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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지루크스: 제목은 나중에..<4막>

진짜 내 삶의 이야기.. 다시 산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by 열정후니

<4막 Intro>

현실의 많은 시련과 고통 그리고 역경을 잊을 수 있는 그 순간은 바로…

조기축구를 다녀와서 샤워를 하고, 안마의자에 누워 있는 시간이다.

그 순간만큼은 옻 같은 세상에서 1평도 안 되는 천국을 누리는 순간인 것이다.


오늘도 찬스에서 놓친 골 장면을 곱씹으면서 안마의자의 ‘긴장 해소’모드의 버튼을 눌렀다.

역쉬는 역쉬다!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 들었다.



<1절>

“일어나라!”

라는 말을 듣고 눈을 떴다..


눈을 뜬 그 곳은 사막, 광야..

발을 딛고 선 곳은 끝없이 펼쳐진 모래 사막 같은 곳이었다.

맨발의 나는 부드러운 모래의 촉감을 느끼면서 그 무언가의 부름으로 이곳으로 왔다.


“저를 부르신 분은…?”

“나다.”

순간 하늘 높은 곳에서 예전에 보았던 빛이 아니 도깨비 불…아니 그냥 빛..

이 밝은 곳에서도 환히 보이는 빛이었다. .


“여긴 어디입니까?”

“광야다.”

“왜 제가 여기 있나요?”

“내가 불렀기에 여기에 있는 것이다.”

“여기를 벗어나서 다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떠날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네? 그릇이요?”

“그렇다.”

“….”



<2절>


서울로 다시 상경하여 근무한지 3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동안 많은 크고 작은 과정과 경험들이 있었다. 가장 큰 사건은 모시고 있던 팀장님이 업체와 유착된 진단 이슈로 해임 통보를 받으셨고(3막 참조) 그 시간 동안 헤아릴 수 없이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그리고, 그 암흑 같은 시간동안 나는 과장으로 승진을 하였고, 그 고통의 터널 안에서 더 성장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기간을 보내고 있었다…


“너 000마케팅팀 오지 않을래?”

회사 내 가장 매출 규모도 크고, 존재감 있는 000마케팅팀 팀장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아..저…”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답변을 드리지 못했다. 이유는 있었다.

해당 시점은 인사철이긴 하나, 현재 함께 일하고 계신 팀장님께서 교육 출장 중이었고, 생각지도 못하게 전화를 주신 거라서 쉽게 답변을 드리지 못하고 어버버버했다.


“넌 그냥 잠자코 있으면 내가 인사팀과 다 이야기할 테니 짐 싸서 온다고 생각하고 있어라.”

“저 팀장님!... 저희 팀장ㄴ….”

“이상 통신 끝!”

하고 끊어 버리셨다.


실은 마케팅조직은 영업직군에서 나름 브레인 조직이고 꽃이었다. 그래서 다들 가고 싶고 흠모하는 엘리트 조직…

그 조직의 조직장이 콜 업을 한 상태여서 내심 설레였지만.. 팀장님의 교육 부재 중인 상황에서는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야! 너 마케팅 간다고 그랬어? 나 내일 복귀할 건데, 왜 결심한 거야. 내가 널 키우려는 나름의 로드맵이 있는데 말야…”

팀장님의 전화를 받자마자 속사포처럼 말씀하셨다.

“팀장님! 아니에요. 저 간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절대로..”

“아니 근데, 왜 인사팀에서 나한테 전화 와서는 이동 확정되었다고 그리 알라고 하던데.. 무슨 소리지 그러면??”

“몇 시간 전에 000마케팅팀장님께서 전화 오셔서 의사를 물어보시길래 팀장님 오시면 이야기 나눠보고 말씀 드리겠다라고 하려고 했는데…”

“했는데? 뭐?”

“그냥 끊어 버리셨어요…”

“……”


그렇게 나는 팔려가듯이 꿈꾸던 조직으로 끌려갔다.




<3절>


평소 동경하던 그곳을 올라가는 계단이 천국의 계단이 아니라…

올라가서 보니 지옥의 계단이었다…

게다가 기존 팀의 팀장님과는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악화되기까지 하였다.

