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내 삶의 이야기.. 다시 산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5막 Intro>
와이프와 간만에 술을 한잔했다.
돌아보니 회사생활의 만 23년을 지나고 있다.
23년을 백(숫자 100)으로 놓고 보면 30은 파릇파릇했고, 30은 빨갛게 달아올랐던 것 같고, 15은 차갑게식어가고 있었다. 그럼 나머지 25는….
돌아보니 선택으로 인한 굴절의 시간도 많았고, 돌이켜도 그러할 것 같은 고통의 시간도 보인다.
물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광속 주행도 했던 것 같고.
“자기 고생 많이 했잖아! 훌륭했어! (대기업 김부장의 부인 명세빈 같다…)”
“그래, 그렇긴 한데... 좀 섭섭하긴 해...”
“누구나 언제나 올 일이니까…”
“…..”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다시 힘내자 같이! 순간 순간이 행복하다고 믿으면 행복한거라고 하더라.
나랑, 이쁜 딸도 있고, 쉴 수 있는 집(아쉽게도 서울 자가는 아니다.)도 있고, 이쁜 고양이 두마리도
있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 건강하니까…”
“고마워 마눌…”
술 한잔 마시고 쇼파에 기대어 잠시만 누우려고 자리를 잡으니...
조금 피곤했는지 설잠에 빠져들었다.
<1절>
눈을 뜨니 앞에 양 본부장님과 예하 경영진들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이 무신 상황이지’
나는 순간적으로 현상 파악을 위하여 두리번거렸다. 익숙한 장면이긴 한데..
왠지 앞부분을 놓쳐버린 영화를 보는 듯하게 지금 이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이해하지 못했다.
“잘했어! 박팀장! 사업 본부장의 입장에서 다음 신제품도 성과 창출을 바라네. 반드시 그럴거라고 믿어”
사업본부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이후 우뢰와 같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휴우~ 다행이다. 앞 부분이 어떤 내용인지 가늠할 순 없지만, 발표 후 피드백이지 않을까 하는 순간적인 느낌 아닌 느낌을 차리고 있을 때...
눈 앞에 사장님이 그 자리에서 부스러져 모래가 되어 날라간다. 주변 모든 경영진들이 조금씩 모래로 분해되어 사라져간다….
이윽고 모든 사람은 모래 바람으로 저 멀리 날라가고 눈 앞에 회의실은 사라지고 모래가 가득한 광야.
이전에 보았던 그 곳에 나는 다시 서있었다.
어둑해진 광야에서 일렁이는 밝은 빛... 그 빛은 항상 내게 찾아오는 그 빛…
“어떠하냐?”
“네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지?”
“네가 성공했다는 그 느낌과 생각말이다.”
“그 순간은 비할 바 없이 좋긴 하지만... 금세 공허해졌습니다.”
“그래. 성공했다는 행복, 그리고 그 안도감은 순간의 따뜻함 일뿐이지... 짧은 순간의 행복...
짧은 행복은 너의 밖에서 얻을 수 있으나, 영원한 행복은 네 안에 있다.”
“…..”
<2절>
돌이켜 보면 내가 만난 상사는 그리 만만치 않았었다. 만만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이상했거나, 왕꼰대였거나… 갑질러.. 물론 때가 밀레니엄 버그로 지구멸망을 예견했던 2000년대의 초/중반이었으니…
-. 나를 일일 개그맨으로 만들고 아이디어에 발길질한 의류패션팀 이부장.
-. 아이디어 100개를 뱉어내라고 개갑질한(물론 따른 거 더 많다. 지면이 아깝다.)영플라자 차지철 과장.
-. 업체와 유착 및 진단 이슈로 해임된 이부장.
-. 꿈의 조직에서 군림하고 있었던 갑질러 이부장.
엥,, 이부장님이 왜 이렇게 많은 거지??
사람 인생이 죽으라 죽으라 하지만, 항상 죽으란 법은 없지 않은가?
저 나름의 빌런분들을 빼면 쏘쏘한 리더들과 계셨고, 그 중에는 나의 미래를 생각해서 조언과 충고도 해 주신 지방 리더분들도 계셨다. 그렇지만 그분들이 노란색이셨다면….
