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사람, 그러나 꼭 필요했던 순간
얼마 전 부터 가족들과 넷플릭스에서 ‘솔O지옥’을 재미있게 보았다.
딸아이가 어느새 만 15세가 넘으면서, 이제는 함께 볼 수 있는 콘텐츠의 폭도 넓어졌다. 예전엔 각자 화면을 보던 시간이 많았는데, 요즘은 거실에 모여 웃고 떠들며 같은 장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었다.
그 프로그램에는 역대급 ‘빌런’이라 불릴 만한 인물이 등장한다.
예상하지 못한 말과 행동이 이어질 때마다 가족 모두가 동시에 탄성을 지르거나 한숨을 쉬었다.
외모와 성격을 놓고 평가 아닌 평가도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갔다. 그렇게 우리는 매주 새로운 회차를 기다리는 작은 즐거움을 공유하게 되었다.
물론 즐거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인물의 이해하기 힘든 선택들 때문에 답답함과 분노가 밀려올 때도 있었다.
아마 많은 시청자들이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진행자들조차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이 정도면 진짜 빌런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회가 공개되었다.
(결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겠다.)
그 인물로 인해 마음고생하고, 눈물을 흘리며, 갈등을 겪던 미완의 관계들이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깊어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그 순간 문득, 금의 제련 과정이 떠올랐다.
금광석에서 순금을 얻기 위해서는 불순물을 제거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질 중 하나가 바로 ‘시안화 나트륨’이라고 한다.
독성이 강하고 위험한 물질이지만, 그 덕분에 금은 더 순수해진다.
어쩌면 그 빌런이라는 존재가, 그 역할을 한 것은 아닐까.
당장은 모두를 괴롭히고 혼란에 빠뜨렸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관계를 더 깊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 상황, 사건이
언젠가 뒤돌아보았을 때는
내가 성장하고 변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순간으로 기억되지는 않을까.
지금 당신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혹시 그것이, 황금처럼 귀한 당신의 삶을 더 빛나게 만들기 위한
‘시안화 나트륨’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