‘그 때 좀더 강하게 거부하고(지금 돌이켜 보면 내심 마케팅팀을 동경하고 있었기에 당당하게 못했던 것 같다.) 시간을 가지고 기존 팀장님과 상담도 하면서 향후 커리어 패스와 성장 로드맵을 그렸어야 했다… 난 그 모든 것을 단 몇 십 초의 통화로 날려버린 것이다.’


오늘도 퇴근은 언제인지 모른다. 아니 사무실에서 나서는 시간은 대략 알 수 있을 것 같다.

시계를 보니 오후 9시 10분을 지나고 있다.


“자 다들 짐 싸고 한 잔하러 가자. 팀장님이 한 시간 전에 이차장님이랑 나가서 드시고 계시니까 빨리 서둘러…”


‘대체 오늘은 몇 시에 귀가가 가능할지?’


“자 다 모였나!”

“네!”

팀장님께서 자주 가시는 급냉 삼겹살집에 전 팀원이 다 모였다.

“자 한잔 씩 들고! 냉장(선창) Go(후창)! 냉장 Go! 냉장 Go Go Let’s Go!”


우리 팀 만의 건배를 하고, 어느정도 다들 취한 상태..

“자 왼쪽으로 돌면서 그 옆에 사람의 단점 하나씩 이야기해봐!”

늘 취기가 오름 직한 상황이 오면 시작하는 자아비판이 아닌 타인 비판의 시간!


“박과장은 장표 만들 때 선을 너무 두껍게 그리는 것 같아.”

이차장님께서 한 마디 하셨다.

“야야 그런 거 말고… 더 찐하고 강한 거 없어.. 그렇게 서로를 모르는 거야?”


“(나 아닌 또다른)박과장은 졸라 싸가지가 없어! 말투가 들으면 기분이 나빠. 살살 약 올리는 멘트 말이야. 너 그러다 제대로 걸리면…”

“그래 그렇지, 그렇게….”


“이 대리는 X을 퍼먹냐? 입에서 X내나.. 담배 피고 커피 마시면 양치질 좀 해!!”


그렇게 한 두시간을 서로에게 칼 날을 던지고 박으며 시간을 보낸다.

아 이 무신 짓을 하는 건지.. 시부레… 팀웍을 살리려고 하는 회식 아니던가? 그런데 서로 마음의 칼을 쑤셔 박아야 하는지…

한 숨이라도 더 자고 싶은 이 시간에 대체 이 미친 짓은 뭔 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끔 이런 마음의 싸대기(?) 시간이 없을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런 식이었다.

그리고 2차, 3차, 4차…

택시 안에서 시계를 바라보면 새벽 3시를 지나고 있다…

너무 지친다. 여기가 과연 내가 동경했던 그 곳이 맞나?




<4절>


우리 마케팅팀에서 선배 한 분이 팀장님과 합의 없이 상품기획팀으로 전배를 떠나버렸다.


“형님! 애를 그렇게 막 데리고 가도 되요? 나 XX 성격 알잖아 형! 이래도 돼?”

팀장님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추측컨데 상품기획팀장인 듯 한 분에게 전화를 거셔서 쌍욕을 날리신다.


또 다른 어딘가로 전화를 거신다...

“사업부장님!”

헉. 사업부의 수장이자 부사장님께 거침없이 전화를 거신다.

“저희 팀에서 상품기획팀으로 사전 협의나 절차 없이 이렇게 인원을 전배시키는 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진짜루요...”


반대편의 사업부장님의 말씀을 들을 수 없으나 대략 체크해보겠다는 식의 내용이었을 듯하다.


하지만, 번복은 되지 않았고 결국 그 선배는 그렇게 떠나버렸다.


“아이 배 과장 개XX! 아…..XXXXXXXXXXXXXXXXX(담을 수 없다.)!

세상에 국어로 표현할 수 있는 극한의 욕설의 향연.. 사전에서도 평소에도 들어 볼 수 없는 외계어 같은 비속어의 세레나데를 한참 동안 뱉아 내시고선,


“야! 박 과장 일루 와 바!”

“네 팀장님!”

나는 팀장님 옆자리로 가서 빈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너 배 과장 일 대신해야 될 것 같은데.”

“네 제가요?”

“그래 네가 할 수 없는 이유 백가지만 대봐!”

“……”

그냥 대꾸하지 말란 이야기였다.