빌런 보스님들은 너무나 짙은 검붉은색 빛이셔서… 저들과 보내는 동안 나의 만면에는 붉은빛 홍조가떠날 날이 없었다. (술 많이 마셨다는 이야기다.)
000마케팅 이부장님이 박부장님께 인수 인계를 하고 난 뒤,
나는 인생 최대의 발전과 성장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그저 그런 무색무취의 모습으로 전락하여 저승을 가지 못하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떠 도는 원혼처럼 유영하고 있었을 것이다. (주변에 그런 사람 많이 있지만..)
박팀장님이 회의실로 연말 평가 면담을 위해서 호출하셨다.
“여어~ 박과장님! 이부장님 말씀이 맞았네. 호랑이에게 풀을 뜯게 해놓으니깐 엉망이었군. 자기에게 맡는 일을 맡으니깐 날개 단 호랑이인데?”
“팀장님! 과찬이십니다.”
“난 솔직이 이부장 잘 안 믿는데, 박과장을 보는 눈은 정확했구만. 본인 업무뿐만 아니라 후배 팀원들을 잘 케어하고 리딩해줘서 너무 고마워. 올해 완전한 에이스로 성장해줘서 고맙구…”
“모든 것은 팀장님이 잘 이끌어 주시고 지원해주신 덕분입니다. 저는 그냥 팀장님의 지도에 따랐을 뿐입니다.”
나는 그 즈음 몇 가지 별명을 얻어 있었다.
군대시절에는 ‘걸배이(햇볕을 받으면 얼굴이 마치 노숙자처럼 그을린다. 이것도 스트레스다.), 바바박,
등 들어도 언잖은 별명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수도꼭지(일의 속도를 말하는 거다.), 사자성어 달인(모든 업무를 사자로 축약해서 보고하고 만들어낸다.), 풀 뜯던 호랑이(이건 박팀장님께서...), 만능 엔터테이너(이건 후배들이…)
별명만 들어봐도 낯 간지럽지만…
적응도 잘하고 그야말로 성장가도를 달리는 날개 달린 호랑이의 느낌 아닌가?
게다가 상무님도 내 인생 최고로 존경해 마지 않는 상무님!
<3절>
영업이슈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영업 전무님, 영업담당님들과 마케팅 상무님이 함께 회의를 진행하는 건데, 그 주간에 영업 동향과
이슈를 어젠더로 잡아서 이슈 브리핑 후 대안을 논의하는(머리 복잡하게 이정도 마무리하겠다.) 자리다.
쉽게 말하면 영업조직은 지원 더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자리고 마케팅조직은 안된다 하는 자리인셈이다.
나는 000신제품의 정보를 설명하면서 마케팅 플랜과 지불가치를 설명하고 있었다.
“000제품의 지불가치를 말씀드리면 000의 성능을 감안하면 약 십만원 정도를 산정할 수 있고…”
“야 박차장!!!!”
갑자기 화상 스크린으로 접속 중이신 지방 영업담당님께서 내 말을 잘랐다.
“네?”
“아니 그 지불가치는 무신 근거냐고? 당신 같으면 그 가격에 살꺼야?”
“… 네, 이 가격은 소비자 조사를 통해 산정했고, 이미 사장님께 보고드리고 승인받은…”
“아니 그렇게 마케팅은 자기 생각만…”
“아니 이담당!!!!!(엄청나게 큰 소리였다.)”
우리 훌륭하신 상무님께서 제동을 거셨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박차장 말대로 지난 달 마케팅 월례정기회의때 보고 다 받고 정리된 내용인데
왜 박차장에게 난리치는 거야 당신! 회의 자꾸 방해할꺼야! 장난해! 장난쳐??”
백년 묵은 체증이 내려갔다. 소름이 돋았고 매번 사사건건 나에게 시비를 걸던 그 지방 영업담당때문에 몇 번의 마음고생이 있기도 했었는데, 한 방에 녹다운을 시키셨다.
