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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영 Apr 29. 2023

신체와 정신은 하나다

먹거리와 분노조절장애

  지난주 중반 이후 내내 몸이 아팠습니다. 아픈 중에 눈을 지그시 감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었지요. 그러고 보니 신체적 기능이 여실히 떨어지는 노년기라는 사실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마을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풍물패, 마을 공동체에는 60대 후반부터 70대 후반의 어르신들인 고로 늘 막내 역할을 하다 보니 나이 듦에 대하여 생각해 보지 않았지요. 어제 서해안으로 가려했던 풍물패 봄놀이에도 참석하지 못했습니다.ㅠ.ㅠ 농촌의 주력 활동인구 역시 노인이고, 마을회관을 가도 주로 60대 중 후반이고 모두 60대 초반이라 하면 청장년이라고 노인 측에 끼는 것에 전혀 동의받지 못했던 농촌 생활과 자신의 신체나이의 허구에서 빚어진 일이라고나 해야 할 듯합니다. 도무지 멈추지 않는 토사광난에 증세를 인터넷으로 찾아  내가 먹었던 먹거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결과, 저의 신체소화기능상의 문제와 음식과의 충돌에서 일어난 것이었다고 결론을 내렸지요.

  자가진단 즉은,  저는 지방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무능한 소화기관을 달고 평생 살아왔지요. 그러다 보니 기름끼 많은 음식에 적응하지 못하여 기름 많은 고기 종류도 마다하고, 튀김 종류는 좋아하지만 과다하면 속이 매슥거리고, 마이오네즈, 생크림, 유제품, 흰 우유 등등 지방의 사촌언저리에만 해당되어도 몸에 탈이 났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최근, 개별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다 빌리져들과 함께 단체급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어느 점심식단에 직접 만드신 생선가스에 (다른 빌리져와 코워커는 돈가스로..) 직접 만드신 타르타르소스에 야채 위에 얹어진 마이오네스 소스를 양껏 먹고 난 다음 날부터 조금씩 이상이 오기 시작하였고, 급기야 주말에는 점점 심해서 물조차 모두 쏟아내기 시작한 겁니다. 탈수 증세로서 찾아와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살아보겠다고 흰 죽 물을 마시고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었지요. 

 따지고 보면 소화기관의 노화 탓인 것도 있지요. 젊은 시절에는 무엇을 먹어도 조금 더부룩 하지만 바로 소화시킬 수 있었고, 그동안 체한 일 한번 없었으니 심지어는 말 술을 마셔도 다음날 거뜬히 일어나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위장은 자신만만했고, 없어서 못 먹지!!! 를 외쳤었는데 말입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원인은 위장 옆에 담낭이라는 기관이 있는데 이 기관은 지방을 소화시키기 위해 담낭액을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너무 많은 양의 지방이 유입되다 보니 감당하지 못하고 탈이 난 것 같습니다. 왼쪽 부위의 위에 칼날 같은 위통을 동반한 것을 보니...  원인을 알고 나자 많은 생각이 났습니다.

  


  언젠가 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한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장애인부모회의 요청과 사회복지사 보수연수 측의 요청으로 '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하여 스스로 찾아 만든 어설프지만 진심을 담아 강의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비 장애인은 물론 장애인에게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입니다. 그리고 발달장애인들을 관찰하면서 이들에게 먹거리가 특히 왜 중요한지, 그것이 행동과 성격을 규정짓는 측면에 대하여도 언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린아이들에게 인스턴트식품이나 감자튀김 등 고열량 식품을 아무 생각 없이 제공하는 부모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의 몸은 하루아침에 아프거나 하루아침에 죽게 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서서히 죽어가고 서서히 병들어 갑니다. 그런데 좋은 먹거리는 서서히 몸을 살리기도 하지요. 많은 말기암 환자들이 먹거리를 개선하고 삶의 방식을 바꾼 덕분에 회복된 경우는 신화나 기적이 아니라 현실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파 신음하며 누워있던 와중에 조금 나아진 것 같아 누워서 검사내전이라는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검사의 아들이 학폭 가해자가 되어 결국 전학조치가 내려지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내용입니다. 요즈음 하도 시절이 어수선하여 너무 이른 나이에 어른보다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어린 가해자들이 늘어간다고 합니다. 공감능력의 결여에서 오는 경우도 있지만, 분노를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인한 경우가 더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분노조절 부재의 원인 중에 하나가 먹거리의 영향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경우는 적은 것 같습니다. 발달장애인의 도전행동을 이해하고 그들의 행동을 조절하도록 하는 데 있어서 또한 분노를 억제하고 조절하는 기능은 약물보다 매일 먹는 먹거리에서 오는 것이라는 데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먹거리는 우리의 행동양식과 사고를 지배하는 중요한 기제임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야채나 나물을 싫어하는 것은 어린이뿐 아니라 우리 기관에 입사하는 젊은 사회봉사자의 90% 이상입니다. 어린이 입맛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글구타민산 나트륨의 중독과 다름없을 정도이지요. 특히 섬유질은 우리 몸의 소화기관 중 가장 끝에 있는 장들의 먹거리로 오랫동안 몸에 머물러 있어야 혈당이 급속하게 올라 열 오르게 하는 역할을 방지한다는 것 또한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래서 흰쌀밥이나 흰 빵 보다 잡곡이나 통밀류의 빵을 먹도록 하는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아프고 나니 먹거리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함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신체를 건강하게 하는 먹거리와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먹거리는 다르지 않다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말입니다. 생각이 따로 있고, 삶의 행위가 따로 있지 않다는 겁니다. 생각과 행위는 서로 상호작용 속에 있기 때문에 행위하며 생각하고, 생각하며 행위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담길 수 있고 건강한 사고가 건강한 신체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지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여 문제를 발생시킨 사람들이 어떤 섭생을 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매우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발달장애인들과 생활하면서 그들이 처음 우리 하우스에 왔을 때 보였던 불안과 불편이 좋은 먹거리를 통해 편안해지면서 생긴 평화와 안전에 관한 것들입니다. 우리 기관에 주방을 담당하시는 분이 오시면 한살림에서 구입하는 식재료의 비용에 놀라 경직되곤 하십니다. 그러나 재료를 아끼고 적절한 음식량을 만들어 나누어 먹으면 오히려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을 지내보면 아시게 됩니다. 좋은 먹거리를 통해 펼쳐지는 삶의 안정감은 아주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평화와 안전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신체는 우리의 정신을 담는 집이고 정신은 그 집에 안전하게 거해야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는 슈타이너의 어느 강의록 이야기를 떠올리며 신체를 이루는 먹거리에 대한 생각을 덧붙여 걷어올린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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