갑자기 00백화점 영플라자 차지철 과장이 떠올랐다. 발렌타인 데이 아이디어 100개……(1막 참조)


그렇게 그 일을 맡기 시작했고, 그 해에 성과도 만들긴 했다.

하지만, 그 일을 하면서 동기 3명이서 타스크 포스형식의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고,

별도의 공간에 3명이 옹기 종기 모여서 업무를 하게 되었다.

동갑내기 동기들 3명이 모여서 하니 그야말로 매일 싸움과 투쟁의 연속이었다.

니 못났고 내 잘났으니까.


그 때 우리 3명의 몸 속에는 무언 가가 자라고 있었다. 그 땐 셋다 몰랐다.

싸움과 투쟁의 몇 평 짜리 공간에서 피어난 것은 사랑, 배신, 그 무엇도 아닌 몸속의 안 좋은 그 무엇.

바로 암이었다.


그렇다. 우리 3명은 거의 비슷한 시기, 즉 그 타스크 포스 업무가 끝나고 몇 년 뒤 갑상선암을 판정 받고 시기만 다를 뿐 각각의 병원에서 암 수술(갑상선 절제술)을 받고 항암치료도 받았다.

이 무신 운명의 장난질인지…

우리가 근무했던 그 장소에는 엄청난 서버가 놓여있었고, 아마도 눈에 보이진 않지만 엄청난 전자파도 생성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이유가 아닐까 미루어 짐작할 뿐, 원인은 지금도 모르겠다.




<5절>


갑상선암 3총사가 타스크 포스를 하였던 그 해 연말 평가 시즌이 도래했다.

미리 말하지만 이렇게 평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팀장님께서 팀 평가 관련 논의하신다고 회의실로 다 들어오라고 하신다.”

선임 및 팀 총괄업무를 맡고 계신 이 차장님께서 전체가 들으라고 이야기하셨다.

나는 평가를 모두 모여서 하는 방식은 처음이라 얼떨결에 따라 들어갔다.


회의실을 들어가니 스크린에 팀원들의 성명과 예상 평가 등급을 알파벳 S,A,B,C로 대략 표기되어 있었다.

‘이게 뭐지? 전체를 오픈하는 건가?’

난 낯선 상황에 깜짝 놀랐다.


“자! 여기 평가가 대략 너희들의 평가이고, 본 평가는 나와 선임인 이 차장이랑 작업한 거야. 혹시 이 평가표를 보고 불만 있는 사람 있나?”

“…….”

그 누가 그 자리에서 이야기할 수 있겠나?

“자 그러면 없는 걸로 알고 이걸로 확정해도 될 것 같지만, 혹시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내일까지 이야기해줘.”


그렇게 우리는 자리로 돌아왔고, 생경한 평가방식에 놀랐다. 보통은 본인이 본인 평가를 진행하고 일대일로 성과 평가 면담을 해야 하는데…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낯선 경험이기도 했다. 만약 공정하다면 모를까… 나중에 알았지만 불공정 그 자체였다.

그야말로 팀장과 선임사원 맘대로…


다시 평가표를 보니깐… 계산이 조금 잘못되어 있다.

그래서 그 계산을 바꾸니 평가 비중이 바뀌면서 순서가 바뀌었다. 즉, 원래는 내 동기 (또 다른)박과장이 꼴찌였으나, 계산을 정정하니 가중치가 변해서 내가 B에서 C등급으로 바뀌고 동기가 C등급에서 B등급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고민이 되었다.

‘내일 이걸 이야기하면 내 평가가 떨어지는데... 내가 먼저 이야기를 해야 하나?’


“자 다들 회의실로 다시 모여!”

선임 이차장님이 말씀하셔서 다들 다시금 평가 등급 산정을 마무리하기 위하여 모였다.

“어제 다들 확인했지? 문제없으면 그대로 정리하면 되지? 이 차장 마무리해!”

“네”

그렇게 마무리되려는 순간…


“저….”

“박 과장(이건 나다.. 또 다른 놈 때문에 작성이 어렵네.)! 뭐 할 이야기 있어?”

“다름이 아니라 저기 수식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그래? 이 차장 점검해봐.”


이차장님이 엑셀로 수식을 다시 점검하니…

“아… 맞네요. 요 부분이 빠져있었네요. 자 이제 되었습니다.”

“그래. 자 다시보자…엥? 이의 제기한 박00가 내려가고 니 동기 박00가 올라가는데? 이거 맞아?