좌중이 동시에 어퍼컷을 맞은 것 같이 조용했고, 침묵 속에 빠져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폴이란
만화영화에서 그 곰인지 갠지 그 애가 ‘시간아 멈춰라’ 라고 주문을 걸어서 시간이 멈춘 것 처럼..
그 침묵을 깨고 영업그룹 수장이신 전무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자~ 마케팅 상무 말씀대로 이미 본부장님께 보고된 사항이기도 하니 이 건은 더 이상 이슈
제기하지 맙시다!”
“네…”
이 담당님이 입을 꽉 다물고 답하는 것이 화상 스크린 넘어서 느껴진다.
그렇게 끝날 줄 알았는데, 우리 상무님은 냉랭한 겨울왕국에대가 회심의 얼음창을 투창하셨다.
“앞으로 자꾸 우리 마케팅이랑 박차장에게 말도 안 되는 이슈로 이야기할꺼면 이 회의 하지 맙시다!”
순식간에 얼음왕국의 성벽이 무너져 흘렀다...
순간 나는 발표를 위해서 앞에 나간 상태로 얼어붙어 있었다.
“가자 박차장!”
“네!”
그렇게 회의실을 박차고 나와버렸다. 진정한 리더! 강한 리더! 소신 있는 리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상무님은 어떤 임원 들처럼 일부 리더들하고만 소통하고 업무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자 하나 하나와 대화를 나누시고 업무 지시하고 피드백을 해주셨다.
본인의 모토는 모든 직원의 성장! 이셨다.
게다가 후배들에게 항상 말씀하셨다.
“제품담당자로서 너희들의 모범답안은 박차장(나다.)이니 박차장을 본받아라!”
감사하게도 말이다…
앞에 만났던 모든 빌런 이부장(님이라고 하기싫다.)들과의 고통을 한방에 털어내고도 남음이 없는
훌륭하신 상무님과 함께한 내 회사 인생 최고의 절정의 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분에게 반드시 도움이 되리라! 어떻게든’
나는 회사의 후배이며 부하직원이 아니라 남자 대 남자로서 존경심을 가지고 진정으로 보필해드리고 싶었고, 서포팅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달리는 말에게 던지는 작은 돌멩이 하나일 줄이야...
‘과유불급’
절제되지 않은 지나친 마음이 오히려 독이 되듯이...
<4절>
“팀장님! 제가 상무님의 직속 스탶 업무를 담당해보고 싶습니다!”
우리 000마케팅팀장이신 김팀장님께 말씀드렸다.
이전에 스탶을 하셨던 선배님께서 다른 조직의 팀장으로 선임되어 이동하시면서 공백이 생겼다.
이렇게 내가 먼저 말씀드린 케이스는 예전에 백화점 지원팀장께 지방 발령을 요청한(3막 참조) 이후
이번에 김팀장님께 드리는 두번째 요청이었다.
이전에는 내가 먼저 어떻게 하겠다라던지 이동하겠다라던지 요청하지 않았다.
물 흘러 가듯이 자연(?)의 흐름대로 몸을 내어 맡기고 가라하면 가고, 오라하면 왔던 것이다.
(과연 잘 한 건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어어 그래, 그래.. 그런데 000마케팅팀의 너 동기 박차장 그 애도 후보인 것 같다던데…”
허… 이놈 봐라.. 박차장(나 말고 다른 놈말이다.)은 내 동기이자, 갑상선암 삼총사 중 하나(4막 참조)
이며 꼰대 갑질 이부장님 아래 함께 지내왔던 라이벌이자 친구이다.
“네? 그래요? 그래도 저는 가능하면 해보고 싶습니다.”
훌륭하신 상무님의 스탶으로서 지근에서 보필하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그래 그렇다면 상무님께 말씀드릴께… 기다려봐…”
여기에 인생의 변환점이 순간이었다. 아니 크다면 크겠지만, 작다면 또 작을…
몇 일 뒤, 팀장님이 면담을 하자고 하셨다. 텅 빈 회의실에 둘이 마주보고 앉았다.
“박차장! 아쉬운 소식이 있어.”
“네?”
“상무님 스탶건 말이야. 실은 내가 말씀드렸고, 상무님께서도 좋다고 하셨는데…”
“네...”
