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무도 피를 보지 않은 시간
로마의 새벽은 아직 오지 않았다.
도시는 깊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고
하늘에는 희미한 별빛만 남아 있었다.
그 시간에
카이사르는 꿈을 꾸고 있었다.
넓은 광장이었다.
원로원 앞 돌바닥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사람들의 이름이 하나씩 외쳐지고
곧이어 군인들의 칼이 번쩍였다.
그는 그 장면을 알고 있었다.
술라의 대숙청이었다.
그리고 그 광장 한가운데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술라였다.
늙은 독재자는 천천히 카이사르를 바라보았다.
“카이사르.”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묵직했다.
“너는 그때 죽었어야 했다.”
주변에는 수많은 이름들이 적힌 목록이 있었다.
숙청 명단이었다.
술라는 그 명단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너는 원로원 반대파의 인척이었다.”
그는 잠시 멈췄다.
“그럼에도 내가 너를 살려두었지.”
술라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왜였는지 아느냐?”
카이사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술라가 천천히 말했다.
“너는 로마를 갈라놓을 사람이 아니라
로마를 하나로 묶을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바람이 광장을 스쳐 지나갔다.
술라는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카이사르.”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정말 로마의 왕이 되고 싶은 것이냐?”
광장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카이사르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이 거기서 멈췄다.
잠시 후 그는 술라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술라는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그렇군.”
그의 모습이 서서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꿈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낯선 건물이었다.
원형으로 된 거대한 극장.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서 있었다.
어딘가에서 짧은 소리가 울렸다.
카이사르는 그곳을 바라보았다.
한 사람이 쓰러지고 있었다.
그 사람은 낯선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은
링컨이었다.
카이사르는 놀라며 앞으로 한 걸음 나갔다.
그러나 그 순간
꿈에서 깨었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옆에서 누군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칼푸르니아였다.
“당신… 또 같은 꿈을 꾸셨어요.”
카이사르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칼푸르니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당신이 피를 흘리는 꿈을 보았어요.”
그녀는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원로원에서 사람들이 당신을 둘러싸고…
그리고…”
그녀는 끝까지 말을 하지 못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칼푸르니아가 그의 손을 꽉 잡았다.
“오늘은 가지 마세요.”
카이사르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로마의 지도자가 꿈 때문에 원로원에 가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소.”
그는 망토를 집어 들었다.
“두려움은 정치를 망칩니다.”
집 밖 공기는 차가웠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서 있었다.
링컨이었다.
카이사르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갔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카이사르는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링컨.”
“예.”
카이사르는 잠깐 망설였다.
그러다 뜻밖의 말을 했다.
“오늘은…”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 극장에 가지 마시오.”
링컨은 잠시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카이사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카이사르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원로원을 향해 걷기 시작하고 있었다.
로마의 거리는 조금씩 깨어나고 있었다.
상인들이 가게 문을 열고
병사들이 길을 지나갔다.
사람들이 카이사르를 알아보고 고개를 숙였다.
“카이사르!”
“로마의 지도자!”
그는 익숙한 미소로 손을 들어 답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몇 명의 남자들이 조용히 서 있었다.
카시우스와 몇 명의 원로원 의원들이었다.
그들은 서로 짧게 눈빛을 주고받았다.
“오늘입니다.”
누군가 낮게 말했다.
카시우스가 짧게 대답했다.
“오늘입니다.”
원로원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돌계단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카이사르는 천천히 그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한 사람이 그의 앞에 서 있었다.
브루투스였다.
잠시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카이사르는 미소를 지었다.
“브루투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따뜻했다.
“오늘 연설이 기대됩니다.”
브루투스의 손이 잠깐 떨렸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숙였다.
“영광입니다.”
카이사르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로마는 당신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브루투스의 가슴이 강하게 뛰었다.
그는 잠시 숨을 멈췄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카이사르는 이미 원로원 계단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링컨이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카이사르의 등을 보았다.
그리고 브루투스의 얼굴을 보았다.
링컨은 아주 낮게 중얼거렸다.
“역사는…”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늘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되는군요.”
원로원 문이 천천히 열렸다.
카이사르는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브루투스도 뒤따라 들어갔다.
문이 다시 닫혔다.
아직 아무도 피를 보지 않았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이 날은
훗날 사람들이 이렇게 부르게 될 날이었다.
3월 15일.
아직 아무도 피를 보지 않은
그 아침이었다.
그리고 그 문이 닫히는 순간,
로마 공화정의 마지막 아침이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