너 이거 수식 바꿔본 거 맞아? 자리가 바뀌는데?? 야 희한하네…”


‘어쩌라구요. 알고 있었습니다. 그치만 알면서 말 안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마음속의 말이다.


난 그날 받은 등급 C로 몇 년을 고생했고, 핵심인재로서의 성장이 막혀 버렸다.

근데 근본적인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팀장과 선임사원 그리고 일부 선배들이 집중되는 고평가였다…

몇 년째… 그 선배들은 좋은 평가를 나눠 먹고 있었고, 후배들은 먹고 남은 것들만 주어졌다.


‘이 불합리함을 이야기 했어야 하는 거 아니었나? 다시 돌아가면 그들에게 맞 설수 있었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단추를 꿰지 말았어야 했나? (마케팅팀으로 직무 전환 말하는 거다.)’




<6절>


우리 팀으로 신임팀장님이 발령받아서 오신다고 했다. 이전 팀장님은 자회사에 임원급으로 가시게 되셨지만, 본인이 원하신 것은 아니다. 본사에서 떠나시는 것이니 말이다.

그는 여기 남아서 별을 달고 싶으셨다. 하지만, 본부장님이 바뀌시면서 상무님도 본인의 전문용어인 ‘라인 출신’을 세우시면서 밀려나시는 거였다.

이렇게 또 다른 대기업 서울 자가의 이 부장님은 자회사로 밀려나시게 되었다.


그 날 저녁 신임 팀장님과 후임 팀장님이 함께 하는 이,취임 석식을 하였다.


술 자리가 어느 정도 흐른 뒤..

이전 팀장님께서 나에게 자기 곁으로 와 보라고 하셨다. 그 곁에는 후임 팀장님도 함께 앉아 계셨다.

“박 부장!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만 부탁 좀 할께.”

“네 말씀하세요.”

“내가 이놈(나 말하는 거다.)을 잘 못 키웠어. 영업에서 똘똘한 놈 데려 다가 밀어주지 못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많아.. 자네가 좀 잘 키워 주길 바래..”


‘이제? 가로 늦게? 다 지나고? 어이가 상실..’


“네 그럴께요. 이 부장님!”


그렇게 나는 전임 이 부장님에게서 후임 박 부장님께로 내 운명이 인수 인계되고 있었다.

이제서야 활활 타오르든 지옥의 문이 닫히고 있었다….

그 지옥문 안에서 갑상선에 암의 씨앗을 키웠고, 만성 위장병을 얻었다…




<7절>


감았던 눈을 부시시 떴다.

등에는 보드라운 느낌의 모래가 깔려 있었다.

“일어나거라!”

항상 마주하던 빛의 음성이 들렸고, 그 빛이 상공에서 일렁였다.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던가? 너의 행동 중에 바꾸고 싶은 그 무엇은 없었나?

진정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였다고 생각하는가?”

“아닙니다… 항상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마케팅으로의 이동에 대해서는……

하지만, 나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결과를 알 수 없었던 것이고

그 결과를 알 수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하였겠죠.”

“제법 생각을 하는 것 같구나.”

“그래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후회가 많습니다.”

“어떻게 하겠느냐?”

“이제는 어떠한 행동과 판단에 조금이라도 더 결말과 그 선택에 따른 변화를 예상해보도록 노력을..”

“그만!”

그 빛이 말을 막으셨다.


“지나친 말은 쓸모 없다. 너가 느끼면 내가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 네 그릇은 작다.

더 키워야 한다.”

“네….”




<Outro>


양 본부장님이신 두분의 사장님들과 핵심 경영진 사이에서 발표를 하였다.


“(…)발표는 이상으로 마치면서, 먼저 좋은 제품과 훌륭한 솔루션들을 제공해 주신 사업본부장님 예하 경영진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금번의 성과는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양 본부의 피와 땀이 맻힌 아름다운 협력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


나는 000제품의 성공적인 런칭과 BP사례 달성으로 양 본부장님의 협의 시간에 발표를 마무리하였다.


그 날 석식 자리에서 상무님께서 따로 부르셨다.

“박 팀장! 일년동안 쉽지 않는 조직과 환경에서 잘 해주었다. 더 성장하길 바랄께.”


‘이 정도면 된 거 아닌가?’

…..




4막 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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