“최종은 너 동기 박차장(따른 놈 말이다.)이 될 것 같아.”
“팀장님! 죄송하지만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음... 네가 그쪽으로 이동한다는 소문을 알아채고 000마케팅의 박부장이 너를 자기 부서로 다시 데리고 가겠다고 상무님께 블레임을 건 모양이야.”
“……”
실은 나는 마케팅 분야에서 이미 7년 이상을 근무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회사 내규 중 동일 조직에 5년이상 근무 금지 요건에 걸려서 이전 000마케팅 박팀장 아래에서 어쩔 수 없이 000마케팅 김팀장님 아래로 이동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시 1년 만에 이동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이전 팀장께서 다시 자기팀으로 데려가겠다고 상무님께 요청하신 거였다.
답답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안 풀렸다. 오히려 동기이자 라이벌이자 암형제인 다른 박차장이
그 자리로 갔다. 내가 스스로 바꿔보고자 한 내 인생의 갈림길에서 전혀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5절>
나는 000마케팅 김팀장님 아래에서 1년간 담당제품의 판매 감소로 인하여 숱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가
연말쯤 출시한 신개념 세탁기 000워시의 런칭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성과를 확 뒤집는 상황을
만들어 내었다.
신개념 세탁기 000워시 런칭 플랜 보고를 잘 마무리했고, 사업부장님, 상무님, 팀장님께서 잘해보라고 격려를 해 주셨다.
“드럼시장이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 힘들겠지만, 이번 프로젝트 잘 되면 BP사례가 될 거니까 잘해봐!”
존경해 마지 않는 상무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이후, 실제로 성과가 나기 시작했고, 몇 개월째 목표 초과달성을 했다! 큰 성과였다.
이런 모든 성과를 뒤로하고 상무님 스탶으로 지원하였던 거였는데… 결국 다시 또 1년 전 원래 있었던
그 자리로 가다니…
난, 다시 돌아간 000마케팅팀의 박팀장님을 성심껏 모시고 후배들을 리딩하고 케어 했다. 박팀장님께서
도 많이 챙겨 주셨고 각종 성과와 성장 지원에 아낌없이 도움을 주셨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리더의 재목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내 맘 속엔 상무님을 지근에서 모시지 못했던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다.
결국, 우리 팀장님께서 이전에 계셨던 훌륭하신 상무님께서 퇴임하시고 떠난 자리를 이어받으시게
되었다.
떠나시는 상무님의 환송회식에 모든 직원이 눈물을 흘렸고, 여직원들은 더 펑펑 울어서 정말 눈물바다
가 되었다. 난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았고, 이렇게 훌륭한 리더를 또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렇게 인생 최고의 임원이신 상무님이 떠나셨다…
아직도 떠나시면서 남기신 말씀 중에 하나가 여운처럼 남아 감돈다.
“너희들이 나한테 느꼈던 그 마음을 너희들을 보면서 후배들이 느끼게 해줘라. 진심은 통한다!”
이후 우리 박팀장님께서 임원이 되셨기에 상무님 스탶을 내가 하면 어떻냐고 물어보시길래
하겠다고 말씀드렸지만... 또 다시 그 박차장(다른 놈 말이다. 왜 이놈은 내 인생에 항상 옆에 있는
건지..)을 스탶으로 활용 하시겠다고 정리되면서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6절>
난 상무님으로 승진하신 이전 박팀장의 후임으로 오신 신임 팀장님과 함께 일하게 되었다.
내가 아무래도 선임 사원이자 팀 전체를 총괄하고 있다 보니 신임 팀장님께서도 나에게 부탁도 많이
하셨고, 나의 의견도 많이 존중하여 주시면서 편하게 일을 해 나갔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편함과 익숙함의 자리에서 있다가 더 큰 성장을 하기 힘들 것 같다는 불안감
이 엄습해왔고, 새로운 도전을 갈망하고 있었다.
‘리더를 목표로 해야 한다!’
이제는 리더를 돕는 자리가 아닌 리더가 되어서 나만의 리더십을 발휘해 보고 싶었다.
