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 또 하나의 추억 한 숟가락.
딸아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처음으로 '플레이스테이션 4'를 집에 들였습니다.
아이에게 직접 게임 하나를 골라보라고 했더니, 아이는 'It Takes Two(잇 테이크스 투)'라는 게임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목 그대로 "둘이서만 할 수 있는", 혼자서는 결코 나아갈 수 없는 협동 게임이었습니다.
게임 속 주인공은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 '코디'와 '메이'입니다.
이들은 슬퍼하는 딸의 눈물로 마법에 걸려 작은 인형으로 변해버리죠.
다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싫든 좋든 서로의 손을 잡고, 아빠가 가꾸다 버린 정원이나 엄마의 낡은 라디오 속 세상을 함께 헤쳐 나가야만 합니다.
우리 가족의 구성과 똑 닮은 게임 속 상황을 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게임을 시작하고 나니 감상에 젖을 여유는 없었습니다.
소위 '똥손'인 저에게 게임 속 장애물들은 너무나 가혹했거든요.
"아빠, 좀 잘해봐!" "아니, 거기서 점프를 해야지!"
옆에서 재잘거리는 딸아이의 성화에, 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게임기를 피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에 한 번, 아이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듯 패드를 잡다 보니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입니다.
게임을 하면 할수록 서로의 강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딸아이는 장애물을 넘고 빌런을 상대하는 피지컬이 탁월했고, 저는 길이 막힐 때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돌파구를 찾아내는 데 소질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부족함을 탓하기보다, 각자가 잘하는 것으로 서로를 끌어주며 한 단계씩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마침내 3년 만에 대망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습니다.
화면 속 가족이 다시 사랑을 되찾고 행복해지는 장면을 보는데, 곁에 있던 딸아이가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감동적인 결말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이제 아빠와 함께할 커다란 목표 하나가 사라졌다는 섭섭함 때문이었을까요.
멍하니 엔딩 크레딧을 지켜보는 아이를 바라보며 미안한 마음이 울컥 차올랐습니다.
초등학생이던 아이는 어느새 훌쩍 자라 중학생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는 3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빠와 함께 웃고 떠들며 이 게임을 하는 시간 자체가, 게임 속 부부가 되찾으려 했던 그 '사랑'이었다는 것을요.
'It Takes Two.'
그 의미가 이제야 가슴 깊숙이 박힙니다.
가족의 행복과 사랑은 결코 혼자서 일궈낼 수 없다는 것. 서툰 아빠와 야무진 딸이 함께 손을 잡아야만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여전히 "아빠 좀 잘해!"라며 핀잔을 주는 사춘기 딸아이를 다시 한번 가만히 바라봅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는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