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을 접은 뒤

멀리 가기보다, 덜 흔들리기 위해

by 곽의영

돛을 접은 뒤

곽의영

한 해를 건너온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폭풍을 통과한 배처럼
제 자리에 서 있습니다

많이 흔들렸으나
끝내 가라앉지 않았고
넘치려던 마음은
스스로 닻을 내렸습니다

몸을 지켜낸 하루하루는
하늘이 덮어 준 외투였고
보이지 않게 이어진 손길은
불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새해는 더 멀리 가는 일이 아니라
조금 덜 흔들리는 연습
오늘의 숨을 고른 채
다시 천천히 띄우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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