다시 또 퇴사를 당했다. 사실 너무 최악인 회사에 급하게 입사를 하고 나서 생각보다 너무 심하게 안 좋은 회사인걸 알고 또 급하게 옮긴 회사였다. 너무 인상이 좋으신 대표님과 회사 위치며 일이며 다 마음에 들었다. 단, 수습 비슷한 기간이 6개월이었고 월급도 80프로만 준다고 했다. 이것저것 따질게 아니고 일보다는 사람이 먼저였고 그렇게 바라던 디자인실 실장자리는 준다는 말에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하겠다고 했다.
내 인생에 꽃이 피는 줄 알았다.
며칠은 지루할 만큼 일이 없었고 매일 칼퇴에 이러다 회사 망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회사가 뭔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되는 시간은 며칠 걸리지 않았다. 체계는 거의 없었고 실장은 2명이었고 본인이 실장인 줄 아는 부하직원에 매일 졸고 있는 다른 부서 직원에 회사에 놀러 오듯이 늦게 출근해서 일찍 퇴근하는 직원까지 굴러가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나의 일은 명확하지도 않았고 마치 대표가 맘에 드는 디자인만을 뽑아내야 하는 결국 그럴 거면 본인이 하지 나를 왜 뽑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회사였다. 정말 회사 다니는 동안 일이 힘들지도 사람들이 힘들지도 않았지만 나를 뽑은 이유를 찾을 수 없어 매일이 불안했다. 나에게 그 어떤 권한도 주지 않으면서 경력자라는 이유로 독심술까지 바라는 그 심보가 괘씸하기까지 했다. 반대로 이렇게 야근도 많지 않고 일도 많지 않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스트레스가 전보다 적은 데다가 집까지 가까운데 내가 너무 불평불만이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매일매일이 불안했다. 나를 뽑은 이유를 나도 몰랐으니 나를 자를 이유 역시 명확하다는 생각이 드니 눈치만 보였다.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았음에도 화장실 가거나 물 마시러 가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작은 소동이 있고 난 후 대표는 결심을 한 듯이 나를 막대하기 시작했다. 너무 드라마틱한 상황변화라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 꼬투리를 잡는데 아니 저렇게 불만이 많았으면서 나를 왜 안 잘랐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나에게 쏟아부었다. 인신공격적인 발언부터 시작해서 대놓고 나를 무시했고 업무를 부하직원들에게만 전달했다. 내가 하는 모든 디자인을 쓰레기 취급했고 하필 잘못 나온 샘플들은 내 잘못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에게 책임을 추궁했다. 하루사이에 변한 태도에 정말 도망가고 싶기까지 했다.
정말 작정하고 나쁘게 대하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몰래 주변정리를 했다. 나중에 정리해놓으려고 했던 디자인 자료들을 인수인계처럼 정리해 놓고 이력서를 손보고 회사들을 다시 서치 했다. 연봉도 깎였는데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 여길 다닐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 퇴사얘기를 할 것 같았던 금요일이 그냥 지나갔다. 왜 말을 안 하나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진행 중이던 디자인 마무리되는 날에 퇴사얘기를 꺼냈다. 그날 바로 퇴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서로 불편하게 한 달 있느니 위로금 얼마를 더 받는 조건으로 퇴근시간을 30분 남겨두고 짐을 싸고 6시에 퇴사를 했다. 작별인사는 고사하고 실감조차 나지 않았다.
지금은 사실 그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이 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잊어버렸다. 남들에게 말은 못 했지만 여러모로 마음고생이 너무 심했었나 보다. 매일매일 스트레스에 맥주가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고 이렇게 편하고 좋은 회사가 불편한 나를 탓하면서 아닌척하고 회사를 다녔었다. 그래서였는지 평소에 잘 아프지도 않던 몸이 아파서 항생제를 달고 살았었다. 남들에게 말은 못 했지만 내 마음속으로만 왜 그런지 알고 있었다. 입 밖으로 내면 그게 진짜가 될까 봐 나 혼자만 속으로 삭혔였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퇴사를 하고 집에 와서는 그저 멍하기만 했고 마치 나를 보호하려는 듯 그곳에서의 기억을 지워갔고 다음날 난 몸살이 나서 하루 종일 자기만 했다.
정말 많이 힘들었었다. 나까지 속이느라…
아무리 나 스스로를 달래보고 내 탓이 아니라고 자위해 봐도 결론은 연속으로 몇 개월 만에 회사에서 잘린 사람인 거고 나를 잘 아는 사람들조차 역시 내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나도 예전엔 나 같은 사람들을 보면 무능하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나이가 먹고 사회에서 이젠 도태되는 나이가 되다 보니 단순히 무능함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회사는 나의 나이도 나의 연봉도 부담스럽게 되었고 무슨 초능력 같은 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 나는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위치가 된 것이다. 충분히 남들이 가지지 않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연봉을 깍지 않은 이상은 내 나이의 사람들을 쓰려고 하지 않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요구하면서 그것에 맞지 않다고 나를 내치는 게 아닌가 싶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나이가 많은 건 장애가 아닌데 말이다.
다시 또 이렇게 실패감에 매몰되서 다시 일어날 수 없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에 그저 멍하니 티브이를 보다 우연히 리바운드라는 영화에 대한 소개 같은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저 장항준 감독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던 그때 리바운드라는 말의 의미에 대한 메모를 보고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리바운드는 실수와 실패를 만회하려 다시 한번 기회를 얻는 것..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 포기하지 말자!!
그래. 어쩌면 나는 나의 나이에서 오는 편견들에 매몰되서 위축되고 그래서 실수하고 실패했던 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리바운드가 내 인생에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뭔가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주저앉기엔 내가 너무 가여워서 다시 쿠팡에 업무신청을 했다. 정말 그지같은 내 인생이지만
어쩌면 내 인생에도 리바운드가 성공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