리더가 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고민하던 시간이었다. 아마도 이 시간이 있었기에
그 이후의 방향에 대한 인생 전략도 세울 수 있었던 것 같고, 성장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이전까지는 전술하였듯이 물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그런 삶이었다.
이젠 그 삶을 찢고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았다.
‘그냥 그대로 있으면 X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고심을 하던 차에 리더가 되기 위한 여러 갈래의 길 중 우수사원 교류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프로그램은 리더 후보 과정의 일종이었다.
대략 이렇다.
각 조직의 임원의 추천을 받아서 향후 리더가 될 후보군을 추려내어서 그 중 선별된 인원을 자회사에
지점장으로 보내고 1년 동안 교육과 현장 근무를 통해서 경험을 쌓아서 향후 리더에 임명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그 프로그램을 희망하였고, 현 팀장님께 면담 요청을 드렸다.
“팀장님! 자회사 교류 프로그램에 가고 싶습니다!”
“아! 그래…??(대략 많이 난감하신 표정이었다.”
“네..”
“음.. 하지만, 박차장 내가 지금 부임한지도 얼마 안 되었고, 후배들도 경험이 좀 부족하니 1년만 더
있다가 도전해보면 안 될까?”
“팀장님 너무 죄송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다음 1년뒤에 된다는 보장이 없을 것 같아서요…”
“아니 내년에는 내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줄께..
“죄송하지만 팀장님 이번에 가고 싶습니다.”
“그래.. 정히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지. 상무님 추천 받아야 하는 건 알지?”
“네.. 제가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래.. 암튼 합격하길 바랄께..”
<7절>
“상무님! 저 이번에 자회사 교류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팀장님과의 면담이 끝난 뒤 상무님께 찾아 뵙고 희망을 말씀을 드렸다.
“어 그래? 좋지... 박차장은 그 프로그램에 지원할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감사합니다! 상무님!”
“어 근데 말이야... 거기에 너 동기인 다른 박차장도 희망을 하는 것 같던데 말이야...”
헉……스…..
이 박차장놈은 매번 나랑 부딪힌다. 전임 정상무님 스탶지원때 부터….
그런데 항상 내가 졌다!
실력으로 졌다기 보다 상황으로 항상 졌다….
하지만, 이번만은 절대 질 수 없다!
“상무님 제가 꼭 가고 싶습니다!”
“그래 나야 우리 박차장(나말이다. 이제 독자들도 너무 헷갈리실 것 같다.)을 키웠으니, 박차장이
가는 게 낫지. 그래 그럼 조금만 시간을 줄 수 있겠어…?”
<8절>
약 3일간의 인고의 시간이었다.
아무런 응답도 없었고 지나다니시는 상무님을 일부러 눈도 마주치고 무슨 말씀이라도 할 까봐
상무님 근처에서도 서성거려보고 일부러 뒷꿈치로 걸으면서 소리도 내어 보았다.
그러나 돌부처인냥 아무 반응이 없었다.
‘설마 떨어진건가? 아님 나 말고 다른 박차장을 선택하신 건가….’
답답해서 너무 힘들었다. 그 시간은 마치 성경의 모세가 40년간 방랑하였던 광야의 시간과 같았고,
(너무 오버이긴 하지만…), 성경 속 선지자와 사도들이 주님의 응답하심을 기다리는 심정이랄까…
그렇게 3일차 어느정도 패배(?)를 받아들이고 이번 또한 다른 박차장에게 넘어갔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원한다고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 즈음에 읽었던 책의 내용 중에…
‘인간의 그릇’ 이라는 구절이 상기되었다. 그 사람이 그가 원하는 것을 얻기 합당하려면 먼저
그 만한 그릇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 난 아직 그런 그릇이 되지 못하는 거야…’
라고 포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생의 자그만한 벽 앞에서 항복의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내가 목표로 한 모든 것을 버렸다...
하지만……
가장 곤고하고 곤비할 때, 모든 것을 내려 놓을 때, 모든 것을 비울 때…..
비로소 채우신다는 말씀이 현실이 되었다.
“박차장! 상무님께서 부르셔..”
