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편] 영웅 카이사르의 피 위에서

죽영은 영웅 앞에서 모자를 벗은 남자

by 열정후니


원로원 바닥에 아직 피가 남아 있었다.
붉은 피는 차가운 돌 틈 사이로 천천히 번지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그 위에 서 있던 사람들은 이제 한 발짝씩 물러나 있었다.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
로마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이었던 사람이
지금은 그저 한 구의 시신으로 누워 있었다.


브루투스는 움직이지 못한 채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아직 피가 묻어 있었다.
카이사르의 피였다.
그는 손을 바라보았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브루투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카시우스였다.
그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침착했다.
“이제 시작입니다.”
브루투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시작이라고?”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무거웠다.


카시우스는 주변 의원들을 둘러보았다.
“우리는 로마를 구했습니다.”
몇몇 의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확신보다
불안이 더 많이 담겨 있었다.


브루투스는 다시 카이사르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하던 사람.
“로마는 당신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그 말이 계속 귀에 맴돌았다.
브루투스의 숨이 조금 거칠어졌다.
“우리는…”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정말 로마를 구한 것인가?”


카시우스가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로마는 왕을 원하지 않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때였다.
원로원 한쪽에서
한 젊은 병사가 카이사르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진 카이사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졌다.
“카… 카이사르…”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다음 순간
그는 몸을 돌려 문을 향해 달렸다.
“카이사르가 죽었다!”
그의 외침이 원로원 안에 울렸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병사는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잠시 후
원로원 밖 광장에서
그의 목소리가 다시 터져 나왔다.


“카이사르가 죽었다!”


“카이사르가 죽었다!”


그 외침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광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카이사르가… 죽었다고?”


어떤 여자는 입을 막고 울기 시작했다.
어떤 남자는 분노하며 소리쳤다.
“누가 그런 짓을 했다는 거야!”


사람들이 점점 원로원 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카이사르!”


“카이사르!”


울음과 분노가 섞인 소리가
광장 위로 번져갔다.
원로원 안에서도
그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카시우스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상황을 계산하고 있었다.
“브루투스.”
그가 낮게 말했다.
“지금이 중요합니다.”
“무슨 말인가.”
“사람들에게 우리가 왜 이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그는 차갑게 덧붙였다.
“이것은 정치입니다.”


그러나 그 순간
브루투스는 그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카이사르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마치 긴 싸움을 끝낸 사람처럼.


그때였다.


조용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링컨이었다.


그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카이사르 곁에 무릎을 꿇었다.


잠시 카이사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깊은 슬픔이 서려 있었다.


링컨은 천천히 자신이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다.
그리고 카이사르를 향해
조용히 고개를 숙여 예의를 갖추었다.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로원 안은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링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에게 닥쳐올 미래를 알면서도
주저하지 않고 나아간 당신의 위대함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수건을 꺼내
카이사르의 가슴 위에 조용히 올려두었다.


카이사르의 옷은 이미 피로 젖어 있었다.
링컨은 잠시 그 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피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한 사람의 피가 아닙니다.”


원로원 안이 조용해졌다.


“이것은 로마가 흘린 피입니다.”


브루투스의 숨이 순간 멎었다.


링컨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위대한 사람은
언제나 두 번 죽습니다.”


그는 카이사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 번은 칼에 의해,
그리고 또 한 번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링컨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나는…
오늘 로마가 그 두 번째 죽음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순간
밖에서 한 노인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카이사르…!”


광장에서 누군가 울부짖고 있었다.


“우리의 카이사르를 돌려줘라!”


그 울음은 점점 커졌다.
사람들의 울음이 이어졌다.


“카이사르!”


“카이사르!”


원로원 안에서도 그 울음이 들렸다.
브루투스는 넋이 나간 채 멍하게 서 있다가

나지막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러나 그 다음 말을 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카이사르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밖에서는 군중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목소리가
로마의 하늘을 흔들고 있었다.


그날..


로마는 한 사람을 잃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이 어떤 길 위에 서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또 하나의 거대한 운명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