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던 그곳 어딘가에서 갑자기 방향을 잃어버렸어.
잠시 멈춰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는 하얀색 방이더라고.
여기가 어딘지 짐작할 만한 힌트조차 없는 순백의 그곳에서
나는 한동안 넋을 놓고 있다가 주저앉아 버렸어.
애초부터 어디로 갈지도 모르고 힘만 뺀 것 같은 기분이라
다시 일어나 달리고 싶은 의지도 없더라.
만약에 네가 그 하얀색 방을 만나게 된다면 애쓰지 말고
나처럼 주저앉았으면 좋겠어.
그렇게 한동안 멈춰 머물렀으면 좋겠어.