약간 비쭉한 말투(그렇게 느낀 건 나 혼자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로 상무님 스탶인 박차장이
나를 불렀다.
“네 상무님!”
집무실 방문을 열고 상무님께 인사 드렸다.
“어... 오래 기다렸지… 그 자회사 우수인재 교류 프로그램 때문에 말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대학 합격 통보를 기다리는 냥 심장의 좌심방과 우심방에서 동시에 쌍방망이질을
쳐댔다.
“넵….”
“이번에 박00차장(나 말이다.)이 합격해서 가게 되었어... 축하해. 가서 경험 잘 쌓고 와~~!!”
천상의 나팔 소리였다. 3천년 같은 3일이 지나고 들은 말 중 가장 행복한 말!
순간 나는 희망하는 곳에 가게 되는 것도 좋았지만, 마침내 박차장(다른 놈 말이다.)을 처음으로 이겼다
는 생각에 즐거웠다.
실은 그렇게 미워하거나 증오하는 사이도 아니고, 동기이기도 하고 함께 역경과 고난도 지냈던 터라
맘속으로는 상당히 의지하는 친구이긴 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구 이건 이거다.
‘개새! 처음 이겼네…’라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인생에서 좋은 라이벌이 있다는 것은 행운인 것 같다…
“축하해! 먼저 잘 다녀와! 그런데 니가 먼저 손 썼더라..”
“뭔 소리야?”
“나는 상무님께 이틀 전에 말씀드렸는데, 넌 3일 전에 말씀드렸더군…ㅎㅎ”
“어 그래?”
“그게 너의 신의 한수였던 것 같아. 아무튼 잘 갔다 와.. 다음은 나일 것 같으니까 다녀와서
알려 줘...”
‘아 이 개새! 어디서 뺑끼치는 데...’ 라는 생각은 속마음으로만 품고…
“그래 먼저 가서 잘 닦아 놓을께.. (이놈아!)”라고 최종 승자의 옅은 웃음을 날려 주었다.
<Outro>
금번의 본사에서 신사업 조직을 구성한다고 한다.
그 곳은 아마도 IPO를 하게 될 수도 있어서, 분사 계획도 있다고 한다.
나에게 미션이 있었다.
내가 함께하고 있는 팀원들을 함께 데려가야 하고 희망하지 않는 인원은 원 조직에 남긴다.
하지만, 인원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기에 대부분을 데리고 가야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큰 암초가 있다.
이 모든 친구들도 00전자를 위해서 입사한 친구인데… 신생 조직은 자칫하면 0000이라는 다른 회사가
될 수도 있다. 그러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갈 수 있을까?
이 친구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문뜩 잠이 들었다.
눈을 뜬 그곳은 칠흑같이 어두운 방 같았다.
사실 방이라고 느낌만 가질 뿐 전체가 보이지 않았다. 단지 일렁이는 익숙한 주황불의 그 빛만
보일 뿐이었다.
“바꾸고 싶은 과거는 없었는가? 잘못된 선택은? 만약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무엇 때문인가? 그리고 너는 왜 사는가?”
헉… 어려운 질문을 두개도 세 개도 아닌 네 개씩이나?? 마지막 질문은 완전 철학적인 질문이다.
“글쎄요. 과거에 대한 생각과 고민은 제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느끼신다고 하였으니 긴 말을 드리진
않겠습니다. 단지 내가 뭔가 승부욕, 명예욕 같은 개인적인 욕심으로 만들어 내는 것들은 결과가 좋지
않거나 의도치 않는 결과까지 흘러 가는 것 같았습니다.”
“음…… 계속 하거라...”
‘와... 처음이다. 내 말을 그 빛이 듣고 있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좋았던 과거든 나빴던 과거든 그 모든 것은 나름의 교훈이 있고 가르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들을 아우르고 탐문을 하다 보면 제가 왜 살아야 하는지? 왜 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부족합니다. 말씀하신 그릇이 못되는 것 같습니다.”
“제법이구나. 그릇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그릇이 되느냐도 중요하다.”
“네….”
“네 자신을 훌륭한 그릇으로 빚어 보거라…”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건 네가 이미 알고 있다.”
“네??”
5막 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