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Name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내 이름을 불러줬다"

by 미오


2021년 1월 1일 자정, 나는 주변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를 보냈다. 신기한 일이다. 그 누가 법으로 정해놓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같은 시간에 일제히 새해 인사를 주고받는다.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은 말이다. 20대 초반과 중반을 오가는 그러니까 어중간하지만 아직은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그런 열정이 남아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해가 바뀌는 것이 무뎌질 때가 오리라.


내가 그들에게 전한 말은 대부분 새해 복 많이 받고, 올 한 해는 행복한 일이 가득하길 바란다는 간소한 안부였다. 누군가에게는 애정이 담긴 이모티콘도 함께 보냈다. 그리고 상대방의 이름을 서두에 덧붙였다. 답장의 여부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했으나, 마음과는 달리 핸드폰이 켜질 때마다 답을 확인했다. 그리고 약간의 실망감을 느꼈다. 모두가 아는 뻔한 내용이 나에게 도달했기 때문이다. 마치 한 마리의 앵무새 같은 답장이었다.


실망감이 익숙해질 때쯤 한 친구에게서 답장이 왔다. 고등학교 때 내 나름대로는 친하게 지냈다고 생각한 친구였다. 졸업 이후,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아는 척하지 않고 ‘나, 너 버스에서 봤다’라고 뒤늦게 연락을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친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요점은 이게 아니다. 한때 가까웠던 그 친구에게서 ‘미오도 새해 복 많이 받아’라고 답장이 온 것이다. 이전까지 왔던 말들과 별다를 게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내 시선을 끈 것은 바로 ‘미오도’였다. 내 이름을 불러준 것이다. ‘너도’라는 말이 익숙해질 때쯤 ‘미오도’라는 말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오랜만에 들어본 내 이름이었다.


원체 사람을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었지만, 코로나 19라는 명확한 핑계가 생기니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일이 거의 없었다. 집에서도 엄마는 나를 ‘야’ 혹은 ‘너’라고 부른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내 이름을 불러줬다. 순간 나는 내 존재를 확인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고 있고, 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붙여놓은 것이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달랐다.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었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수단이었다.


누군가 당신의 행복을 빌어준다면, 기꺼이 그의 이름을 불러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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