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DEN Feb 10. 2020

너와 같은 사람이 여기에 또 있다고


나만 유난스러운 건가 싶었어. 

몸이 피곤해서 그런 건지 마음이 예민해져서 그런 건지 
마땅히 기분 좋은 일도 없고, 굳이 좋은 일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어.


그러다 이유 없이 터진 눈물에 혼자서 당황도 하고

달라진 내 모습이 내심 걱정스러워 이런저런 병명들을 검색도 해봤어. 
친구를 찾아갈까 상담을 받아볼까 고민도 해보지만 용기는 나지 않더라고.

아니 용기보다는 설명을 못할 것 같았어.

그렇게 한참을 방황하며 보냈고, 족히 몇 년 동안 그랬던 것 같아.
익숙하지 않은 기형적인 감정들을 감당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 

그러던 어느 날 이게 정답이 있는 문제인지 의문이 들었어.
어쩌면 답을 찾으려고 해서 힘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더라고.  
그래서 그냥 받아들여 보기로 했어.


나는 그렇게 생소한 두 번째 인생을 살아.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직 살아가는 중이라 결론을 지을 수 없지만 
익숙하지 않은 게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고
마치 다른 종류의 알약을 먹고, 새로운 능력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야.  


네가 만약 익숙하지 않은 감정들을 자주 만나고 있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게 쉬운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게 어떤 건지 알고 있는 

너와 같은 사람이 여기 또 있으니까 말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네가 나의 언어로 말해줬음 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